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국방', 어쩌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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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원(amharez)등록 2003.08.19 17:22

김대중 대통령의 '자주국방'발언을 비판한 <조선일보> 1998년 1월23일자 사설

노무현 대통령의 '자주국방'발언을 비판한 <조선일보> 2003년 8월16일자 사설
























이러한 논조를 펴던 <조선일보>는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이 자주국방 추진을 밝히자 다시 그들이 비판했던 DJ의 논리를 갖다대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조선일보>가 8월 16일자 사설에서 "자주국방이라는 개념 자체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중적 호소력은 있을지 몰라도, 엄밀히 따지면 상당히 낡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세계적 추세는 홀로서기의 의미가 강하게 담겨 있는 자주국방보다는 국제적 협력에 바탕을 둔 안보 전략을 채택하는 것이다. 일부 후진국들을 뺀다면 전 세계에서 자주국방을 기치로 내건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다"라고 한 부분은 5년 전 그들이 의문을 품었던 DJ의 발언과 완전히 일맥상통하고 있다.

도대체 <조선일보>는 자주국방에 관하여 대통령이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비난을 안 할 것인가? 우리는 그에 대한 정답을 알고 있다. 발언의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로 그 발언을 한 당사자가 중요한 것이다.

사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자주국방에 대해 회의적 발언을 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어쩔 수 없이 국방비를 삭감해야 하는 당시 정부의 속사정과도 관련이 있는 발언이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조선일보>가 김대중 대통령의 국방관을 문제삼고 나선 의도는 불문가지의 일일 것이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자주국방을 내세우는 것도 정부의 속사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군재배치 문제로 보수적(건전한 의미에서)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고, 더구나 21세기 첨단 군 육성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이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병역거부'를 외칠 정도의 급진 개혁 인사가 아니라면 대통령으로서 이 시점에 국방비 증액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은 극히 당연하다. 또 통일을 위해서나 전시작전권 환수를 위해서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발언일 수밖에 없다.

이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는 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필자가 가르치고 있는 고등학교 1학년 사회 교과서를 보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대안을 제시할 때 지적으로 정직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지적으로 정직한 사람의 대표적 특징은 바로 논리적 일관성이다. <조선일보>는 논리적 일관성을 상실한 신문이다. 이런 신문이 시비 걸 것을 우려해 대통령에게 말조심을 하라는 일부 개혁세력의 논리는 아예 대통령에게 입을 다물고 살라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은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인터넷 세상이다. 일부가 정보를 독점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조선일보>가 과거에 어떠한 논지로 이야기를 했는지 일 개인은 모를지 몰라도 대중은 알고 있고, 그것이 인터넷이란 공간을 통해서 퍼지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외국 신문의 논조를 얄팍한 영어 실력으로 반대로 해석해 내보낸다든지 하는 식의 '꼼수'도 네티즌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 망신을 당했던 <조선일보>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자주국방論 虛實 따져 봤는가
<조선일보>2003년 8월16일자 사설

노무현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가장 역점을 둔 메시지는 ‘자주국방’이었다. 노 대통령은 “자주독립국가는 스스로의 국방력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 10년 내에 우리 군이 자주 국방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솔직히 말해 상당수 국민들은 이 연설을 들으면서 ‘왜 굳이 광복절 날에…’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노 대통령은 그 전에도 여러 차례 주한미군 철수에 대비한 우리의 전략으로 자주국방을 언급했었다. 그러나 아무리 똑같은 내용이라고 해도 어떤 계기에,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국의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자주국방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외교적 오해나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서로 모순되는 게 아니라 상호보완 관계”라는 노 대통령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주한미군이나 한·미 군사동맹으로부터의 ‘자주(自主)’를 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등장하고 있다. 게다가 북핵으로 인한 안보위기가 여전하고, 한·미동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굳이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강조한 의미가 무엇인지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자주국방이라는 개념 자체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중적 호소력은 있을지 몰라도, 엄밀히 따지면 상당히 낡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세계적 추세는 홀로서기의 의미가 강하게 담겨 있는 자주국방보다는 국제적 협력에 바탕을 둔 안보 전략을 채택하는 것이다. 일부 후진국들을 뺀다면 전세계에서 자주국방을 기치로 내건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다.

노 대통령은 ‘10년 내에’ 자주국방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그것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재원이 소요될 것이다. 결국 국민들이 그 부담을 떠안게 될 수밖에 없다. 자주국방을 원치 않을 국민은 없겠지만 실효성도 따져야 할 것이다.
'DJ 국방관' 뭔지
<조선일보>1998년 1월23일자 사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의 「자주국방」에 관한 언급을 둘러싸고 다소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군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당선자는 20일 대통령직 인수위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자주국방이라는 구호를 사용하는데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세계 각국은 집단 안보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도 사실상 자주국방이 안되는데 우리만 유독 자주국방이란 말을 현실과 다르게 쓰고 있다. 우리는 한­미 동맹관계 등 우방과 집단 안보체제를 갖추고 있지 않은가』란 요지의 발언을 했다.

발언 내용 자체만을 놓고 볼때는 70년대부터 줄곧 써온「자주국방」이란 말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의미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진의가 뭔가에 있다고 할 것이다. 발언 내용에서도 감지할 수 있듯이, 자주국방을 비현실적인 구호로 표현하면서 집단안보를 강조하고 있어 김 당선자가 앞으로 국방분야에 관한한 후자쪽에 무게중심을 두려 하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준다. 자주국방이란 구호를 쓰지 않는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목표로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군 장비 현대화 등 군비증강 정책을 대폭 수정하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자주」운운의 배타적 용어를 배제함으로써 미국 등 우방과의 안보유대를 더욱 강화하는 쪽에 비중을 둔 정치적 발언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를 둘러싸고 대통령직인수위 자체 내에서도 혼선이 빚어지자, 군 출신인 임복진 인수위원은 『자주국방이란 말은 외국인에게 배타적으로 비칠 수 있지 않느냐』며 『다자간 안보체제란 추세에서 오해가 없도록 한 말일 뿐』이라고 부연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역시 새삼스럽게 자주국방을 문제삼은 김 당선자의 의중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차피 IMF사태로 인해 종래 정부가 추진해온 군비 증강정책은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정부 예산 전체를 대폭 축소하는 마당에 엄청난 환차손까지 감당하면서 조기 경보기 도입 등 무기구매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그것과 자주국방 포기와는 차이가 있다. 김 당선자가 이미 우리가 집단 안보체제를 갖추고 있음을 강조하면서도 그쪽에 비중을 더 둔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의도도 궁금하다. 자주국방이 이상이라면 집단안보는 현실이다. 이 두가지를 조화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우리는 본다. 김 당선자의 보다 분명한 설명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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