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좋은 선생이 되고 싶다

박철의 <느릿느릿 이야기>

검토 완료

박철(pakchol)등록 2004.04.09 14:39

ⓒ 느릿느릿 박철

나는 가끔 목사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다. 1980년부터 나는 교회에서 교육전도사라는 이름으로 선생노릇을 했다. 선생이 될만한 인격이나 자격을 갖추어서가 아니라, 신학교를 다니면서 어쩔 수없이 내 힘으로 학비를 조달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아르바이트인 셈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 나이의 절반을 교회울타리에서 지낸 셈이다. 25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그러면 지금은 선생노릇을 훌륭하게 잘 하고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 여전히 미숙하기 짝이 없다. 교인들에게 목사인 나를 본받으라고 할 만큼 신심이 깊지도 못하고, 성숙한 인격을 갖추지도 못했다.

나의 내면을 갈고 닦는 일에도 불성실했다. 호수같이 맑고 고요한 심성을 지니지 못하고 언제나 마음상태가 세상 것으로 번잡하다. 조용히 내가 아는 바대로 행해야 하는데, 그렇게 살지는 못하고 사람들에게 큰소리만 친다. 속이 빈듯하면 영락없이 목소리만 높이게 되어 있다.

어느 날 저녁 예수께서 자신의 앞으로 있을 자신의 고난과 죽음을 내다보시고 갑자기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돌연한 행동을 하셨다. 제자들이 깜짝 놀라며 "안 됩니다. 제 발만은 결코 씻지 못 하십니다"하고 사양하자 예수께서는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않으면 너는 이제 나와 아무 상관도 없게 된다" 하셨다.

그렇게 제자들의 발을 다 씻기신 다음에 "내가 왜 지금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는지 알겠느냐? 너희는 나를 스승 또는 주라고 부른다. 그것은 사실이니 그렇게 부르는 것이 옳다. 그런데 스승이며 주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너희도 그대로 하라고 본을 보여 준 것이다"고 말씀하셨다.

"너희도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목회자의 삶이란 한 마디로 "섬김의 삶"이다. 두 말하면 잔소리이다. 제자들의 발을 씻겼던 예수의 모습으로 사는 것이다. 아, 그러나 나는 그렇게 살지 못했다. 점수를 매긴다면 나는 낙제 목사에 불과하다. 그런데 하느님은 벌써 낙제를 시켜야 마땅할 테인데 자꾸 당신의 길을 가라고 하신다. 내가 결함과 모순덩어리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지만 하느님의 명을 거역할 수가 없어 나는 다시 그리스도의 길을 간다.

다행히 하느님은 내게 좋은 사람들을 붙여 주셨다. 교인들이 얼마나 착한지 형편없는 나를 제법 괜찮은 목사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한 번도 내치지 않고 나를 붙잡아 둔다. 어디 그뿐이랴. 밥까지 먹여 준다. 그저 황송할 따름이다. 나의 남은 인생은 선생노릇 제대로 하다 죽는 것이다. 내가 깨달은 것을 열심히 행하다 가야 할 것이다.

아는 것이면 실천하라. 알기만 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과 같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