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스스로 제무덤을 팠다.

야3당의 탄핵은 결국 스스로의 무덤을 판 결과가 될 것이다. 그러나 더욱 큰 과제는 이 사태가 수습되고 난 이후다. 앞으로 정말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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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형(ku6699)등록 2004.03.15 09:06
1991년 8월 19일 소련에 새로운 연방 조약이 체결되기 하루 전날 고르바초프 정부의 개혁개방정책에 반발하던 일단의 보수 강경 군부세력들이 대통령을 납치하고 정부를 장악함으로써 일순간 소련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그들의 반동쿠데타는 결국 가뜩이나 경각에 달렸던 그들 자신과 소련의 몰락을 재촉하는 자충수가 되었다. 그들은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물줄기의 방향을 깨닫는 지혜가 없었고, 대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기득권층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섣부른 감이 있지만 나는 이번 3·12의회 쿠데타의 말로도 소련의 보수강경파의 반동쿠데타의 운명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전망한다. 그들은 스스로 제 무덤을 팠다. 그들은 나름의 열정과 힘(권력과 뚝심)이 있었지만 머리가 없었다.

그들은 이미 세상을 분별할 수 있는 판단력을 상실했다. 자기 욕심에 얽매어 한번 판단력을 상실한 사람은 제 딴에는 묘수라고 부려보지만 하는 일마다 자충수인 경우가 많다. 김민석이 그랬다. 이인제도 그랬다. 욕심 때문에 대세를 거스르는 자들은 그렇게 스스로 제 무덤을 판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번 사태도 그저 이해득실로만 따진다면 그리 나쁠 것도 없어 보인다. 이미 여론조사들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70%가 넘는 대다수 국민들이 탄핵안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되듯이 헌재가 탄핵안을 부결하고 나면 4월 총선은 이미 제2의 3당 야합으로 비춰진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의 장례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문제는 이제부터다. 오히려 이제부터 잘해야 한다. 노무현 지지자들에게 말한다(굳이 말한다면 나는 노무현의 비판적 지지자다. 솔직히 나는 이라크 파병정국와 한반도 평화협상 과정에서 노 대통령에게 대단히 실망했다). 탄핵반대 70% 여론은 결코 노 대통령 지지표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노무현을 다 지지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야당이 너무 잘못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통령을 감싸안은 것이다.

"대통령도 잘한 것 없지만 야당 정치인들이 너무했기 때문에 탄핵을 반대한다"는 사람들이다. 보수강경파의 전선을 이끄는 두뇌는 조갑제, 이문열, 전여옥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감사하게도 그들은 치밀한 머리가 없다. 그래서 이번에 그들은 스스로 무덤을 팠다. 그러나 열정과 설득력(논리)을 갖춘 합리적 노무현 비판세력이 나온다면 얘기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땐 국민들의 중심추가 보수반동을 향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래서 이제부터 정말 잘해야 한다. 평소 정치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어 보이지만 결정적일 때는 그래도 한 마디씩 꼭 하는 중간층 잡기 싸움이다. 내가 볼 때 대다수 국민들이 노 대통령에 대해 갖고 있는 느낌은 뭔가 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알겠지만 마음놓고 맡겨두기에는 뭔가 불안하다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갖고 있는 불안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참으로 어려운 숙제다.

또 한 가지 내 마음을 무겁게 내리 누르는 영상이 있다. 이미 갈라질 대로 철저히 갈라진 보수와 진보, 중 장년층과 청년층, 반노와 친노 사이의 대립과 갈등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12일 밤 뉴스를 보면서 나는 가슴이 섬뜩했다. 탄핵안 처리 뒤 절망과 좌절 속에 망연자실 누워 있는 열린 우리당 의원들 옆을 손가락질하며 지나가던 야당의원들, 감격 속에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는 사람들. 그들은 이미 서로서로 같은 민족, 같은 나라가 아니었다.

이 문제를 풀어가지 못한다면 남북통일, 한민족 통합은 물 건너간 말이다. 우리들의 가 슴속에 이미 깊게 깊게 뿌리내린 미움과 증오심을 어떻게 해야 하나? 대외적으로도 국가적 위상이 실추되고 가뜩이나 약한 노 대통령의 이미지가 더 실추될 것이 우려된다. 특히 미국에 대해 더 약한 발언권을 보이지 않을까 매우 걱정된다. 그것은 북핵과 한반도 평화문제를 풀어 가는데 있어 민족주체 역량이 더 약화되는 결과를 몰고 올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분명한 답은 모르겠지만 숙제는 분명 숙제다. 한번에 풀어낼 수 있는 단답형 답은 아니다. 그러나 고민하며 최선을 다해 성실히 풀어간다면 결코 못 풀 것도 없다고 믿는다. 아무튼 이번 총선에서 우리당이 승리한다면 그 힘을 바탕으로 정치개혁을 실현시켜야 한다.

또 키르쿠쿠 파병을 최대한 연기해야한다. 미국과는 더욱 수평적 동반자 관계를 맺도록 해야한다. 한편으로는 물밑에서의 노력을 통해 남북간 독자적 대타협을 성공시켜야 한다. 그게 지금의 내우외환의 위기 속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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