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적 여성정책과 노동하는 여성의 정치세력화

[논평] "3.8 세계여성의 날에 맞춰"

검토 완료

최현숙(bebreaking)등록 2003.03.08 14:45
"자본과 권력의 필요에 의한 신자유주의적 여성정책을 거부한다."

3.8 세계 여성의 날 95주년을 맞이하며, 우선 2월 18일의 지하철 참사로 인해 희생된 대구지하철 청소용역 여성노동조합원 3인의 명복을 빈다. 아울러 두산중공업 고 배달호 열사의 명복을 빌며, 석 달이 다되도록 고인을 묻지 못한 채 두산중공업 노동자들과 함께 힘차게 투쟁하고 있는 부인 황길영 여사의 투쟁에 머리를 숙인다.

1908년 3월 8일 죽음의 장시간 노동에 맞서 싸운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참정권 투쟁을 전 세계의 여성동지들과 함께 기리며, 지난 1년간의 한국의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우선 되돌아본다.

신자유주의적 농업정책에 맞서 자주권과 농촌과 쌀을 지키며 농민운동과 여성운동의 선봉에 선 여성농민동지들. 결국 죽음으로 항거한 최옥란 열사의 생존권 투쟁으로 상징되는 장애여성의 현실과 장애여성동지들의 힘찬 발걸음.

포크레인을 동원한 어린이집 2차 파괴· 2차 한강대교 고공투쟁·조합원 집단단식·알몸수색 등으로 점철되며 590일을 넘게 오늘도 투쟁하고 있는 시그네틱스 여성노동자들.

한국통신계약직노조의 517일간의 투쟁. 한진관광 면세지부 여성노동자들의 230일간의 투쟁.
카톨릭 병원과 경희의료원 등 보건의료노조 여성노동자들의 봄부터 겨울까지 이어진 투쟁. 발전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연대투쟁.

경기보조원·학습지교사·보험모집인노동자·외판원노동자·에니메이터·텔레마케터 등 특수고용직 여성노동자들. 여성이라는 이유로 우선 해고된 알리안츠 제일생명과 농협 여성노동자들의 법정투쟁. 서울시립대 대학노조 여성조합원들의 조기정년과 노동조건 개선투쟁. 학교급식 임시직 영양사와 학교도서관 임시직 사서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투쟁.

오늘도 여전히 거리와 노동현장에서 투쟁하고 있는 지하철·도시철도 청소용역과 그랜드힐튼호텔 청소용역 해고여성노동자 21인을 비롯한 수많은 여성노동자들.

그 모든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속에 외쳐진 낱말들을 떠올린다.

최저임금 현실화. 생리휴가 사수. 임신한 여성의 야간근로 저지. 출산휴가로 인한 해고. 10만원으로 시작된 육아휴직급여 논란. 일용직. 임시직. 비정규직. 계약직. 용역. 우선해고. 모성보호. 가정과 직장의 양립 가능. 직권중재. 할당제.

아울러 우리의 자매들에게 가해진 수많은 폭력과 그에 맞선 투쟁들을 다시 기억한다.

군사주의와 가부장제에 짓밟히셨던 정신대 어머니들의 끈질기고 기나긴 투쟁.

군산화재로 희생된 성매매 피해여성들. 저임금 성폭력 인신매매에 시달리는 이주 여성노동자들. 여아 성폭행을 비롯해 갖은 형태의 성폭력과 가정폭력의 굴욕에 맞서 싸워온 자매들. 강철구와 구로구청과 죽암 휴게소와 서울대병원 이상은 교수로 대표되는 수많은 성희롱 사건들과 이에 맞선 자매들의 연대투쟁들.

효순이와 미선이의 처참한 시신이 항변하고 있는 불평등한 소파개정 촛불시위와 이에 맥을 잇는 전 세계 여성동지들과 민중들의 반신자유주의 반전 투쟁.

지난 한해의 여전한 성차별과 성억압 그리고 이에 맞선 여성동지들의 피맺힌 투쟁의 연장에도 불구하고, "양성평등"은 이제 마치 시대의 유행어처럼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그 기본 철학으로 하는 노무현 정부의 여성정책에 대해 의심을 눈길을 거둘 수 없다. 노무현 정부의 여성정책에서 여전히 일관되고 있는, "여성노동의 무급가사노동우선과 노동시장 대체인력화", "가정과 사회에서의 성별분업 고착화" 관점에 우리는 반대한다. 이는 "출산율 1.3"으로 확인되는 시급한 노동력 부족 현상에 대처하기 위하여 자본과 권력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내는 편의적인 노동력 수급 정책에 불과하며, 우리 노동자들과 특히 여성노동자들에게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지속적이고 더욱 굴욕적인 복종만을 강제할 뿐이다.

진정한 양성평등의 실현은 자본과 권력이 만들어내는 노동력 수급 정책이나 이를 위한 시혜적 여성정책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특별히 정치와 정부 영역에서의 심각한 성적 불균형과 함께 "일하는 여성들의 낮은 정치적 대표성"에 주목한다. 모든 성차별의 현장에서 끈질기게 이어져온 여성들의 요구와 투쟁은 결국 정치권에서 결정하는 법과 제도라는 그릇에 담겨 실질적이고 구속력 있는 효력을 발생할 때라야 정책의 실행과 계승 강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모든 투쟁의 과정과 성과를 통해 절실히 공감한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2002년 지방선거에서 16개 광역비례대표 1번 후보에 모두 여성노동자들을 세웠고, 9인의 여성노동의원을 배출한 것은 유일한 당선 가능성에 여성을 우선배치한 고무적인 결정이었다. 아울러 지난 3월 1일의 2003년 정기 당대회를 통해 모든 공직선거의 비례대표 후보 직선과 50%이상의 여성할당을 결정하였다.

이는 일하는 여성들의 정치적 대표권 강화와 "성평등 정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민주노동당의 정치개혁 의지와 실천을 확인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나아가 지역구 여성후보 30%이상을 비롯한 진정한 성평등 정당의 형식과 실질을 갖추어 나가기 위한 진보정당다운 노력과 선택을 기대해 본다.

아울러 우리는 정치권과 노무현 정부에게 이미 위헌으로 판정된 현행 선거구제를 개정하여 소선거구를 바탕으로 한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정치개혁 제도를 조속히 확정할 것을 촉구한다.

자본과 정권의 필요와 시혜에 의해서가 아니라, 억압당해온 여성들 스스로가 먼저 앞장서 성평등을 쟁취해내고 진정한 평등사회를 위해 연대하는 민중세력들이 함께 실현해내는 양성평등만이 진정한 평등임을 전 세계의 여성동지와 민중세력들과 함께 다시 한번 확인한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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