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IT 기업을 통제하려고 해선 안돼"

[인터뷰] 보리스 데미르칸얀 아르메니아 교통통신정보기술부 차관

등록 2017.12.15 15:11수정 2017.12.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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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역할은 IT발전 방향설정과 기업을 위한 안락한 환경 조성"

보리스 데미르칸얀 아르메니아 교통통신정보기술부 차관은 지난 6~8일 서울 홍제동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열린 2017 글로벌 ICT 리더십 포럼(Global ICT Leadership Forum) 참석차 방한했다. 재치있는 언변과 행동으로 포럼 기간 동안 참석자들의 이목을 받은 데미르칸얀 차관은 서면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보리스 데미르칸얀 아르메니아 교통통신정보기술부 차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주관한 글로벌 ICT 리더십 포럼 둘째날 만찬장에서 연설을 하는 차관
보리스 데미르칸얀 아르메니아 교통통신정보기술부 차관한국정보화진흥원이 주관한 글로벌 ICT 리더십 포럼 둘째날 만찬장에서 연설을 하는 차관함영숙 사진기자

- 한국 IT산업의 어떠한 측면이 인상 깊은지?
"본인이 관심있는 것은 특정한 분야나 획기적인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한국이 단시간에 현재의 성과들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기계류와 자동차 생산 분야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국가들은 단시간에 해당 분야에서 입지를 잃었다. 반대로 한국의 경우에는 이들 품목에 있어 국내외적인 입지를 강화했다. 한국은 그 과정에 있어 해당 품목에 대한 과장된 PR을 하지 않고 앞서 수립된 전략에 따라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전진하는 고도로 조직화된 행보를 보였다."

- 포럼 기간 동안 평창 ICT 체험관을 방문했다. 어떤 기술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는 기술을 접하지 못했다. 단, 인간의 잠재력이 방대하다는 사실과 가능성과 지식, 기술이 선하고도 인류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할 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신했다. WHD(Wide High Definition) 영상 스크린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아르메니아는 2018년도에 제17차 프랑코포니 정상회담(프랑스어 사용지역 간의 협력을 도모하는 국제행사 - 역주)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장비가 있다면 행사를 더욱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움직임에 따라 작동하는 쌍방향 카메라를 행사에 동원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아르메니아 사절단 글로벌 ICT 리더십 포럼 셋째날 열린 두번째 세션에 참석한 아르메니아
 사절단. 좌측부터 보리스 데미르칸얀 차관, 에두아르드 네르시시얀 디지털아르메니아재단 이사장, 고하르 마루미얀 전략이니셔티브센터 기술혁신팀장의 모습이 보인다.
아르메니아 사절단글로벌 ICT 리더십 포럼 셋째날 열린 두번째 세션에 참석한 아르메니아 사절단. 좌측부터 보리스 데미르칸얀 차관, 에두아르드 네르시시얀 디지털아르메니아재단 이사장, 고하르 마루미얀 전략이니셔티브센터 기술혁신팀장의 모습이 보인다. 함영숙 사진기자

- IT산업의 어떤 분야에 있어 한국-아르메니아의 협력 가능성을 보는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그리 쉽지만은 않다. 국가 간의 협력은 분야에 관계없이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만 한다. 협력하는 당사자 간의 거리가 순차적으로 좁혀져야만 하고 무엇보다도 경제, 문화, 정치 등에 있어 협력에 임하는 당사자의 이익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아르메니아 IT분야 협력은 첫 걸음을 뗐다. 현재 양국은 IT분야에 있어 협력 가능성을 면밀하게 분석하기 위한 작업을 앞두고 있다.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출국 당일에 공항으로 향하면서 잠시 언급했던 바와 같이, 한국 IT기업의 아르메니아 현지 파일럿 프로젝트 실행, 아르메니아 내 5G 공동구축사업, (IT를 접목한) 교육 사업 등에 있어 한국-아르메니아 협력을 위한 올바른 공식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 외국 IT기업들이 아르메니아 내에서 고급인력을 앞다투어 채용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아르메니아의 디지털 전환과정(digital transformation)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
"그러한 추세는 디지털 전환과정과 별개로 고려되어야만 한다. 디지털 전환과정은 한 국가의 노동인력에게 돌아가는 이윤이 있는지 여부를 떠나 지속된다. 디지털 전환과정이 아르메니아 인력시장의 추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으며, 인력시장에 영향을 주더라도 요원한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아르메니아 정부는 외국 기업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다. 초기에는 외국 기업이 고급인력 채용을 위해 아르메니아에 진출할 것이나 기업하기 좋은 법체계와 지정학적 위치 등을 이유로 결국엔 아르메니아에 정착하게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이다."

