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나오는 바위, 미출암(米出巖)이야기

이야기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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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숙(maldduk2)등록 2007.04.24 09:03

옛날, 금강산자락에 ‘령원’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답니다. 그는 금강산에 처음으로 암자를 짓고 세상과 동떨어져 불교를 배웠습니다.

마을과 몇 십리 떨어져 있는 금강산의 산세는 험하기도 해서, 깊은 산골에는 몇 해가 되도록 찾아오는 사람조차 없었습니다. 그래도 령원은 한번 먹은 마음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먹을 것이 다 떨어지면 솔잎을 씹으며 도를 닦기에만 열중했습니다.

밥을 먹은지도 오래되고, 낱알 구경한지도 까마득해진 령원의 몸은 점점 쇠약해졌습니다. 그렇게 앉아 버틸 기력마저 없게 된 어느날, 잠깐 잠이 든 령원의 꿈 속에 흰머리가 성성한 노인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는 령원에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내 그대의 정성을 보아 쌀을 보내줄 터이니 암자 곁에 붙어있는 바위밑에 가보아라.”

꿈에서 깨어난 령원은 하도 이상해서 바위밑에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하얀 쌀이 소복하게 쌓여있는 것이었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바위 벽으로 쌀 한톨 겨우 빠져나올 만큼의 작은 구멍이 나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쌀이 한알씩 떨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령원은 그런 일이 분명 부처님 덕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쌀을 옷자락에 고이 담아갖고 와서 아주 오래간만에 죽 한그릇을 끓여먹었습니다.

이튿날, 배가 고픈 령원은 바위 밑의 쌀 생각이 나서 그곳을 다시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지난번처럼 똑 같은 양의 하얀 쌀이 쌓여있었습니다. 쌀은 언제나 그만큼씩만, 하루 세끼 죽 한 그릇 끓일 양만 나와있었습니다.

령원은 이제 먹을 걱정이 없어졌습니다. 그는 공부에만 열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불교 교리에 정통하게 되고 한 개 교파를 이룰만한 우두머리가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그가 죽은 뒤, 욕심많은 사람이 쌀이 많이 나오게 하려고 구멍을 크게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그 큰 구멍으로 줄줄 쏟아질 것 같은 쌀은 다시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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