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이희훈
지난달 31일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조항을 신설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표면상 이 개정안은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가치의 노동을 하고도, 고용 형태가 달라 임금의 차별을 받는 노동자를 위한 법 같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하청의 임금격차 해소"라는 대의명분의 뒷면을 찬찬히 살펴보면, 오히려 사용자를 위한 법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관련기사:
"보수정당 최초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안... 민주당 반대할 텐가" https://omn.kr/24cij).
이유는 이 법의 동일가치노동 기준(직무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 등)이 30여년간 거의 변한 것 없는 남녀고용평등법의 동일가치노동 기준과 같기 때문이다. 1996년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이래로 지금까지 줄곧 회원국 중에서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크다는 사실은 그동안 이 기준이 사용자에게 얼마나 유리하게 적용돼 왔는지를 방증한다.
한편, 노동자들의 기본급이 이미 (최)저임금으로 동일할 때는 어떤가? 일터 안에서는 분명 차별이 아니지만, 일터 밖에서 조망하면 차별적인 대우라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사법부는 비교군의 업무가 같은지만 판단하는 곳이지, 그 업무의 실제 가치가 얼마인지 측정해주는 곳은 아니다. 오히려 이는 노사의 합의에 의해 결정될 사안이다.
동일가치 노동의 기준이 노사 중 어느 쪽으로 유리하게 정립될지는 결국 교섭력에 의해 좌우된다. 차별이 그대로 유지될지, 그렇지 않다면 임금이 상향평준화될지 하향평준화될지 말이다. 현재 시행 중인 남녀고용평등법이든, 국회에 계류 중인 김 의원의 개정안이든, 이 기준을 정할 때는 사용자가 "노사협의회의의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남녀고용평등법)이나 "근로자대표"(김 의원의 개정안), 즉 노동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노동자들이 힘을 얼마나 모으느냐에 따라 사용자와 대등하게 교섭할 수 있는 확률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절차에 따라 조직된 노사협의회의 근로자 위원들은 협의회란 이름 그대로 사용자 위원들과 '협의'만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근로자 위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중에 쟁의행위가 포함돼선 안 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협의는 당연히 사용자의 뜻대로 흘러갈 터다. 무엇보다 30인 미만의 사업장에선 이런 협의기구조차 설치할 근거가 없는데, 그 대안으로 근로자 대표를 뽑아도 문제는 남는다. 그 절차에 대한 규정 자체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용자의 입김에 의해 근로자 대표가 지정되기도 한다. 이 근로자 대표는 과연 누굴 위해 교섭하겠는가. 노동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관철하기 위해선 결국 노조가 제일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14.2%(2021년 기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남성보다 여성,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원청보다 하청,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노동자의 노조 조직률은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나 훨씬 적다. 어쩌면 여성, 비정규직, 하청,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그동안 교섭력이 없어서, 더 차별받았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법이 존재해도, 그들이 처한 현실을 온전히 보호해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남녀고용평등법만 해도 "남녀의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됐다.
청소 업무가 외주화된 뒤로 한참을 '남녀 차별없이' 최저임금 또는 그 이하를 받고 일했던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은 노조를 조직하고부턴 그보다 좀 더 나은 급여를 지금까지 받고 있다. 역시나 남녀 차별없이.
물론 상향 평준화된 그들의 급여는 30여년 전 정규직 청소 노동자의 임금 수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그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제3자라고 주장하지만 실은 그들의 노동 조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진짜 사장' 연세대와 매년 '교섭'하려 한다. 교섭이 지지부진할 때는 투쟁도 불사한다. 솔직히 그들이 남씨와 윤씨의 소송 과정과 그 결과를 알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속에서 벌어지는 차별을 끝내야 한다는 남씨와 윤씨의 문제 의식만큼은 부지불식간에 공유하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남씨와 윤씨는 법만 믿었지만 현재의 연세대 청소 노동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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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노동 동일임금', 오히려 사용자 위한 법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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