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트라가 데이지를 품고 미소를 짓고 있다. 지트라의 미소는 따뜻하게 나를 감싸 편안하게 해준다. 어쩌면, 모든 부모에게서 나오는 자식을 향한 사랑이 아닐까.
신예진
그는 집에서 몇 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마을에서 유일했던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교육적 시설이 없던 마을이기에, 학교에서도 영어 선생님이 없어 체육 선생님께 영어를 배우곤 했다. 장난감이 갖고 싶은 소녀는 바나나 잎으로 장난감을 만들기도, 밤에 불을 켤 수 없어 등을 켜고 공부하기도 했다.
막내였던 그는 혼자서 마을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단다. 그에게 다른 세계를 알려준 것은 책뿐이었다. 책이라는 세계를 접한 뒤, 그는 온종일 학교 내의 도서관을 왕래했다. 그에게 도서관의 모든 책을 읽는 건, 세계를 여행하는 방식이었다.
책과 친구가 된 그는 방콕에 있는 쭐랑롱꼰(Chulalongkorn)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당시 태국에서 가장 인기 있던 대학이다. 마을 이장이던 아버지는 지트라가 정부를 위해 일하기를 원했고, 아버지의 바람대로 그는 정치학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은 그에게 새로운 지평이 열어주었다. 교육봉사 등의 경험을 물론, 다양한 친구를 사귀며 그는 한 번뿐인 대학 생활을 즐겼다.
학과 내 대부분의 친구가 명품을 들고 다니며, 구내식당이 아닌 비싼 식당을 찾고, 본인의 차를 몰고 다니는 모습은 그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이와 달리, 그는 생활비를 비롯해 가족에게 보낼 돈을 벌어야 하는 형편이었다. 전화교환원을 처음으로 일을 시작한 그는 정부 부처에서도 일을 하며 생계를 벌었고, 가족에게 틈틈이 돈을 부쳤다.
1999년, 그는 남편과 함께 회사를 차렸고, 그로부터 5년 뒤, 소중한 아들을 갖게 되었다. 엄마라는 역할은 세월을 빠르게 지나가게 했다. 어린 시절 책을 파고들던 꼬마 소녀는 두 아들의 엄마가 되어 아들에게 종종 말하곤 한다.
"너 자신에게 좋은 일을 해. 너에게, 그리고 다른 이에게 피해가 되는 어떤 것은 하지만. 너는 네가 해야 할 일을 해. 좋은 일을 하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