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들이 일반인들보다 더 잘 웃는 이유

김영식 교수 '웃음으로 소통하라' 강연

등록 2014.01.19 11:14수정 2014.01.1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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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2013년 1월 25일) 발매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김영식 교수의 저서 『웃음으로 소통하라』 ⓒ 박샘별

지난 9일 전남 순천시 문화건강센터 다목적홀에서는 김영식 교수(남부대 무도경호학과, 국제웃음요가문화연구소장)의 '웃음으로 소통하라' 강연이 있었다. 순천시가 매월 둘째, 넷째 목요일에 여는 '순천사랑 아카데미'로 217회째 강연이었다.

김영식 교수는 원자력병원, 서울대병원 등의 의료기관을 다니며 '웃음 전도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반인보다 암환자들이 강의할 때 더 잘 웃는다는 게 김영식 교수의 말이다. 암환자들이 더 잘 웃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알기 때문에 절박하게 웃을 수밖에 없다"며 "암환자들의 자세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20~30초 동안 얼굴이 빨개지도록 웃다 보니 항암치료에 지쳐 '죽을 상'을 하고 있던 그들이 '살 상'으로 바뀌어 가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낀다는 것이다. 암이 나으려면 '정신병자처럼 웃으라'는 주문이다.

실제 그의 가르침에 따라 남들이 미쳤다고 손가락질할 정도로 웃었던 한 암환자가 병을 치료했던 사례도 함께 소개했다. 6개월이 지나자 자신에게 손가락질 하던 암환자들은 죽고 자신만 살았고, 1년이 되자 암세포가 모두 사라지고, 현재 67세의 나이로 웃음치료 강의를 다니고 있다는 것. 웃을 때 발생하는 엔돌핀이 암세포를 죽이는 NK세포가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꽹과리 치고, 민요 열창해 눈길

김영식 교수는 여느 강사들과 다르게 강의 때때로 꽹과리를 치고 구성진 민요를 열창해 수강생의 눈길을 끌었다. 남도 잡가에서 판소리, 가요, 태평가, 성주풀이 등의 민요를 부르며 수강생을 강의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강의 중 그가 가장 많이 인용한 명언이 있다. '웃어 버려라', 그리고 '웃음은 생명이다'가 바로 그것. '웃어 버려라'란 웃어서 버리라는 뜻으로, 걱정과 근심을 모두 내려놓고, '나'를 내려놓고 웃으라는 것이다. 또 '웃음은 생명이다'는 생명을 유지하는 호흡처럼 웃음을 생활화하라는 말이다. 배꼽을 기준으로 한숨과 웃숨이 나뉘는데, '웃숨' 즉 웃음으로 호흡하는 만큼 건강해지고 활력이 넘치게 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영국에는 '웃음 자판기'가 있다고 소개했다. 10초만 웃으면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주는 자판기인데, 흥미로운 것은 그 비용을 광고회사에서 대준다는 것이다. 즉, 웃는 동안 광고가 노출되어 광고를 보는 대가로 아이스크림이라는 보상이 주어지는 원리이다.

우리나라에서 비싼 광고로 <개그콘서트> 시작 전과 마친 후 시간대라 꼽힌다. 웃고 나서 본 광고 제품에 대해 소비자가 긍정적인 인식을 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 웃음이 소비를 촉진하는 등 인간의 행동을 유도하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울음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가족사'

김영식 교수는 '유쾌한 웃음강사'의 이면에 얽힌 슬픈 가족사도 공개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장사판에서 숱한 아저씨들이 함부로 대하는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태권도와 합기도를 동시에 배웠던 14세 소년이 나였다"며 "17세 밖에 안 되는 여동생을 백혈병 혈액암으로 잃었는데, 가난하여 장례 치를 비용이 없어 친구들이 동생의 관을 사와 겨우 동네 뒷산에 묻은 후 우울증 환자가 되어 두 차례나 자살하려 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27세에는 형이 위암 말기 진단을 받은 뒤, 형수와 4개월 된 아이를 남겨두고 세상을 등져 당시 26세였던 자신의 가슴에 한이 맺혔다고 했다. 그 한을 풀 수 없어 울다 보니 헛웃음이 나오는 지경이 되었고, 마음의 괴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판소리, 레크리에이션, 기타, 장구 등을 배우기 시작한 게 오늘날 웃음강사의 길을 걷게 된 시작이었다.

울음의 굴레에 묶여있을 수밖에 없었던 그의 과거사를 접한 관객들은, 구슬픈 노래와 유쾌한 재담을 넘나들며 강의하는 그에게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는 김용택의 시 '섬진강'에 곡을 붙인 노래를 마지막으로 부르며, "웃음과 울음은 하나"라고 역설했다.

한편 218회 순천사랑 아카데미는 1월 23일 '우리 아이 사춘기 공부 의욕 키우기'라는 주제로 김영훈 가톨릭대 교수가 강연할 예정이다.
#웃음치료 #웃음 #김영식 #웃음으로 소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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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저를, 그리고 세상을 탐구해보고픈 마음에 시민기자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소소한 일상이 빚어내는 힘인 '일상사'와, 전공인 역사학을 어떻게 '인문학적 소통'으로 끌어낼 수 있는가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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