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와 습지 사이에 아무것도 없어서 사람들로부터 휴식을 간섭받기 좋은 환경이다.
김어진
경솔한 언론보도 때문에 멸종한 '마지막 황새' 사건 잊었나우리나라엔 탐조를 하는 데 강제성을 부여할 수 있는 규칙은 없지만, 상식적으로 지켜야할 탐조 예절 정도는 존재한다.
첫째, 관찰, 사진촬영, 녹음, 비디오 촬영 시, 새들이 위협을 받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자제해야 한다. 둘째, 희귀종이 출현했을 때는 이를 알리기에 앞서 새를 괴롭히는 이웃이나 지역 사람들의 잠재적인 방해요소를 먼저 고려해, 방해요소가 통제되거나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선조치 해야 한다. 희귀종의 번식지는 권위 있는 종보존 전문가에게만 알려져야 한다.
그러나 모든 사진가들이 이 같은 예절을 따르진 않는다. 피사체인 새보다 자기 사진의 완성도를 중요시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새들의 위치 정보를 포함한 기사가 보도되면 새들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몰지각한 사진사들에 대한 사례는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된 바가 있다. 뿔논병아리 둥지에 지나치게 접근하여 촬영한 사람들, 수리부엉이 둥지 훼손 사건, 특히 2012년의 새 학대 사진전은 SNS를 통해 회자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희귀 조류의 존재가 영원히 비밀 속에 묻혀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세상엔 영원히 지켜질 비밀이란 존재하지도 않고, 희귀 조류철새 도래지라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으면 개발의 삽질 아래 서식지가 묻히거나 아예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흘러갈 위협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생태적 가치가 높고 보호가 필요한 종들의 경우 구체적인 위치 언급은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이며, 지자체에서 지속 가능한 서식지 보존대책을 세워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데까지가 보도하는 자의 책임이라고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사에서 이러한 새들의 사정까지는 알 리 만무했겠지만, 같은 잘못을 반복하질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새들을 촬영하는 사람들에게, 새들을 보더라도 부디 새들과 사람 사이의 선을 넘지 않기를 부탁하고 싶다. 필자도 사진만 9년간 찍어왔기 때문에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손맛'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만족과 생명들의 생활 안위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천천히 돌이켜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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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황새'가 총 맞은 까닭, KBS는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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