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 이를테면 어떤 이야기?
“야스쿠니 신사 참배, 북한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등등. 아무래도 일본 매스컴에서 바라본 시각과는 다르니까.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경우 피해당사자 국민의 입장을 직접 듣는 것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 고이즈미 총리를 비롯하여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 역시 친척이 태평양 전쟁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한다. 그렇지만, 나는 영구전범의 위패가 야스쿠니 신사에 봉안돼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매년 국제 외교분쟁의 원인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제3의 시설을 만들어 태평양전쟁의 순수한 희생자들과 전범들을 따로 분리하여 봉안한다면 그런 분쟁의 소지가 없어지지 않을까?
그런데, 중국이나 한국의 의견도 너무 감정적으로 치닫는 경향도 있다.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왠지 싫다는 기분만 가지고 참배 자체를 무조건 비난해 버린다면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다.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 순서이지 않을까 한다.”
- 야스쿠니 신사, 원폭피해자, 정신대(위안부) 문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과거사들을 청산하지 않고서는 바람직한 한일관계 개선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물론이다. 특히 원폭피해자의 경우 일본정부의 대처는 솔직히 한심하다. 정신대 문제도 마찬가지. 무조건 정부의 원칙이나 입장을 내걸 뿐 어떻게, 무엇을 해결하여야 할 지에 관한 구체적인 플랜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들은 100% 항의하고, (그에 대해 일본정부가)100% 묵묵부답인 상태라면 영원히 평행선만을 달릴 뿐이다.
피해자들의 입장을 일본정부가 감안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한국인들은 과거사를 청산하지 않을 경우 한일관계는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을 것처럼 받아들이는 듯한 인상이 강한 것 같은데, 비록 과거사가 남아 있다 하더라도 빨리 한일이 손잡고 나가지 않는다면 세계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 역시 인식해 주길 바란다. 과거사 청산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지만, 미래를 보는 눈 역시 감아버리면 안된다.”
― 향후 정치적 야망에 대해서 듣고 싶다.
“음. 비밀인데(웃음). 2년 정도 지나면 고이즈미 총리가 그만둘 것이고. 그 다음이라면 아무래도 아베 신조 간사장 세대가 된다. 아베 간사장 세대가 전면에 나서지 못한다면 자민당이 민주당에 지는 것은 명약관화하니까. 그렇다면 아베냐, 고노냐 정도로 압축되지 않을까? 차세대로서 패기와 합리적 시각으로 자민당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한국의 핵 실험 의혹 논란으로 일본매스컴이 한동안 소란스러웠다. 한국의 핵실험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 핵실험 자체는 조금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과학자들이 개인적인 흥미로 플루토늄 추출 실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일본은 역시 원폭의 경험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충격으로 다가온다. 또 6자회담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그런 실험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은 최악의 타이밍이다. 한국정부의 관리부족 같은 것은 지적하고 싶다.
그런데, 일본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소란을 일으키는 것도 좀 이상하다. 왜냐면 일본도 37톤의 플루토늄을 가지고 있으니까. 한국이나 북한의 몇 밀리그램 재처리를 가지고 이런 소동을 일으키는 것은 좀 계면쩍다.
우리 플루토늄은 에너지 개발용이니까 문제없다고 정부나 언론은 그러는 것 같은데, 실제로 37톤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을 가지고 있다. 지금 핵연료로 안 쓴다고 공표하고 있지만 태워서 없애지 않는 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일본이 다른 나라의 우라늄이 어떻고, 플루토늄이 어떻고 하는 식으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월드컵 때 붉은악마의 'Let Go Together' 현수막에 감동”
- 스포츠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축구에 관해서 전문가라고 들었고, 축구를 계기로 한일우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처음 한국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지리적으로 가까워서라는 아주 단순한 이유다. (웃음) 그런데 97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일전을 계기로 한국은 멋진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 역시 홍명보와 나카타가 재적했던 벨마레 히라츠카라는 J리그의 프로축구팀을 경영하고 있어서 축구에 관해서는 열혈남아라고 자부한다.
97년 당시 최종예선에서 한일전이 열렸다. 장소는 서울 잠실주경기장. 이미 한국은 프랑스행이 결정나 있는 상태였고, 일본은 한국을 반드시 이겨야만 프랑스행 티켓을 따낼 수 있었다. 그때 문득 스탠드를 쳐다보니 한국 응원팀인 붉은 악마가 ‘Let Go Together'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응원하는 것을 보았다. 눈물이 날 정도로 엄청나게 감동을 받았다. 실제로 그것을 경험한 일본인들은 아마 나와 똑같은 기분이었지 않았을까?”
- 의정활동에서 요즘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내용은 무엇인가?
“한일 비자면제협정의 기초안을 작성한 상태이고, 자유무역협정이 잘 이루어지기 위한 테이블을 마련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한중일 축구 리그의 실현과 앞서 언급했던 하네다-김포 노선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작업에 나서고 있다.
물론 과거사 청산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문제 등에 있어서도 최대한 한국인을 비롯한 피해국 국민들의 입장을 감안하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과거사 청산, 현실 직시, 그리고 미래지향이라는 세 가지의 테마를 균형적으로 접근하는 자세다. 무조건적인 원칙론보다는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흐름을 조성하는 것. 이것을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려고 한다.”
-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신데 감사드린다.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성향으로만 본다면 나는 보수적인 정치인이고, <오마이뉴스>는 진보적인 매체이지만 이렇게 둘이 만나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좀 불편한 상대라고 해서 무조건 만날 수 없다거나 만나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선입관을 가지기보다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서로간의 공통점과 해결방안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기회가 닿으면 한국 젊은이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과 의견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 반드시 그런 기회가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