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있는 풍경

정읍 서울서점에서의 단상

등록 2008.10.10 08:55수정 2008.10.1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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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과 함께 살아온 서점주인의 미소 ⓒ 조인환


정읍에는 헌책방이 한 곳 있다. 무심결에 들렀다가 책의 미로 속으로 빠질 듯한 압도감이 엄습하는 곳, 서울서점이다. <천주교 뒷골목>으로 정읍사람들에게는 더 알려져 있는 이곳의 서점을 찾았을 때 여주인 노병관씨는 파를 다듬고 있었다.

주문한 책이며 분류별로 책의 성함과 헤어짐의 정도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총기가 있다싶더니 대화 중에 뉴스며 시사정보, 교양 등 책을 위한 고급정보를 낱낱이 챙기는 정보 마니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기는 50년 가까이 책과 함께한 외곬 인생이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옛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고, 10년 노력이면 고수가 된다는 말도 있거니와 우리주변엔 한 가지 일에 수십년, 혹은 평생을 바친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론 이들의 삶이 경제적인 성공에 이르지 못한 경우도 있을테지만, 헌책과 인연을 맺은 수많은 사람들의 잠재적 성공을 생각한다면 결코 무의미한 삶이라 말할 수 없지 않을까?

지금도 추억의 책방을 찾아와 사진 한 장만 찍게 해달라는 부탁이 있다는 말로도 미루어 짐작되는 <성공의 기여자> <삶의 공로자>로서의 헌책방을 예찬하고도 싶다.

서울서점의 <책의 미로> 속에서 아직까지 문을 닫지 않고 버티는(?) 다소 고단해 보이는 삶에 대하여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경제 가치가 우선시되고 고도로 경쟁화된 사회를 살면서 만나는 한폭의 그림같은 헌책방 풍경 속에서, 대물림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시골농부의 잠재적 가치를 생각하는 것은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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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미로1 ⓒ 조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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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미로2 ⓒ 조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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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미로3 ⓒ 조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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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미로4 ⓒ 조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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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 서점의 출입구 ⓒ 조인환

#정읍 #정읍서울서점 #책이 있는 풍경 #성병문 노병관 #조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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