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보고] 양재천과 도림천

자연과 주민이 어우러지는 도림천의 미래를 기대하며

검토 완료

유영수(grajiyou)등록 2004.11.05 11:39

도림천(왼쪽)과 양재천의 모습 ⓒ 유영수

강남에 위치한 양재천과 서남부에 위치한 도림천을 단순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도 있으며, 영등포구나 구로구의 하천과 비교한다며 혹여 서초구나 강남구의 주민들이 기분 나빠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며칠 전 어느 부동산포털사이트 게시판에서 서초구와 강남구를 비교한 글에 강남구 주민이라는 사람이 답글을 달아 ‘서초구와 강남구는 수준이 다른데 무슨 말을 하느냐’며 불쾌해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단적인 예일 뿐이다.

사실 자치구의 재정상태나 하천의 제반여건 등을 고려해 볼 때 도림천을 양재천과 비교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서울시에 있는 하천 중 가장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평가받는 양재천을 비교대상으로 삼음으로써 도림천이 자연생태하천으로 그리고 주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하천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기사를 작성하게 되었다.

그 동안 오마이뉴스 지면을 통해 양재천의 사계(四季)를 여러 번 기사화하면서 양재천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필자로서는, 얼마 전 이사온 동네에 있는 도림천을 둘러보고 충격에 가까운 심정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소위 '부자동네'에 살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좋은 환경 속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살 권리가 없다고는 할 수는 없기에, 도림천이 양재천이 지향하는 바와 같이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하천'으로 탈바꿈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주민들이 한결 같으리라고 본다.

이제 양재천과 도림천, 도림천과 양재천을 보시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료사진과 함께 비교해 보고자 한다.

위험천만해 보이는 도림천의 계단(오른쪽)이 정자와 함께 잘 정비된 양재천의 계단과 대조를 이룬다. ⓒ 유영수

필자는 우선 대림역 지점에서 도림천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심하게 부식된 계단은 철사로 대충 묶어 놓은 상태로 남자인 필자가 내려가면서도 '이거 혹시 무너지는 거 아닐까?'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정도였다.

오죽하면 사진을 찍는 필자에게 주위에서 노점상을 하는 한 상인이 다가와 '철거하려는 겁니까?'라고 묻기에 '아닌데요. 왜 그러시죠?'하고 되물었더니 '저거 철거해야지 원. 사람 다치라고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닐텐데…'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대림역 지점에서 도림천으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의 모습 ⓒ 유영수

하천연장 총 15.6Km로 과천구간 7.7Km, 서초구간 4.4Km, 강남구간 3.5Km의 양재천은 강남구 탄천에 합류되며, 탄천은 다시 한강으로 합류되고 있다. 도림천은 관악구 신림동에서 시작되어 영등포구 문래동안양천으로 합류되며 총 14.2Km의 거리에 달한다.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양재천공원화 사업에 투입된 총예산은 174억1700만원이며, 주요사업으로는 양재천 수질개선사업, 자연형 하천정비사업, 생태계복원사업, 기타 주민편의시설 설치 등이 있다.

양재천의 관리는 2003.7.1. 하천관리팀(직원 4명)이 신설되어 하천에 대한 총괄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청소와 순찰 및 조경 등의 일반적인 하천관리는 2004.3.1.부터 전문민간업체에 관리용역을 시행하고 있다.

양재천을 활용한 행사로는 연1회 영동2고 하류 수질정화시설 잔디광장에서 강남구청 주관으로 열리는 영화상영과, 영동4교 하류 벼농사학습장에서 열리는 모심기 및 벼베기행사와 겨울철 무료 얼음썰매장 개장 등이 있다.

또한 2003년부터 운영하는 환경교실을 통해 서울시의 각급학교 및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환경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4600여명이 이 수업에 참여하였다.

양재천에는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5000여명의 주민들이 조깅과 산책, 인라인스케이트 그리고 마라톤 등을 통해 신체를 단련하고 있다.

도림천(왼쪽)과 양재천의 자전거도로 ⓒ 유영수

한편 도림천에도 하구 둔치에 이동식농구대 18개와 배드민턴장 3면 등의 체육시설과 자전거도로 3050m가 설치되어 있으며, 일부는 주차장(167면)으로 이용되고 있다.

양재천은 아침과 저녁 운동시간은 물론이고 출퇴근시간 및 오후시간에도 산책과 운동을 하며 자연의 숨결을 느끼려는 주민들로 항상 북적거려 활기찬 분위기가 넘쳐나고, 언제 둘러봐도 도심 속의 휴양지처럼 편안함을 선사해 주고 있다.

