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책단말기 사양 비교
김용주
그렇다면 전자책 단말기가 다시금 활기를 띠게 될까. 아직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미 전자책 시장에 내놓은 많은 전자책 전용 단말기들이 시장에서 사라져 가고 있지 않은가. 사실 내가 전자책 단말기가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는 무엇보다 7인치 태블릿의 약진 때문이었다.
킨들이 출시된 이래 전자책 단말기의 가장 큰 장점은 크기와 무게였다. 물론 전자잉크의 가독성을 손꼽는 이들도 많겠지만, 적어도 200g 내외의 무게에 6인치 사이즈의 이 기기가 가져다 준 효용성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아마존이 초기 킨들을 홍보할 때 빠지지 않았던 요소는, 여성과 노약자들도 침대에 누워서 독서를 즐길 수 있다는 점과 여행지에서도 부담없이 두꺼운 책들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 그보다 높은 해상도와 가벼운 무게, 그리고 10만~20만 원대의 저렴한 태블릿이 쏟아졌다. 아마존이 이윤을 포기하다시피 하며 태블릿 시장에 뛰어들어 파이어 시리즈를 출시하게 된 이유도 아이패드 미니를 위시한 태블릿의 비약적인 발전과 가격 경쟁력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자잉크의 한계도 한 몫 거들었다. 화보집과 잡지 등 다양한 색으로 구성된 책들은 전자책 단말기에 적합하지 않지만, 칼라 잡지도 높은 해상도에 동영상까지 첨부하여 재생할 수 있는 7인치 태블릿은 전자책 단말기를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을 제공했다.
같은 가격에 같은 사이즈의 단말기를 구입해야 한다면, 그리고 한쪽(태블릿)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면 사람들의 선택은 정해지지 않겠느냐 하는 게 내 생각이었다.
소소한 기능들의 조합으로 되살아난 '독서 덕후들의 기기'하지만 시장에는 '공대생의 마인드'와 달리 특정 기기를 선호하는 충성도 높은 '덕후(마니아)' 소비자들이 존재한다. 전자책 단말기 시장도 그러하다. 기술이란 게 참 흥미롭게도 죽어가던 녀석에게 다른 모듈이 탑재되는 순간, 혹은 사이즈가 달라지거나 기대되는 용도가 달라지는 순간, 특정 기술은 부활한다.
스티브 잡스가 보여준 혁명적인 사고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기술들을 조합'만' 해서도 유용한 IT생태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아이팟과 인터넷 도구, 그리고 폰을 합쳐서 아이폰을 만들었고 사이즈를 키워서 아이패드를 만들어냈다. 엔지니어와 리뷰어들은 매번 그의 기술에는 새로울 것이 없다고 비난했지만 항상 애플의 새 제품들은 빅히트를 쳤다.
전자책 단말기의 불편한 점 중 손꼽히는 부분은 어두운 곳에서 패널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북라이트'라는 액세서리를 제공했지만 밤에는 라이트를 꽂거나 스탠드를 찾아야 하는 기기는 꽤나 불편했다. 가독성이 떨어지고 눈의 피로가 오더라도 밤에도 조명 걱정할 필요가 없는 태블릿이 더 유리하게 됐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은 아마존은 곧 킨들에 '프런트 라이트'를 탑재했다. 밤에도 스탠드나 북라이트 없이 책을 볼 수 있게 됐고 라이트 기능을 사용해도 그리 눈부시지 않은 내부 기능은 꽤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전자잉크에 이미 익숙한 이들에게는 기존의 불편함을 극복하는 소소한 기능의 탑재가 그 기기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주기도 했다.
전자책 단말기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 예상과 달리 비교적 낙관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조차도 다시 전자책 단말기를 구입했고 1년 넘게 사용했지만, 여전히 만족도는 높다.
기기만 언급했지만 사실 전자책 단말기가 아닌 전자책이 시장에 잘 자리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것도 또하나의 이슈일 것이다. 전자책이, 그리고 책이, 나아가 책을 만드는 출판사들이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단말기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다소 우울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아 이 글은 이쯤에서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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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력'으로 살아난, '7인치'에 밀렸던 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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