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인터넷 언론만이 '익명성'을 보장하고 있는가?

검토 완료

백종기(ykypp)등록 2003.03.16 11:08
그냥 살아도 짜증나는 세상이다. 아침에 학교를 가다보면 답답한 매연연기에 꽉막히 도로. 욕지거리를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 하지만 난 눈을 뜨면서 그 짜증을 몇배 증폭시키는 찌라시가 있으니.

그 찬란한 이름 '조선일보'이다.

유독 조선일보를 고집하시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대항하여 조선일보 사절을 외친지 어언2년 부모님에게는 씨도 먹히지 않고있고 필자도 다양성 추구의 한 축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로 하였건만 그래도 아직 내공이 부족한 탓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자칭 애국신문이고 민족신문인 조선일보의 기자들의 논조에는 역시 다양성 추구의 일원으로 딴지를 걸지 않겠다. 하지만 매일 아침 내가 유독 관심을 가지고 읽어 내려가는 '독자투고'란에 실리는 투고문들은 나의 가슴에 불을 지르곤 한다.

그럼 그 투고문들의 내용은 어떠한것들인가?

[의견] 정도 언론에 ‘안티’라니 (2003.02.19)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안티조선’을 외치는 사람들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의구심을 금할 수가 없다. 애당초 안티조선이라 하기에 북측 조선인민공화국을 가리키는 안티조선인가 하여 그럴싸하게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라 조선일보에 대한 안티라는 것을 알고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하필이면 어찌 안티조선일까. 일제에 항거했던 민족지로서 지금도 그 숭고한 정신으로 정도(正道)를 걷고 있는 언론에 박해를 가하다니. 정도는 외길일 뿐이다. 사도(邪道)인 옆길로 가라는 것인가. 이는 아무래도 이성과 오성의 착란증 행위일 것이다. 그렇다고 민족지를 협박 매도한다는 것은 ‘안티 민족주의’가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안티조선인은 순수한 이성으로 되돌아가서 안티(anti) 대신 프로(pro) 조선으로 전환하기를 애국심으로써 호소하며 부디 자성과 맹성 있기를 촉구한다.
(金炳坤 90·시인·전주시 완산구)


조선일보 2003년 2월 19일자 독자투고란의 투고문의 내용 전문이다.

우선 그다지 유쾌하지도 그다지 정곡을 찌르지도 않는 본문내용의 머릿글을 살펴 보자.

'안티조선'=북측 조선인민공화국을 가리키는 '안티조선'인가 하여 그럴싸하게 생각했는데...

안티조선이라 함에 대해 이리도 미비한 이해를 하시고 계신 독자님께서 어떻게 안티조선의 그름에 대해 논할수 있는가?

문제는 그걸로 끝나지 않고 조선인민공화국을 안티조선 이라 칭하는것이 그럴싸 하다는 투고자의 비유 자체가 역시 '조선일보식'이다.

자칭 민족지이고 또 독자들까지도 민족지임을 칭송해 주시는데 왜 통일에 관하고 이북에 관하여서는 왜곡된 자세로 임하는 것인가? 참으로 궁금한 부분이다.

그리고 더욱 재미있는 부분은 '안티조선'='안티 민족주의'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인 부분이다.

조선일보 독자의견란에 투고자 분의 논조에 의하면 '민족주의'와 '조선일보' 일맥상통하며 조선일보에 대한 일절반대를 주장하는것은 '민족주의'자체를 배격하는것과 다름 없다는 일원적이고 단순하고 명쾌한 답을 구할수 있다.

그래.좋다 나의 순전히 개인적 의심인 '독자투고' 란의 투고자가 과연 누구일까? 하는 개인적의심을 버리고 정말 순수한 독자가 제보한 글이라고 치자.

과연 위의 독자투고문이 '민족지' '애국지' '구독률1위' '영향력이 큰 언론2위'의 신문에 실릴만한 투고문인가?

투고문 내용의 부실함은 물론 기사의 형평성마저도 철저히 외면한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을 띄는 글이다.

조선일보는 익명성에 대해 이런 기사를 내 보낸적이 있다.

[기자수첩] 인터넷 ‘욕 팔매질’ (2002.12.26)

“XXX, 줄 잘못 섰다가 이젠 갈 판” “X 같은 XXX는 방송에서 추방돼야 해” “○○○ 후보에게 붙은 XXX는 무덤을 파야 해”….

요즘 인터넷상에는 이런 낯뜨거운 내용의 음성파일이 나돌고 있다. ‘19세 이상 청취가’는 오래 전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초등학생이라도 우연히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갔다면 만날 수 있다. 모 인터넷 방송이 제작한 ‘대통령 선거 이후 X된 인간들’이란 제목의 음성파일이다. 특정후보를 지지했던 연예인들에 대한 원색적인 욕설뿐 아니라 특정 정치인을 지칭해 “X 같은 X야” “병에 걸렸나, 왜 그리 조급해”라는 등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인터넷 세대 2030세대들이 주도한 ‘세대혁명’이라고 불리는 이번 대통령선거, 그러나 뒤끝이 너무 안 좋다. ‘인터넷 선거혁명’이란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 일부 네티즌들은 익명성을 이용해 글을 통해서도 특정 연예인들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연예인들이 선거 때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그 정치적 성향을 이유로 선거 후 연예인이 불이익을 받는다면 그건 후진국 현상에 다름 아니다. 연예인은 정치실력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에 국한된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이번 대통령선거를 통해 인터넷은 정치란 영역을 포함해 한국 사회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동인(動因)으로 2030세대에게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가수 신해철씨는 선거 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영화배우 명계남씨가 했던 ‘연예인 종자론’과 관련해 “마음을 상한 분들에게 대신해서 사과하고 싶다”며 “상처 남긴 이야기들을 뒤로 접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이런 자세가 필요한 것 아닐까.

(安勇炫·산업부기자 justice@chosun.com )


조선일보는 끊임없이 인터넷의 익명성. 특히 인터넷 뉴스매체들의 익명성에 대해 부정적인 논조를 띄고 있음은 물론이며 촛불시위 자작극에 대한 기사를 유독 관심깊게 다룬적도 있다.

익명성의 부정적인면 긍정적인면에 대한 판단은 쉽게 내릴수 없지만
내가 곰곰히 생각해본 익명성은 인터넷뿐만 아니라 신문의 지상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어떠한 일종의 '발상의 전환'을 얻어내었다.

어쩌면 조선일보가 얘기하던 익명성의 패단의 수순을 바로 그들이 밟아갈수도 있을수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