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배달앱서 할인판매 했는데, 중개수수료는 '정가'로 내라?

'할인비용 뺀 금액에 수수료 부과' 배민 공지 내용과 달라... 점주들 "너무 부당"

등록 2024.05.19 18:45수정 2024.05.19 19:20
1
원고료로 응원
a

할인 가격이 아닌 정가에 부과되는 수수료 영수증은 할인된 금액으로 되었지만 매장 주문서는 정가로 표시된다. ⓒ 권성훈

 
모 피자브랜드 가맹점주 A씨는 본사가 전국적으로 실시한 '4000원 할인 행사' 기간 중 배달 주문 한 건마다 '299원(VAT 포함)'을 손해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저 전혀 몰랐어요. 배달의민족을 통해 실시하는 '할인 판촉' 행사 할인금액을 본사와 같이 반반 부담하는 것만 고지 받았거든요. 배민의 중개수수료가 '할인가'가 아닌 '정가'에 붙는다는 사실은 이번에 알았어요."

배달의민족(아래 배민)의 중개수수료는 고객이 주문한 음식 가격의 7.48%(VAT 포함)다. 위 사진과 같이 주문한 음식이 3만900원이면, 배민이 중개수수료로 2101원을 가져간다. 그런데 4000원을 할인 판매하였으니 점주는 당연히 4000원을 뺀 2만6900원에 중개수수료가 부과되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정가에 중개수수료가 부과되고 있었다. 점주는 할인 부담금에(50% 부담이니 2천 원), 할인액 4천 원에 부과되는 중개수수료 299원까지 떠안은 것이다.

사실관계를 조사하던 중 한 가지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다. 배민의 중개수수료 부과 기준 공지에는 명확하게 '주문금액에서 고객 할인비용을 뺀 금액'에 중개수수료를 부과한다고 쓰여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일까?

배민 정도의 기업이 잘못된 사실을 공지할 리 없다는 전제로 이 문제가 배민과 특정 브랜드 간 계약에 한정된 상황일 수도 있다 판단했다. 따라서 조사 대상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5개로 확대하여 자료를 수집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5개 브랜드 모두 할인 전 정가를 기준으로 중개수수료가 부과되고 있었다. 

문제의 본질
 
a

배달의민족 주문금액 관련 중개이용료 안내 ⓒ 배달의민족

"우리 브랜드도 매달 수없이 할인을 많이 합니다. 먼저 이번 중개수수료 부과 기준에 대해 본사로부터 고지받은 바 없고요. 특히 저는 '울트라콜'이라는 정액(8만8000원) 선납 광고(이 광고는 중개수수료가 없다)를 이용 중이라 해당 사항이 없죠. 그러나 동료 점주 중에는 '배민1'이나 '오픈리스트'처럼 주문 건에 중개수수료가 붙는 상품을 이용하는 점주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형평성'의 문제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 〇〇〇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 B씨


"정말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중개수수료' 부과 기준이 이렇다는 사실을 몰랐거든요. 심지어 우리 본사 담당자에게 문의했더니 '공식적인 확인을 해 줄 수는 없다'라고 하네요. 오히려 담당자가 '배민'뿐만 아니라 '쿠팡이츠'도 같은 상황인데 왜 그러냐는 엉뚱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배민 건이 먼저 확인되어서 이것부터 물어보는 건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 △△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 C씨


이처럼 조사에 참여한 해당 브랜드 점주들 모두 본사로부터 '중개수수료' 부과 기준에 대해 전혀 고지받은 바가 없었다고 전했다. 따라서 점주들이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플랫폼이 프랜차이즈 브랜드 할인 행사에는 자사의 공식 기준과 다르게 할인가가 아닌 정가에 '중개수수료'를 징수한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누가 봐도 불합리해 보이는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광고·판촉' 행사를 주도한 본사일까? 아니면 중개수수료 징수의 주체인 플랫폼일까?

