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생이여, 그래도 굴하지 마라

<새전북신문> 11월11일 1면 기사를 읽고

등록 2003.11.11 16:40수정 2003.11.1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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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945점에 학점 관리도 잘된 지방대생 이상두씨의 취업 실패기는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더구나 1천2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지만 서울 본사 부사장의 직권으로 입사가 취소되었다는 소식은 이 나라에 공정함이 있는가를 반문하게 한다.

대한민국은 현재 중병을 앓고 있다. 그 핵심은 서울로의 집중이고, 거기 끼지 못한 자에게 슬픔을 안겨주는 구조다. 돈도 사람도 물건도 좋은 것은 서울에 있다는 착각이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소신을 가지고 지방에서 살아온 사람은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부적격자, 자격 미달자 취급을 당한다.

필자도 85년 겨울 서울에서 취업에 성공하기까지 숱한 고배를 마셨다. 대략 1백군데 정도를 찾아 다녔다. 학점도 변변찮은 지방대생 김아무개에게 서울의 인사 담당자들은 치사하게 굴었다. “월급은 얼마나 받길 원하느냐”며 스스로 몸값을 책정하도록 하는 회사도 있었다. 기자 지망생인 필자에게 “기사 작성 외에 영업도 할 수 있느냐”고 묻는 영세 잡지 발행인도 있었다. 그러나 지방대생은 목표가 뚜렷하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넘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이 직장을 우습게 알고, 다니다가 여차하면 때려 치는데 반해 지방대생들은 한번 시켜주면 자신을 발탁해주었다는 고마움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사례를 많이 보았다.

면접에 임하는 지방대생들에게 이런 면을 강조하도록 권하고 싶다. “저는 시켜만 주면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지만 자기 나름의 절박성을 담아 얘기한다면, 혹 그 인사 담당자가 매사에 고마워할 줄 모르는 서울 지역 대학생들에게 질린 사람이라면 뜻밖의 우호적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취업 방법으로 업종 고수, 눈높이 조정의 2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처음부터 원하는 업종의 원하는 회사에 들어갈 수 없다면 작은 회사에 들어가 나중에 경력 사원으로 입성하는 방안이다. 필자도 월간지, 주간지를 거쳐 나중에는 유력 일간지의 주요 부서에서 일할 수 있었다. 만 6년 정도 걸렸던 고통스러운 기간이었지만 당사자의 투지만 있다면 괜찮은 방법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지방대생 취업은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지역인재 할당제, 지역 내 산업 활성화 등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서울 소재 유수 기업들이 지방을 판매처, 수금처로만 보는 관행을 제도를 통해 고쳐내야 한다. 만일 어떤 기업이 전라북도를 자기네 물건 파는 장소, 돈을 빼내가는 장소로만 알고 채용에 있어 인색하다면 단결된 행동을 통해 고쳐야 한다. 필요하면 수도권에 사는 3백만 전북인과도 연대해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 아울러 지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역사회 전체의 부단한 노력이 긴요하다.

취업 준비생들로서는 찬 바람만큼이나 마음도 추운 계절이 돌아왔다. 지방대생이여, 그래도 굴하지 마라. 당신의 가장 큰 라이벌은 서울의 편견도 지방의 열악함도 아닌 당신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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