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마다 홍역 앓는 사람들, 이번에는 다르겠지?

[주변 사람들이 전하는 대선 민심]"제대로 보고 제대로 듣고 제대로 찍자"

등록 2012.12.18 15:11수정 2012.12.1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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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표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할인 등을 해주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산 지역에서는 32개 업체가 '개념가게'에 이름을 올렸다.
투표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할인 등을 해주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산 지역에서는 32개 업체가 '개념가게'에 이름을 올렸다. 2012유권자네트워크

내 주변에 5년마다 홍역을 앓는 사람이 있다. 면역이 생기면 재발되지 않거나 애초 곰보가 됐을텐데 이건 약을 써도 듣지를 않는 모양이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니지만 20대이상 성인들 중에서 유독 이러한 병을 많이 앓고 있다니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이런 증상이 심하다니 더욱 걱정이다. 평상시에는 가려움증도 없고 별다른 증세가 없다. 그런데 5년 주기가 돌아오면 얼굴이 동짓날 팥죽 끓듯이 울그락불그락해지며서 심장이 벌렁거리고 입주변에 거품이 일어나는 특이증세도 보인다.


일명 '대통령 선거병'이라고 한다. 이병은 특히 전염성이 강하다. 물론 양귀비가 알몸으로 생쇼를 해도 그져 길가에 버려진 한낱 돌맹이 취급하는 나같은 사람이야 그런 병에 쉽사리 걸리진 않는다. 선거철이 와도 난 재산이 없으니 다운계약서 한 장 써본적 없고, 머리에 든게 없으니 논문표절할 실력도 없다. 직원 한명 없는 홀로사장이지만 내가 울집안에서 젤로 잘나가니 어디 비리청탁할 위치도 아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대통령감은 아닌가 싶을 정도니 꼭집어 말한다면 나도 병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어쨌거나 내 주변 곳곳은 지금 선거병에 몸살을 앓고 있다.

'니는 누구 찍을끼고? 그러는 너는? 니부터 말해봐라....내가 왜 먼저 말해야하는데. 그네누님은 그냥 그네나 타시지 뭐할라꼬 이도령이 부르지도 않는데 기내려와서 저카노, 저양반은 철수 아이면 쨉도 아일낀데 어데 나와서 문제를 일으키노...'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온국민이 전문가면 온국민이 정치가다. 그렇다면 투표로 끝장내자.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한다. 꽃향기 풍기는 축제의 장이면 더더욱 좋겠다.

그런데 5년마다 국민들 겨드랑이를 파고드는 이 병은 그동안 내성이 생겨서인지 매번 독성이 강한 변종을 탄생한다. 꽃을 피우기가 여간 쉽지 않다. '대남간첩 일망타진' 이런 약발은 이제 약도 아니다. '북한 미사일 발사' 이 정도에도 눈하나 깜짝 안한다. '국정원의 방해공작 흑색음모다' 이딴건 술값 아까워 안주로도 안씹는다. 특히 이번 대선처럼 양자대결임에도 국민들 가슴속에 응어리진 병마를 "훅"하고 날려줄 후보가 뚜렷하지 않을 때는 나도 대통령 니도 대통령 온국민이 대통령이다.


그만큼 혼란스럽다. 나야 누구를 선택할지 진즉 결정을 하였지만 나이 오십이 훨씬 넘은 친구들 대다수는 아직도 부동층이다. 옛날 같으면 소위 보수층으로 분류될 수 있는 나이지만 7080세대이므로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친구들도 많다. 그러기에 단순 나이나 여론조사만으로 이번 후보 지지자 성향(지지율)을 나누는 건 무리가 있다. 여기에서 요며칠 내가 접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상황#1
20대 대학생인 딸
지지자-야권후보. 이유-앉은자리에서  밥상받아 먹기 시작한 사람이 우리 같은 서민들 절대 이해 못한다. 거지에게도 꽃거지가 있다. 다같은 거지가 아니다.


