바지락 칼국수가 비싸진 까닭, 알고 계셨나요?

'대북경제제재' 5.24조치 5년... 평양 1호 치킨집은 어떻게 됐을까

등록 2015.01.17 17:09수정 2015.01.1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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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하나는 남북의 사람들이 많이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북공동행사의 한 모습. ⓒ 겨레하나


요즘처럼 쌀쌀한 날이면 뜨끈한 바지락 칼국수 한 그릇이 생각난다. 가격도 저렴하고 조갯살을 발라먹는 맛이 그만인 바지락 칼국수.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이 바지락의 신선도가 예전 같지 않고 가격도 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이유가 바지락 양식에 문제가 생겨서가 아니라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바로 '5.24조치'가 원인이다.

5.24조치는 2010년 3월 26일 일어난 천안함 침몰사건에 따라 그해 5월 24일 이명박 정부가 단행한 대북제재조치다. 주요 내용은 우리 국민의 방북 불허와 남북교역 중단,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대북지원 사업의 원칙적 보류,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등이다.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북한산 수산물을 수입해왔다. 특히 북한산 바지락은 겨울철 소비량의 50%를 차지할 만큼 인기품목이었다. 그러나 5.24조치 이후 남북교역은 중단됐고, 북한산 수산물 수입도 전면 금지됐다. 그래도 북한산 바지락 수요는 줄어들지 않았고, 결국 북한산 바지락은 중국산으로 둔갑했다. 북한은 바지락을 중국에 수출하고, 그것을 우리가 재수입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가격도 오른다. 남북교역 당시에는 붙지 않던 관세도 붙는다. 그깟 바지락 칼국수 한 그릇 덜 먹으면 되는 사람들에게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수산물 무역으로 먹고살던 사람들에게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생업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산업만이 아니다. 5.24조치 이후 북한에 투자한 기업들의 설비와 기술 등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 어떤 기업은 100억 원대 건설장비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 속을 태우고, 어떤 사람은 평양에 1호 치킨집을 차렸지만 장사를 시작할 수가 없다.

5.24조치가 시행된 지 5년. 남북경협에 참여한 1천여 개의 기업들은 다수가 도산·파산 지경에 달했고, 지금은 집계조차 어렵다고 한다. 정부 정책에 따라 대북사업에 투자한 기업인들은 큰 피해를 입었지만, 아직도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5.24조치가 해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5.24조치 5년, 도산·파산 기업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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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평양관광을 위해 전세기를 타고 가던 사람들 ⓒ 겨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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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치과병원건립을 위한 물품을 지원하던 당시 ⓒ 겨레하나


기업인들 말고도 남북교류에 생업이 달린 사람들이 또 있다. 바로 우리처럼 대북지원과 남북교류사업을 진행하던 시민단체들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아래 겨레하나)는 인도적 대북지원과 남북교류사업을 주업무로 한다. 남북 간의 다양한 사회문화교류를 추진해온 지 벌써 11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우리는 남북의 사람들이 서로 만나는 것이 통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남북간에는 계산을 앞세우기보다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남북이 상시적으로 대화하고 만날 수 있을 때가 한반도가 가장 평화로운 때라고 믿는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에 의약품도 지원하고, 북한관광도 추진하고, 북한 사람들을 초청하는 일 등 다양한 교류사업을 추진해왔다. 우리에게는 통일문제와 남북관계가 곧 생업이다. 그러나 5.24조치 이후 우리의 생업이자 본업은 위기에 처했다. 남북경협은 물론 대북지원도, 사회문화교류도 전부 멈추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에게도 꿈같은 시절은 있었다. 10년 전인 2005년에는 평양관광을 갈 수 있었다. 그때 겨레하나는 직항기를 띄워 평양을 오고갔으며, 양각도호텔에 상황실을 꾸려 상주하기도 했다. 당시에 일한 선배들은 평양과 처음 직통전화를 연결해 "여보세요, 여기는 평양입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려오던 때를 잊지 못한다고 한다.

관광만이 아니다. 평양에 교육기자재를 보내고, 농민들이 모은 쌀도 보냈다. 치과병원도 세우고, 평양문화유적답사도 추진하고, 남북학술교류도 열었다. 안성 풍물패가 방북해 공연을 하기도 했고, 인천에서 열린 육상대회에 북한 청년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제 이런 일들은 한여름밤의 꿈처럼 가물가물한 일이 돼버렸다. 대신 우리는 정부정책과 뉴스에 민감해졌다. 부동산과 관련된 정책발표가 있을 때면 건설업자나 부동산 관련 업자들이 뉴스에 귀를 기울이듯, 우리는 그 누구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신년 기자회견에, 그리고 통일부 장관의 인터뷰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인다. 혹시나 오늘은 좋은 발표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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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가서 공연하는 안성 남사당 풍물패 ⓒ 겨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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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하나는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북한 청년학생 협력단을 초청했다. ⓒ 겨레하나


우리 경제 피해가 북한의 4배... 누구를 위한 5.24조치인가

우리는 요즘 '5.24조치 해제를 촉구하는 시민선언'을 준비하고, 거리캠페인을 기획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5.24조치의 부당함에 공감하게 된다면 정부가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것이 빨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보다 본업에 몰두하고 싶다. 남북교류를 가로막는 정책을 비판하는 일 대신, 실제 남북교류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일을 하고 싶을 뿐이다.

사실 5.24조치를 해제해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도 아니다. 작년 11월 러시아산 석탄이 북한 나진항을 거쳐 우리나라 포항항에 도착했다.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연결하는 물류사업,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시동이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5.24조치 예외'라고 한다. 똑같은 남북경협사업이 어떤 것은 허용되고 어떤 것은 금지돼야 할 이유로는 참 궁색하다.

천안함 침몰의 책임을 물어 대북경제제재를 하겠다는 것이 5.24조치의 목표이자 이유였지만, 우리나라의 경제적 피해가 오히려 북한의 4배에 달한다고 하는 분석도 나왔다. 2013년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의 연구 용역에 따라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5.24조치로 인한 우리나라의 직접적인 경제 피해는 9조4천억 원으로 북한의 2조4천억 원보다 약 4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남북 간 경제교류가 막히자 북한은 우리 대신 중국, 러시아와 교역량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 실제 대북제재 효과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목표와 방향을 잃은 정책,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의 생업을 위기에 처하게 만든 5.24조치. 그래서 우리는 묻는다. 누구를 위한 5.24조치인가?

* 매주 화요일 낮 12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남북경협·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하는 '5.24조치 해제 캠페인'이 열립니다. 그리고 겨레하나는 서울본부를 시작으로 5.24조치 해제를 촉구하는 시민선언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시민선언에는 현재 김민웅 교수 외 169명이 동참했으며, 더 많은 시민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5.24조치 해제를 촉구하는 서울시민 선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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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하나는 남북교류 재개를 위해, 5.24 조치 캠페인을 시작했다. ⓒ 겨레하나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간사입니다
#5.24조치 #대북정책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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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류협력 전문단체, 평화와 통일을 위한 시민단체 겨레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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