- 한국의 디지털 전환과정은 정부 주도하에 이룩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00년대 초반에 IT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기반시설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르메니아에도 이와 같은 모델이 적용 가능한가?
"아르메니아에 한국의 모델이 온전하게 적용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렇게 생각하는 데는 주객관적인 근거 몇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전환의 시작점이라고 여겨지는 21세기 초반과 비교했을 때 15년여 세월이 지난 현재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의 종류와 의사결정 메커니즘, 목표 그리고 이를 달성할 능력에 있어 변화가 있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국가의 디지털 전환을 통한 행정적 역량 제고 가능성을 보고 있다. 특히 민간 부문에 있어 그 가능성을 보고 있는데, 이에 정부는 국가의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기본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민간부문과 기업을 위한 안락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물론 정부는 기업을 통제하려고 해선 안된다. 위와 같은 역할을 통해 정부는 디지털 전환이 조화롭게 진행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데미르칸얀 차관 내외 글로벌 ICT 리더십 포럼 넷째날 방문한 평창 ICT 체험관에서 해설사의
 인공지능로봇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데미르칸얀 차관 내외
데미르칸얀 차관 내외글로벌 ICT 리더십 포럼 넷째날 방문한 평창 ICT 체험관에서 해설사의 인공지능로봇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데미르칸얀 차관 내외신정철

- 희박한 인구로 인해 아르메니아 국내산 재화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낮은 실정이다. 아르메니아 시장 확장을 위한 계획이나 프로그램이 있는지?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ICT)분야의 아르메니아산 재화 및 서비스에 대한 내수는 적지 않다. 인구 부족으로 인해 아르메니아의 국내 시장 규모가 작은 것은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디지털 전환수단을 통해 아르메니아의 인구를 증가시키고 그에 따라 내수를 진작시킬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내수시장 진작을 위한) 몇 가지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아르메니아 정부는 국민 삶의 질 향상을 통해 내수를 진작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외국자본 유치를 위한 안락한 환경 조성은 소비자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새로운 사업분야를 형성시킬 수 있다. 그렇지만 아르메니아 내수는 혁명적으로 진작되지 않을 것이므로 (아르메니아 내수 진작에 있어) 수출과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핵심적인 과제이다. 한국은 아르메니아에 있어 내수 진작을 도모하고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통하는 '관문'이 될 수 있으며, 아르메니아는 한국에 있어 유라시아경제연합(Eurasian Economic Union, EAEU) 시장과 중앙아시아로 진출할 수 있는 관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르메니아 정부는 양국 협력의 잠재성을 보고 있다."

- 서울에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어느 장소를 방문하고자 하는가?
"기회라는 것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의 열매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아르메니아가 양국관계를 올바르게 건설해 나아가고 국익이 교차하는 분야를 찾게 된다면 양국 교차방문을 위한 명분은 다분해질 것이다. 사실 본인은 한국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어 이렇다 할 장소를 방문하고자 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렇지만 짧은 포럼기간 동안 본 서울이 진심으로 마음에 들었으며, 그동안 사귄 새로운 친구들(ICT 산업 관계자들 및 정부기관 관료들 - 역주) 덕분에 다음에 서울을 방문하게 된다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주관하는 글로벌 ICT 리더십 포럼은 2015년 이래로 공적개발원조(ODA)의 일환으로 매해 개최되고 있다. 올해에는 캄보디아, 아르메니아, 필리핀에서 온 장차관급 인사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키르기스스탄, 미얀마 등 국과장급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디지털인프라 구축과 디지털경제 발전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IT #정보통신 #아르메니아 #유라시아경제연합 #평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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