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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항공기 충돌까지 고려"했다지만 핵폐기물 저장시설 '우려'

[기획②] 한수원, 임시시설이라며 50년 이상 장기 운영 설계 고려?... 용도, 운영 기간, 위험성은

등록 2024.05.21 12:23수정 2024.05.2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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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w한빛원전에 핵폐기물 저장시설 추가...
오마이뉴스는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추진하는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신설 사업 관련 문제점을 짚는 기사를 총 5편 보도합니다. 전남 영광 한빛원전 사례를 주로 살피겠으나, 부산 고리원전 경북 한울원전 사례도 다룹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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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 한 활동가가 "핵례기물 10만년 (위험성)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팻말을 들고 서있다. 당시 경북 월성원전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추가 건설에 대한 울산 북구 주민들의 찬반 투표(6월 5~6일 본투표)를 앞두고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위한 퍼포먼스 중 하나로 진행됐다. 이들은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은 10만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도 안전하게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6.2 ⓒ 권우성


전남 영광 한빛원전 지상 부지에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신축을 위한 설계 작업을 물밑 추진 중인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은 다수 건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한빛원전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종합 설계용역' 공고 등에 따르면, 이 시설 사업 부지 면적은 국제규격 축구장 면적의 4배 이상 수준인 3만3000㎡(약 1만평). 건축물 크기는 1만7550㎡(약 5300평) 규모다.

시방서에 따르면 건식저장시설은 크게 3개의 건물과 기타 시설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건식저장시설과 출입보안관리건물, 통제건물이다. 여기에 보안시설과 운반도로가 포함된다.

건식저장시설은 원자로에서 타고 남은 폐연료봉 등 사용후핵연료가 특수용기에 담겨 보관되는 공간이다. 저장구역, 인수구역, 유지보수구역, 현장사무실, 보건물리실, 제염 및 샤워실, 전기기계실 등이 들어선다.

출입보안건물에는 출입관리시설, 홍보전시실, 보안감시설비, 예비 용기 보관창고 등이 들어선다. 통제건물은 저장현황 표시장치 등이 설치된 제어실, 전산실, 자료실, 사무실로 구성된다. 보안시설은 이중울타리와 CCTV 등 감시설비를 이른다. 발전소 내부 사용후핵연료를 건식저장시설로 운반할 도로와 건식저장시설 내부 운반도로도 건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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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 한빛원전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계 용역을 발주하면서 첨부한 시방서 내용. 건식저장시설이 50년 이상 장기 운영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 한국수력원자력


건식저장시설은 50년 이상 장기 운영에도 성능이 유지되고 구조물의 건전성이 확보되도록 설계하도록 했다. 지역사회가 이 시설이 영구 핵폐기장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할 만한 내용이다.

원전 사업자 측은 특히 미임계 유지, 규제요건 초과 방사성물질 방출 금지 등을 기본 안전 요건으로 하여, 설계에 반영하도록 했다. 미임계와 대비되는 핵임계 사고는 제어할 수 없는 중성자 연쇄반응이 발생해 방사선이나 에너지가 방출되는 대형사고를 가리키는 데, 시설 화재 등 사고 발생 시에도 핵임계 사고로 연결되지 않도록 설계하도록 했다는 게 사업자 측 설명이다.

설계기준 지진 최대지반가속도는 0.3g 이상으로 했다. 내진설계 값 단위인 최대지반가속도는 건물에 미치는 실제 지진의 힘으로 통상 0.3g는 7.0 수준의 지진을 의미한다.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이 작지 않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것은 한수원의 용역 시방서에 언급된 사항만 보더라도 짐작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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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 한빛원전 5, 6호기 발전소 내부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 독자제공


원전 수조(물탱크)에 수년간 저장해 둔 사용후핵연료를 특수제작한 용기에 담아, 특수제작된 시설(건식저장시설)에 보관한다는 것인데, 이때 '항공기 충돌사고'에도 견딜 수 있도록 건물을 설계하도록 했다. 실수로 인한 충돌 사고는 물론 의도적 사고 모두에 대한 대비로 풀이된다.

사용후핵연료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또는 고준위 핵폐기물로도 불리는데,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은 국내 원전과 연구시설, 병원 등에서 사용된 장갑, 작업복, 폐필터 등인데, 이를 최종 처분할 시설을 경북 경주에 갖추는 데만 수십 년이 걸렸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고준위핵폐기물은 원자로에서 타고 남은 폐연료봉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용을 다한 핵연료는 뜨거운 열과 에너지, 방사성물질을 내뿜는다. 위험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데 10만 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인류가 풀어야 할 난제 중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 "발전소 중단 피하려는 조치... 위험물질 집중, 모든 변수 고려해야"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원자핵공학 박사)은 "건식저장시설 신규 건설은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저장해둔 발전소 내 물탱크 포화가 임박해 원전 가동 중단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며 "사용후핵연료가 단일 시설에 밀집되는 만큼 위험성이 커질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위험이 생겨날 수 있다"고 짚었다. 한 소장은 이어 "안전 문제에 있어서 '절대 안전'은 없다는 마음으로 상정 가능한 모든 변수를 고려해야 하며, 대안 존재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기획①] 한빛원전에 핵폐기물 저장시설 추가... 사업자, '몰래 설계' 추진 논란 https://omn.kr/28qzz
[기획③] 내달 3개 원전 핵폐기물 저장시설 '지반조사' 착수할 듯... 한빛·고리·한울원전 일괄 조사업체, 7개월 안에 마치는 일정... 졸속 추진도 문제 https://omn.kr/28r1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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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원전 수명연장에, 추가 핵시설 건설까지 전남 영광 한빛원전에는 기존에 없던 핵시설인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이 추진되는 동시에, 40년 설계 수명 만료를 앞둔 노후 원전인 한빛 1, 2호기 수명 연장 절차가 원전사업자 한국수력원자력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광주와 전남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이 지난해 10월 11일 광주광역시청사 앞에서 한빛원전 1, 2호기 수명연장 절차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는 모습. 2023.10.11 ⓒ 안현주

#한빛원전 #건식저장시설 #설계착수 #항공기충돌 #핵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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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 제보 및 기사에 대한 의견은 ssal198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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