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비준 동의 거부하는 것이 옪은 것인가

자유무역체계, 거부할 수 없다면 선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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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근(prog21)등록 2004.02.12 16:12
지금은 글로벌시대이다. 일본산 자명종 소리에 눈을 뜨고, 중국산 칫솔로 이빨을 닦고, 미국산 시리얼을 먹고, 프랑스산 화장품을 바르며 출근을 한다.

우리 생활 곳곳에는 이미 전 세계의 제품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삶 깊숙이 침투해 있다. 그러나 이 이면에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제품은 아무리 자국의 것이라도 결국 도태되고 마는 철저한 양육강식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무역개방 무조건 거부할 수 없어

이미 자본과 기술에 있어 선점한 강대국들은 이런 무한 경쟁이 매우 유리하지만 뒤늦게 자본주의 경쟁에 참여한 후발 국가들은 매우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관세나 각종 지원정책 같은 장치를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해 왔다. 하지만 후발 국가들도 자급자족을 하지 않는 한 다른 나라와 교역을 통해 경제가 발전되기 때문에 이런 무한경쟁을 무조건 거부할 수만은 없다.

완전자유무역주의를 지향하는 WTO체제

결국 세계화가 더욱 진행되면서 자유무역주의는 더욱 힘을 싣게 되었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즉 GATT가 95년도 세계무역기구(WTO)라는 기구로 구체화되고 실질적인 힘을 가지게 되면서 빠르게 세계경제질서는 재편되고 있다.

WTO는 모든 회원국에게 최혜국대우를 보장해주는 다자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즉 무역을 할 때 현재 적용하고 있는 가장 유리한 대우를 모든 나라에게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반적인 무역장벽을 낮추고 회원국간 무역 차별을 줄여나가자는 것이다. 결국 궁극적으로는 회원국간 모든 무역장벽을 철폐하는 완전 자유무역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FTA는 자유무역주의를 선점하기 위한 수단

하지만 경제적 상황이 매우 다른 나라들 간의 협상이므로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구체적인 결론을 이끌어 내는 데에는 매우 더디게 마련이다. 이런 상태에서 하루빨리 교역을 증대시켜야하는 많은 나라들은 이런 다자주의의 어려움을 보완하기 위해 자주 교역이 있는 두 나라간 또는 지역간에 무역장벽을 철폐 또는 대폭 완화하는 특혜적인 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자유무역협정 FTA이다.

유럽연합처럼 관세 및 수출입제도를 완전히 철폐하고 모든 회원국내의 관세 및 수출입제도를 공동으로 유지해가는 방식이 있고 북미자유무역협정처럼 자국의 관세 및 수출입제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무역장벽을 완화내지 철폐하는 방식이 있다.

FTA는 어떤 나라에 특혜적 대우를 주는 것이므로 WTO에 위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WTO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보완하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WTO체제가 궁극적으로 바라고 있는 것이 회원국 모두간의 FTA이기 때문이다. 즉 조금이라도 자국에게 유리한 자유무역 방식을 선점하기 위해 많은 나라들이 서로 앞 다투어 FTA를 체결하고 있다. 현재 WTO 회원국 중 FTA를 체결하지 않은 나라는 몽고와 우리나라뿐이다.

무역의존도가 매우 큰 우리의 경제 상황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국민총생산의 70%정도가 무역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의존도는 OECD나라 중에서도 7번째에 해당될 정도로 매우 높은 수치이다. 그만큼 수출이 국내 경기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하겠다. 안타깝게도 국내 산업은 주로 공산품위주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농수산품은 경쟁력에서 밀린다. 따라서 자유무역이 강화되면 될수록 공산품에서는 더욱 경쟁력을 가지게 되겠지만 농수산품의 경우는 매우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거역할 수 없다면 선점해야

문제는 그것을 막을 수 있냐는 것이다. 흔히 신자유주의로 명명되고 있는 현재의 세계 경제흐름을 우리가 거역하거나 바꿀 수 있는가이다. 안타깝게도 매우 힘들다. 아니 불가능하다. 특히 앞에서 지적했듯이 무역이 우리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으로 볼 때 이 상황을 거부하는 것은 농수산업은 물론이고 우리 경제의 전체의 자멸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정말로 이를 거부하고자 한다면 제3세계국가처럼 우리의 경제 방향 자체를 180도 바꿔야지만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이런 경제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오히려 다른 나라들처럼 좀더 우리에게 유리한 무역협정을 이끌어내서 자유무역체제를 선점하는 것이 장기적인 우리 산업 전반의 발전을 위해 유리한 상황이다.

칠레와 FTA체결은 오히려 뒤늦은 감

우리가 이번에 FTA를 맺고자하는 칠레는 현재 32개국과 FTA를 체결하고 있어 멕시코와 더불어 최고의 FTA체결국이다. 칠레는 현재 철저하게 자유무역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경쟁력 있는 자국의 농수산업은 더욱 강화하고 그 외의 산업은 외국의 우수한 것을 저렴하게 도입하여 경제를 활성화하려 하고 있다.

과거 우리의 공산품이 가격대비 성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칠레의 국민들에게 선호되었으나 이미 앞서 FTA를 체결한 나라들의 제품들이 관세가 철폐되는 바람에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해 우리 제품을 칠레 시장에서 차츰 밀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하루빨리 칠레와 FTA를 체결하여 칠레의 시장을 다시 장악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지금 칠레와 FTA를 체결하는 것은 늦은 감이 있을 정도이다.

과수산업의 타격 정부가 앞장서서 보호해야

물론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농수산품 특히 과수산업에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이런 사실을 뻔히 아는 농민들이 이를 그냥 지켜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수 있다. 하지만 협정과정에서 많은 부분 칠레의 양보를 얻어내어 우리의 과수산업에 덜 타격을 입히기 위해 노력해 온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것이 100% 우리 과수산업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향후 과수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다각적으로 적극 지원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대책없는 FTA 비준거부는 결국 매국 행위

조선말 흥선대원군은 세계열강 사이에서 쇄국정책이란 초강수를 통해 우리나라를 지키고자 했다. 하지만 힘의 역학관계와 준비된 역량에서 너무도 약했던 우리는 결국 경제는 물론 주권까지 열강들에게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다.

거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역사를 통해 우린 뼈 절이게 배웠다. 이런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책임 있는 위치의 국회의원들이 단지 총선에서 표만을 의식하여 아무런 대책 없이 칠레와의 FTA협정 비준을 반대하거나 미루고 있다.

그들이 언제부터 신자유주의반대론자들이 되었는가. 농민들의 절박함을 이용하여 표나 좀 얻어 보려는 그들의 처사는 안 그래도 어려운 우리 경제의 활로를 막고 있는 진정 매국행위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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