이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사람은 **햄버거 점주 황성구씨다. 그는 본사가 실시한 전국적 할인 행사(2천원) 때의 매출을 정산코자 '배민'에서 정산서를 다운받아 보던 중 중개수수료가 할인가가 아닌 정가에 부과된 것을 발견했다. 대부분이 지나친 이 문제를 그가 발견한 것은 어쩌면 그의 전직이 숫자에 밝은 은행지점장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저는 이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매장 픽업 영수증과 주문서를 한 번 봐주세요. 손님 영수증은 '2000원 판촉' 할인이 적용된 9900원인데, 매장의 배달의민족(배민) 주문서는 정가 1만1900원으로 찍혀요.

저같은 점주가 내야 하는 중개수수료는 주문서의 1만1900원를 기준으로 계산돼요. 안 그래도 본사 할인 판촉 비용을 점주들이 분담하는 마당에 할인 차액만큼의 중개수수료까지 점주들에게 부과되고 있던 겁니다. 너무 부당한 거 아닌가요?"


황성구 사장이 최초 주목한 것은, 할인 행사로 발생하는 손실비용에 부과되는 중개수수료 시스템의 부당함이었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앞서 밝힌 것처럼 점주들에게 할인 행사에 수반되는 비용에 대해 정확한 고지의 의무가 있는 본사가 관련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중개수수료 부과 주체인 배민의 경우는 대외적으로 밝힌 기준과 다르게 프랜차이즈 브랜드 할인 행사에는 '정가'를 기준으로 '중개수수료'를 부과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진 것이다.

현재 할인 행사를 주도한 프랜차이즈 본사는 중개수수료 부과 기준에 대한 점주들의 문의에 대해 별다른 입장 발표 없이 '배민 내부 문제라 모른다'라거나 '배민에 문의를 했으나 아직 답변이 없다'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고작 몇 백 원의 문제가 아니다
 
a

프랜차이즈 본사에 배민 수수료에 대해 문의하자 돌아온 답변. ⓒ 권성훈

서두의 점주 A씨의 할인 행사로 돌아가 보자. 점주 A씨는 할인 행사 때 평균 30건 정도를 팔았다고 한다(A씨 가맹점 매출은 해당 브랜드에서 평균으로 추정됐다). 가맹본사의 공식 할인 행사 지침은 한 번에 일주일씩, 연중 최소 9번 실시한다고 했다. 이를 기준으로 점주 A씨 1년 치 중개수수료 손실비용을 추론해 보면 대략 56만5000원(VAT 포함)이었다.

여기서 상상력을 좀 더 확대해보자. 이번에 조사한 5개 브랜드의 가맹점 수를 모두 더하면 2022년 기준 5229개였다. 그러니까 점주 A씨 브랜드의 연중 할인 행사 정책을 기준으로 5개 브랜드의 1년간 시행한 할인 행사 때 사용된 '고객할인비용'에 부과된 중개수수료를 계산해 보면 대략 29억 6천만 원(VAT 포함)이었다. 한 건당 299원은 적은 돈이다. 하지만 이 돈이 29억여 원에 이르면 그 느낌은 사뭇 다르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배달 앱'의 각종 수수료와 비용에 대해 이미 임계점에 달하는 불만을 가지고 있는 가맹점주들은 이번 사안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함에도 많은 점주가 이 문제를 간과했다. 그 이유는 그들 앞에 쌓여있는 청구서와 정산서의 많은 숫자가 이 문제를 가린 데다 '홀로 자영업자'인 점주들이 일과 후 정산조차 제대로 못하고 지친 몸을 뉘어야 하는 지독히 빠듯한 현실 때문이다.

이처럼 플랫폼과 프랜차이즈에 갈수록 종속화되는 자영업계의 문제는 이제 '자정'에 기댈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듯하다. 이제는 정치권과 국가가 나서 문제점을 바로 잡아야 할 차례다.

한편, 배민 본사는 오는 20일 이번 일 관련 브랜드 점주들과의 '소통'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배달앱 #플랫폼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세상 이야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2. 2 아파트 놀이터 삼킨 파도... 강원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
  3. 3 이성계가 심었다는 나무, 어머어마하구나
  4. 4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5. 5 7년 만에 만났는데 "애를 봐주겠다"는 친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