한낮임에도 어두운 도림천 자전거도로에서, 한 주민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 유영수

반면 도림천은 하천 위를 도로가 덮고 있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처음 가 봤을 때부터 너무 어둡고 가라앉아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도림천 자전거도로에서도 오가는 주민들을 찾아 보기는 쉽지 않았다.

또한 하천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방치하고 있어 미관상 좋지 않을 뿐더러, 도림천을 처음 찾은 주민들에게 나쁜 인상을 심어 줌으로써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데 걸림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들이 방치돼, 도림천의 분위기를 더욱 황량하게 만들고 있다. ⓒ 유영수

양재천과 도림천에는 자연적으로 또는 생태복원사업을 통해서 서식하는 동식물들이 많이 있다. 양재천에 서식하는 포유류는 방송에 등장하여 잘 알려진 너구리가족, 두더지와 족제비, 들고양이, 곰쥐 등이 있으며, 아무르장지뱀, 맹꽁이, 누룩뱀, 개구리 등 양서류와 200여종의 각종 식물이 식생하고 있다.

또한 쇠백로, 중대백로, 왜가리, 딱다구리, 황조롱이 등의 조류와 버들매치, 붕어, 잉어, 미꾸리, 메기, 가물치, 쏘가리 등의 어류와 민물참게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림천에도 박새, 직박구리, 까치, 참새 및 집비둘기 등 9과 10속 13종의 텃새와 여름철새가 확인되었고, 청개구리와 참개구리 등의 양서파충류와 나비와 잠자리, 메뚜기 등의 곤충도 살고 있다.

그리고 버들치, 붕어, 송사리 등의 어류와 대부분의 도림천 지역에 환삼덩굴과 여뀌류가 분포하고 있으며, 버드나무, 갯버들, 국수나무, 달뿌리풀, 고마리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물론 투입되는 예산과 인원의 차이 등 이유가 있겠지만, 양재천은 지속적이고 계획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반면 도림천은 그렇지 못한 측면이 많다.

예를 들자면 도림천에는 죽어 있는 공간들이 너무도 많다. 잘만 활용하면 여러가지 용도를 통해 주민들에게 돌아갈 공간들이 그냥 버려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왼쪽은 도림천 내부의 방치된 공간-이 곳을 잘 활용해 주민체육시설로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른쪽은 양재천 한 쪽을 활용해 만든 작은 연못 ⓒ 유영수

강남구간 양재천을 관리하고 있는 강남구청 치수과에서는 향후 수질개선과 생태계보전 및 복원사업을 주민참여하에 꾸준히 시행함으로써 주민이 즐겨찾는 쾌적한 휴식공간과 생생한 생태학습공간을 제공하고, 당초 사업이념인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양재천'으로 가꾸어 역사가 녹아 있는 문화하천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림천은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하고 홍수를 방지하기 위한 하천정비기본계획이 2002년 12월 수립되어 있는 상태이다. 구체적인 정비방안으로 주민들의 이용도를 제고하기 위한 연계도로 개설 및 자전거도로 겸 산책로를 도림천 하류 및 중류부에 설치할 계획이며, 도림천 유역내 수원을 확보하여 지속적으로 유량을 공급해 도림천의 건천화를 방지하기 위해 도림천 상류부에 저수지를 건설하는 방안과 소규모 하수처리장을 설치하는 방안 등이 중장기계획으로 수립되어 있다고 구로구청 치수과 관계자가 전했다.

대림역 입구에 벽화로 그려진 구로구의 슬로건 ⓒ 유영수

도림천에는 무엇보다 쓸모없이 방치된 공간을 잘 활용하여 주민들이 더욱 친숙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각종 체력단련시설 및 휴게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현재보다 훨씬 많은 조명을 설치하는 것 또한 급선무라고 여겨진다.

또한 양재천의 평균수질은 2급수이지만, 도림천은 상류부와 중류부는 2급수인 반면 대방천이 합류된 후의 하류부는 4급수에 머물고 있어 수질개선에 보다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하천정비기본계획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시설계획이 결정되면 2006년 이후 예산확보 및 하천정비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공사가 부문별로 시행될 예정이라고 하니, 앞으로 변화될 도림천의 미래를 기대하며 주민들과 더욱 밀착된 도림천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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