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마저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니시겠죠?"

오는 14일, 시인 이선관 11번째 시집 출간 기념 '철부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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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lsr)등록 2003.08.13 16:42

지난 해 연말 장애인연대 일일찻집에서의 <철부지> 공연 모습 ⓒ 이종찬

묵주가 쥐어져야 할 손에는
폰이
염주가 쥐어져야 할 손에는
폰이
십자가가 쥐어져야 할 손에는
폰이

('지금 우리들의 손에는' 모두)


"'편하니까' 쓰는 물건들이 우리를 부립니다. 자동차를 타면서 걷기를 잃어버렸고, 컴퓨터가 펼쳐준 가상공간을 기웃거리느라 현실세계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렸고, 핸드폰을 쓰다보니 얼굴 마주 보며 그리움을 배부르게 채워가는 일이 귀찮아졌습니다. 설마 하나님마저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니시겠죠?"

그렇다. 첨단과학기술문명은 실로 놀라울 정도로 우리들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한 그 때문에 우리는 우리들의 눈과 귀와 코와 입과 몸이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8월 초에 나온 이선관 시인의 11번째 시집 <지금 우리들의 손에는>(도서출판 스타)을 축하하는 시집출간기념회가,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마산의 한적한 바닷가에서 정말 소박하고도 간촐하게 열린다.

동요 부르는 어른 모임인 <철부지>(고승하)에서는 오는 14일(목) 밤 7시 마산 정금교회 농막 예배당에서 시인 이선관의 11번째 시집 출간을 기념하는 <아름다운 자리에 여러 분을 모십니다>라는 작고도 알찬 공연을 펼친다.

이번 공연은 이선관 시인의 통일시와 환경시에 작곡가 고승하가 곡을 붙힌, <철부지>들의 노래 발표에 이어 시낭송, 시인과 독자의 만남 등, 다채로운 축하공연이 벌어진다. 특히 2부에서는 참가자와 출연진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한마당 축제와 동시에 이 고장의 향토음식 나눠먹기 등도 곁들여진다.

이 공연의 총 연출을 맡은 작곡가 고승하는 "선생님은 한사코 (출판기념회를) 사양하셨지만 저희들끼리 축하공연을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라며 "선생님의 이번 시집은 우리들이 까맣게 잃어버리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되찾게 해준다"고 말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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