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 거부와 대체 복무 쉽게 이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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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근(prog21)등록 2004.06.03 14:53
한 사회가 얼마나 민주주의와 다원주의가 성숙되어 있는가를 평가할 때 중요한 척도에 해당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다수의 가치가 존중되는 가운데 여러 소수자의 권익과 인권이 최대한 침해 받지 않고 보장하느냐에 있다.

신체 및 정신 장애자에 대한 문제, 사상에 대한 자유에 관한 문제, 노인 문제, 여성문제, 비정규직 문제, 성적 소수자의 문제, 절대빈곤층의 문제, 다문화가족에 대한 문제 등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소수자들의 문제가 있다.

그럼 소수자의 권익은 모두 보호되어야 하는가? 물론 아니다. 그 소수자가 사회적 강자이거나 또는 그 소수자가 주장하는 권익이 사회 다수자에게 해악을 끼치는 내용이라면 그건 보장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철저하게 통제 또는 제약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나치즘과 같은 차별주의자라든가, 조직폭력배라든가, 종교를 이용한 사회혼란세력이라든가(JMC, 종말론자 등등).

그러면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어느 부류로 봐야 할까? 필자는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소수자의 인권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 그들은 사회적 강자가 아니다. 법을 악용하여 회피하거나 남위에 군림하려 하지 않는다. 병역 거부자들은 종교적 또는 정치적 양심에 의해 총을 들 수 없기에 감옥을 택했고 그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할 뿐이다. 즉 자신들의 양심을 위해 더 힘든 일을 자초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들로 인해 다른 이들이 피해보는 일이 없다. 하지만 몇몇 여론주도층에 의해 내용이 잘못 알려져서 마치 그들이 병역을 회피하는 것처럼 비쳐져 그로 인해 군대의 사기가 저하된다는 식의 피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데 거의 무지와 오해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그럼 병역 거부자와 병역기피자는 어떻게 다른가. 병역 기피자는 총을 들기 싫어 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고 고달픈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하기 것 자체가 싫은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대체복무가 시행되더라도 절대 대체복무를 신청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체복무는 군대보다 더 강도 높은 사회봉사 활동 내용과 근무기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역 거부자들은 총을 들 수 없는 스스로의 종교적 또는 정치적 양심을 지키기 위해 더욱 힘든 대체복무를 자원한다.

길을 막고 물어보자. 예를 들어 ‘당신 군대 2년 갔다 오겠는가 아니면 더 힘들고 기간도 훨씬 긴 대체복무 갔다 오겠는가?’ 과연 대체복무 가겠다는 사람이 있을까? 사회적으로도 별로 인정 받지 못하고 기간도 더 길고 일도 힘든 것을 군대를 가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자청할 사람들이 있을까? 절대 없다. 무식하거나 내용을 전혀 몰라서 선택하는 일부가 존재할지는 몰라도 어떤 나름대로의 신념이 없는 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는 이미 대체복무를 실시하고 있는 많은 나라에서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그래도 혹시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대체복무가 몰리는 현상이 벌어진다면 더욱 대체 복무의 강도를 올리면 그 문제는 해결된다.

민주주의는 나와 비록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억압 받는 일이 없어야 하고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의 자유를 위해 함께 싸워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누구나 쉽게 입으로 이야기하는 민주주의의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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