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도 너무 빨리 변하는 시대와 샐러리맨

우리 각자가 자신만의 가치를 찾자

등록 2015.01.21 19:39수정 2015.01.2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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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장, 한 것도 없는데 벌써 내가 40대가 되었군."
"김 과장님, 저는 아직 40대 아닙니다, 1년 더 남았습니다."


얼마 전, 회사에서 동료와 나눈 이야기다. 김 과장과 나는 입사 후 12년째 같이 생활하고 있다. 아직 40대가 아니라고 농담을 했지만 왠지 마음 한 켠이 조금 허전해졌다. 나는 그 사람이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해왔는지 잘 안다. 대화 후,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결코 적지 않은 세월을 열심히 일만 해 왔는데 왜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할까?'

그는 분명 많은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일들이 조직에서 어떤 가치가 있었으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분야에서 얼마나 타의 추종을 불허할 능력을 갖추었는지 스스로 머릿속에 확실히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퇴근시간은 언제나 밤 11시에서 12시였고 주말에도 항상 회사에 있었다.

집에서는 아내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터인데 그는 가정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회사에서 살았다. '그의 삶은 12년간 행복했을까?' 따지고 보면, 12년간 직장생활을 해오면서 스스로 확신을 가질만큼 가치있고 보람된 일을 해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직장생활이 즐겁다고 항상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주변에서 거의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적어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행복하다고 느낄려면 조직에서 인정받는 특출한 능력을 가졌거나 대인관계가 좋아서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이 좋거나 아니면 시간적, 경제적인 여유를 가지면서 가정생활이 화목한 상황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요즘 세상은 샐러리맨들에게 어느 한 가지의 행복한 상황도 만들어주지 못하는 것 같다.


어릴 적 꼬마시절에 퇴근 후 아빠를 기다리던 때를 기억해보면 항상 웃는 모습으로 퇴근하시던 아버지 얼굴이 떠오른다. 그 때가 1980년대 초반이었으니 이때만 하더라도 대한민국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열심히 일하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실 수 있던 시절이었다.

우리 아버지는 대기업에 근무하시지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도 않았지만 나의 기억엔 아주 즐겁게 직장생활을 하셨고 그 당시 주변의 회사 아저씨들도 참 즐거워보였다. 적어도 지금의 샐러리맨들 중에는 솔직히 그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지수가 높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돈버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고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왜 사람들은 자꾸 힐링을 찾고 인문학을 찾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중 한 가지는 너무도 빨리 변하는 세상 때문이다. 50년대와 60년대를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전쟁 이후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화해 왔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분명한 것은 70년대, 80년대 이후 세상은 정말 빨리도 변해왔고 지금은 변화의 속도는 더 가파르다는 것이다.

세상이 빨리 변한다는 것은 우리가 직접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무한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한편으론, 세상의 변화를 빨리 따라잡는 사람들만이 잘 살 수 있는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 우리가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말해 지금 세상에서는 먹고 살기가 정말 힘들어졌다는 말이다.

치열한 조직 속 경쟁에서 상사에게 인정받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주변 동료들은 모두 경쟁자로 변하고 있고, 그렇다고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다음 세상에는 좀 더 여유로운 삶이 가능해질까? 필자가 미래를 예언하는 뛰어난 능력을 소유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가올 미래는 현재보다 더 살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국가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고 생활방식도 다르며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세상이 변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은 요인이 존재할 것이다. 굳이 그 요인들을 하나하나 분석할 필요성도 없다. 중요한 사실은, 이토록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때문에 마냥 즐겁고 행복하게만 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경제활동을 하고 가족을 돌보며, 사회에서 끊임없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기쁘고 가치가 있으며 보람되어야 하는데 하루하루를 숨가쁘게 살아가는 우리 직장인들은 과연 얼마나 이러한 기분을 느끼며 살아갈까?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의 시절에 놓인 이후, 실직자들이 대거 사회에 나타나기 시작했고 회사에서는 너도나도 자기계발의 열풍이 불어닥쳤다. 인터넷과 미디어와 같은 매체와 더불어 정보기술의 급속한 발전, 빅데이터와 클라우딩 시스템 그리고 스마트폰의 출현 등 이제 세상은 정신없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는 자기계발을 넘어 우리에게 창의적이고 특출한 능력마저 요구하고 있다.

최근, 인문학이나 힐링과 관련된 콘텐츠가 다시 주목을 끌고 있는 이유는 일상의 무의미함에 지친 현대인에게 잠시나마 위안을 주고자 함일 것이다. 이와 관련된 방송 프로그램이나 서적을 접할 때면, 말 그대로 잠시나마 위안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우리는 이와는 다른 현실에 살고 있다. 복잡한 생활 속에서 혼자 힐링이나 여유를 찾겠다고 나서면 잠깐은 일상에서 벗어나 즐거울 수 있겠지만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결과적으로 우리 샐러리맨들은 참 바쁘게 살아가지만 일상에서 별로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서 살고 있다. 오히려 매일 뉴스와 인터넷을 들여다보며 실시간으로 바뀌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고 회사에서는 밀려오는 업무를 항상 머릿속에 담아놓고 살아야 한다. 이렇게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은 가정생활에서 대화의 시간을 빼앗아 버리고 집에서 느껴야 하는 최소한의 행복조차도 순순히 허락하지 않는다.

요즘에는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고위 공직자나 대기업 임원, 또는 소위 전문직으로 인식되는 직업들조차도 경쟁과 바쁜 일상에서 똑같이 자유로울 수 없다. 한창 커가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입시경쟁에 놓여져 누가 점수를 더 받는지 대결하고 있고, 심지어 유치원 때부터 학습지를 누가 더 많이 보는지 경쟁하고 있는 현실이다. 요즘 같은 시절에는 아예 아무도 없는 자연이나 수도원, 아니면 절에 들어가서 사는 것이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나 혼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요즘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필자를 포함한 모든 샐러리맨들에게 이렇게 제안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70, 80년대에 살고 있는 샐러리맨들이 생각하는 가치와 지금 시대에 살고 있는 가치는 분명 다를 것이다. 여하튼 이 가치는 얻고자 하는 것이 이를 위한 노력과 투입보다는 커야 한다. 직장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단순히 금전적인 것이라면, 우리의 삶은 그 이상의 가치는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어떤 가치가 가장 바람직한 것인가에 관한 해답은 없다. 우리 각자가 각기 다른 해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샐러리맨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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