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왜 하고 있나 싶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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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장문의 메일을 주고받고 이곳저곳에 문의전화를 돌린다. 수차례의 시행착오와 거절로 인해, 하면 할수록 미궁으로 빠지는 듯한 일을 하면서 '이걸 왜하고 있나' 싶은 생각을 하루에 서른네 번 정도하는 것 같다. 분명 일에는 진전이 있는데 쏟아 부은 노력에 비하면 얼마 나아가지 못한 것 같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그냥 대충할까 싶은 유혹이 물결치던 어느 날, 무심히 읽던 공지 메일의 말미에 적힌 한 문장이 유혹의 물결에 흔들리던 내 마음을 잠잠하게 만들었다.
"Don't make fun of people who are trying to better themselves."
(스스로 나아지려는 사람들을 조롱하지 마라.)
다른 사람의 노력을 존중하라는 말. 순간, "사람들"이 "자신"으로 바뀌어 보였고, 조금 더 나아지려 고군분투하는 스스로를 조롱했던 내 자신이 보였다. 그랬다. 노력을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되는 거였다.
2시간 화장해서 못생겨지기(?)도 하는데, 많이 느리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 일인데 의심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혹여 그 결과가 더 못나지는 것이라 해도, 잘해보려 노력했던 누나를, 나 자신을 조롱할 필요는 없을 테다.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 최선에 답이 어디 있나?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지. 타인이든 나 자신이든, 더 이상 답답해하지도 조롱하지도 않기로 했다.
정성스레 그을린 면봉을 들고 있던 누나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나는 꽤 오랫동안 썩 괜찮은 롤 모델을 곁에 두고서도 잘 배우지 못한 게 아니었나 싶다. 쩝, 누나 미안.
정말이지, 시작하면 끝을 보는 누나
백화점 일을 하지 않게 된 후부터 누나는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렇게 덕지덕지 챙겨 바르던 갖가지 화장품과 관리 용품 대신에 요즘엔 온 몸에 근육을 덕지덕지 붙이고 있다. 자형의 권유로 시작한 테니스에 푹 빠진 덕분이다.
지난여름에 누나를 마주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얼굴을 제외하고 드러난 부위가 온통 까맸다. 구릿빛도 아니고 정말로 새까맣게 그을린 누나를 보고 한 10분은 잔소리를 퍼부은 것 같다. 그 하얗던 피부가 그렇게 까매질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렇게 되도록 땡볕에서 뛰어다닌 누나가 더 신기했다. 정말, 누나는 뭐든 대충하는 법이 없다.
누나는 요즘 어디선가 계속 메달을 따온다. 매달 들려오는 메달 소식을 듣고 있자니, 2시간 동안 화장하던 누나가 떠오른다. 혀를 차고 타박했지만 까만 몸에 하얀 얼굴만 둥둥 떠서 해맑게 웃던 누나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웃고 있다. 스스로 나아지려는 자. 누나는 언제나 그런 사람이었던 거다.
아무튼 옅은 화장을 한 요즘 누나는 짙은 화장을 했던 한창 때보다 훨씬 예쁘다. 살이 너무 많이 빠져 통통했던 볼은 사라졌지만, 엄마로서도 최선을 다하는 건지 '엄마스럽게' 예뻐지고 있다. 중간이 없는 이 롤모델을 이번에는 좀 본받아 보려한다. 누나가 받는 메달이야 못 받겠지만, 매달 받는 월급은 당당히 받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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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화장' 누나로부터 배운 인생 교훈,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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