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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돈 4천만원, 서울경찰청 코인 사건 피의자 불구속 대가"

'사건브로커 유착' 전직 경무관, 변호사법 위반 사건 1심서 징역 1년 실형

등록 2024.05.16 15:31수정 2024.05.16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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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법원 ⓒ 김형호


전직 고위경찰관이 코인 투자사기 사건 경찰 수사 무마 로비 명목으로 검경 사건 브로커에게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경무관) 출신의 이 전직 경찰관은 경찰대 2기 출신으로 2023년 2월 국가수사본부장에 지원했다가 낙마한 인물이다.

광주지방법원 형사 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는 16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장아무개(63) 전 경무관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징역 1년에 추징금 4000만 원을 선고했다.

장 전 경무관은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수사를 받던 탁아무개(45·구속 재판 중)씨 사건 처리와 관련해 2023년 6월 브로커 성아무개(63·구속 재판 중)씨로부터 총 4000만 원을 받고 사건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 전 경무관은 서울청 수사부장 시절 부하직원이었던 박아무개(52) 경감이 탁씨 사건의 수사팀장이라는 점을 알고서, 검찰 송치 전까지 수사 정보제공 및 불구속 수사 등을 조건으로 총 8000만 원을 받기로 성씨 측과 약속했고, 수수 사실이 확인된 4000만 원은 그중 일부라고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밝혔다.

이에 대해 장 전 경무관 측은 "재직 중인 회사가 금전적 어려움에 처해 있던 시기, 수년간 친분이 있던 (브로커) 성씨로부터 회사 계좌로 4000만 원을 빌렸을 뿐 사건 청탁과는 무관하다"고 혐의를 부인해왔다.

탁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이뤄지던 시기 수시로 이뤄진 성씨와 통화 기록과 만남 등 접촉을 두고는 "오랜 경찰 재직 경험을 통해 체득한 정보에 바탕을 두고 사건 대응과 관련해 원론적 조언을 했을 뿐, 수사팀을 통해 얻은 정보를 건넨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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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사건브로커 성 아무개(63·구속 재판 중)씨 ⓒ 독자 제공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장 전 경무관이 받는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탁씨가 처한 상황과 사건 규모 등에 미뤄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이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되지 않은 점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짚었다. 당시 탁씨는 동종 전과가 있었던데다 누범 기간이었으며, 별건 투자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구속영장 신청이 검토조차되지 않았고, 수사 결과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탁씨의 당시 상황 및 사건 내용에 미뤄 매우 이례적이다"고 밝혔다.


재판부 "동종 전과에 누범 '코인 사기범' 구속영장 미신청 '매우 이례적'"

이어 "당시 사건 수사팀장과 수사관은 증인으로 출석해 구속영장 신청이 검토되지 않고 일부 혐의만 송치된 것 역시 이례적인 조치가 아니라고 진술했으나,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청 금수대 수사팀장이었던 박아무개(52) 경감은 수사 기밀 누설 혐의로 이 사건 재판부에서 별도 재판을 받는 중이다.

수사 정보제공 혐의와 관련해서도 "(서울경찰청 금수대) 수사가 진행 중인 동안 수사팀을 통해 수사 정보를 제공받아 성씨에게 제공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녹취록과 수사 기록, 경찰 내사 기록, 브로커 성씨의 법정 증언, 통화 내역 등 증거가 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금품 수수 경위와 관련해선 "수사 정보 제공 및 불구속 수사 대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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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 권우성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열린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장 전 경무관에 대해 징역 3년과 추징금 4000만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공판 과정에서 증인으로 나선 브로커 성씨와 탁씨는 검찰 측 주장에 힘을 싣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탁씨의 경우 브로커 성씨와 현직 고위 경찰관들의 서울 강남 한정식집 회동 후 자신을 향한 서울경찰청 금수대의 수사 기류가 온건하게 바뀌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기도 했다.

탁씨는 지난 2월 이 사건 공판 법정에 출석해 "코인 투자사기 금액이 당초 370억 원대였으나 검찰 송치 때는 10억 원대로 줄었고, 구속을 크게 염려했으나 이 사건과 관련해 끝내 구속되지 않았다"며 "수사기관에 대한 성씨의 로비 영향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스스로 증언했다.

이 사건 수사 정보를 장 전 경무관에게 듣고 탁씨에게 전달한 브로커 성씨는 탁씨에 대한 검경 수사 무마 로비 명목으로 2020~2021년 사이 탁씨로부터 17억 원 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돼 지난 2월 징역 3년 6월의 실형과 추징금 17억 1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성씨는 또한 2021년 전남경찰청 승진 인사 비리와 관련해서도 지난 4월 징역 1년의 실형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그는 광주경찰청의 2022년 경감 승진 인사 비리와 관련해서도 현직 치안감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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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김진호)가 검경 수사 로비 명목 등으로 18억5400만원의 금품을 챙긴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긴 성아무개(63)씨가 고위 경찰관들을 만나 로비 활동을 한 것으로 파악된 서울의 한 고급 한정식집. ⓒ 누리집 갈무리


탁씨의 경우 2023년 10월 광주경찰청에 의해 별건 사기 사건으로 구속되기 전까지 광주지검 등 다수 수사기관에서 줄곧 구속되지 않고 불구속 수사를 받았다.

브로커 성씨를 지난해 8월 체포한 뒤 재판에 넘긴 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김진호)는 성씨를 둘러싼 다른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성씨는 탁씨 사건 검경 수사 무마 로비, 경찰관 인사 비리 외에도 지방자치단체 관급계약 비리, 인터넷 도박단 범죄수익(비트코인) 환전 사건 등에 연루돼 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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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코인투자사기 #사건브로커 #금융범죄수사대 #경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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