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저 회사 그만두고 싶어요."... 후배의 말에 사실 깜짝 놀랐다.
오마이뉴스
몇 개월 전, 지인 결혼식에서 '그 후배'를 만났다.
"형, 결혼식 끝나고 잠깐 시간 되나요?"최근 삼성전자에 입사해 주변의 부러움을 사던 후배였다. 나는 혼쾌히 응했고 결혼식 후 근처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형, 저 회사 그만두고 싶어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아닌 것 같아요.""…."사실은 깜짝 놀랐다. 물론 누구나 한번쯤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도전해보고 싶어하지만 다른 회사도 아니고 삼성전자에 갓 입사한 후배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 후배의 이야기는 이렇다. 학사장교 전역 이후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곳 저곳 원서를 넣어봤는데 삼성에 덜컥 합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일을 몇 개월 해보니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너무 거리가 멀고 주말 출근도 종종 하는 부서라 진로탐색을 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는 게 이유였다. 남들은 다 부러워하는 직장이지만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의미 없이 사는 삶이 될까 두렵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솔직히 멋있다고 생각했다. 요즘 같은 취업난에, 게다가 결혼할 여자친구까지 있는 친구가 진심으로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조언을 구하자고 온 후배에게 나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내가 그 후배라면 그런 용기가 나지 않았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 용기도 갖고 있지 않은 내가 무슨 충고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내 상황과도 많이 겹쳐 보였다. 나 역시도 전역 후 뭘 해야 할 지 명확하지 않아 우선 취업을 한 뒤 사회생활을 하다가 이후 진로를 계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 후 아이도 생기니 막상 선택할 수 있는 후보가 많지 않아 고민하던 찰나였다. 그 후배는 그런 내게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20대 개새끼'론의 당사자들은... 치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