20대 휴학중인 아들
지지자-야권후보. 이유-최전방 철책수색대에서 뺑이치면서 군생활했다. 후보자 개개인에 대해선 말하기 싫다. 투표할지는 미지수

상황#2 
40대 자영업 여자 지인
지지자-야권후보. 이유-정치를 몇십년 했다지만 도대체 아는 게 너무 없는 거 같다. 토론회 보고 결정했다. 같은 여자라지만 창피할 정도다. 대통령감은 아니다.

상황#3  
50대초반 여자후배
 지지자-야권후보. 이유-아들이 곧 군에 간다. 병역기간을 줄여 준다니 땡큐 베리마치다. (아, 뭐라고 반박할 수 없는 심정)

50대 중반 친구 둘
지지자-여권후보. 이유-뱉은 말 하나는 책임지는 지조(?)가 맘에 든다. 세상이 변했다. 여자가 대통령 한번 할 때가 되었다. (뭐야 지들이 정도령인가)

상황#4  
70대중반 시골어매. 80대초반 아는할매
지지자-여권후보. 이유 - 불쌍하다. 부모 없이 얼마나 힘들었겠냐. 이번에는 찍어줘야 한다. 너그들도 꼭 그래야 한데이.(어매, 할매요 부모님 계신거 빼고나면 나도 무지불쌍해요)

지천명 50이 된 사람에게는 가르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지만 머리통이 불통-소통이 되지않은 사람에게 괜한 가르침은 언쟁을 지나 싸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유야 어쨌던 결정은 본인이 한다. 그러나 내가 지지하는 저 사람이 대통령이 안되면 "할복자결"을 해야한다는 극단적인 선거유세까지 보고 있으려면 우린 또다른 전쟁터에 서 있다. 5년마다 전쟁같은 홍역을 또다시 겪지 않으려면 다짐해 보자.

"제대로 보고 제대로 듣고 제대로 찍자."

그리고 선관위나 지자체마다 투표율을 올리려고 애를 쓰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에게 원고지 5장으로 투표율 높일수 있는 방안을 제출하라는 기사도 눈길을 끈다. 아무리 선거에 대한 관심도 좋지만 투표권도 없는 애들한테 뭐하는 건지 참 어이가 없다. 샘이 좀해보세요~우쒸. 투표 안하면 휴가 일수에서 하루를 깐다든지 과태료를 부과하자는 초법적인 제안도 있다.

가벼운 농담으로 나도 하나 제안을 해보자. 투표를 하고 나온 주민들에게 공공시설이용권 (온천목욕권. 공용주차권. 체육, 놀이시설이용권. 재래시장물품구매권등)을 제공해 보자. 애향심 고취와 경제활동에도 기여가 될 것이다. 투표인증샷을 찍어온 고객에게는 커피한잔이나 생맥주 500CC 무료제공이라는 이벤트를 실시해 보자.

이제 내일이면 새로운 5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평양감사도 지싫으면 그만이겠지만 내가 해보겠노라고 나선 후보들, 이제라도 "어 저건 뭐지"  두눈 부릅뜨고 제대로 뽑자. 거름지고 친구따라 장에 일없이 놀러가는 투표자는 되지 말자. 불쌍하니까 뽑아주자는 울어매, 남자 입술이 저리 얕으면 복이 없다는 할매의 관상학 앞에서 그딴 이유로 누구 찍어주고 그러면 안된다 뒤집을 묘안은 없다.  그러나 나는 안다. 말은 그래도 울어매나 할매의 속마음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얼마남지 않은 여생이기에 이번만은 묻지마식의 투표, 안하실 것임을!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오는 19일 투표합시다. 커피든 생맥주든 투표하고 시원하게 마십시다. 내 종이면 주인은 과연 누가 될 것인지 꼭 지켜 봅시다. 꼭!
#대통령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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