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대를 이끌어 내지 못하는 드라마 속 남성 캐릭터!

약한 남성과 가부장적인 남성의 모습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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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junpei81)등록 2007.06.18 09:31
드라마 속 남성들의 모습이 불륜 드라마에서는 파렴치한으로 몰리고 있는 가운데, 여타의 드라마에서도 남성 캐릭터는 점점 축소되어 가고, 개성있는 여성 캐릭터기 속속 등장하는 것에 비해 더디게 발전하고 있다.

아니 발전적인 캐릭터는 손에 꼽힐 정도지만 구태의연한 남성 캐릭터로 일관하고 있다. 그리고 90년대 고개숙인 남자의 캐릭터상이 등장하면서 IMF시기를 거쳐 계속해서 약한 남성, 힘없는 남성의 모습으로 일관하며, 남성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화이트 칼라의 남자 VS 이상주의 남자들!
더욱이 섬세한 묘사는 그렇다 치고, 다양한 캐릭터를 발굴하지 못한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드라마 속 남성들의 모습이 진짜로 어떠한지 살펴본다면 우선 가장 조악한 캐릭터로는 <내 남자의 여자>의 준표(김상중)와 <나쁜 여자 착한 여자>의 건우(이재룡)다.

이들은 모두가 화이트 칼라로서 어느 정도의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그들은 모두 불륜을 저지른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더욱더 이들이 닮은꼴 형제처럼 비춰지는 것은 자신들의 불륜을 합리화하며, 그것을 해결하는데 수동적이면서도 이기적인 입장을 보인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 안에 상대에 대한 배려에는 안중에도 없을뿐더러 가족에게도 전혀 미안해 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에게 자신을 이해해달라고 어리광 부리는 남자들 밖에는 없다. 그러면서 가부장적인 가장의 모습이 만연하던 시대가 지나고 힘없는 가장의 모습에서 또 한 번 무책임한 가장의 모습으로 변질되었다.

이런 모습은 두 캐릭터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아줌마의 간다>에서 김재광(이세창)도 교수로서 지성인으로 등장했지만 불륜과 아내에 대한 태도의 모습은 전형적인 이기적인 남자의 모습이었다.

문제는 그러한 유형의 캐릭터가 만들어지면서 무게감이 사라져 그저 남자 캐릭터는 드라마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존재 혹은 주변부 인물로 전락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화이트 칼라의 위선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해도 과거 <아줌마>의 장진구(강석우)의 모습도 아니다.

그저 철저하게 자신의 불륜을 합리화하고, 그것에 대해 변명을 늘여놓거나 괴변을 토해 자신들의 이익만을 쫒는 인간으로 그려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화이트칼라의 위선적인 모습을 볼 때 느낄 수 있는 통쾌함이 그들에게는 없다. 그저 그들의 뻔뻔스러움에 분노할 뿐이다.

이와는 반대로 드라마 속 몇몇 캐릭터는 공자와 같은 모습을 취하고 있다. <문희>에 등장하는 문호(정웅인) 캐릭터가 대표적이다. 그는 집안에서 권력쟁취 싸움에 주역으로 활동하는 여성 틈바구니에서 지겨워하고, 고달파한다.

본인 스스로 명예와 부, 권력에 대한 욕망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까지는 좋다. 헌데 문호라는 남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그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진정한 행복, 따뜻한 가정, 사람 냄새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을 드라마 속에서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있어 설득력을 얻는데 실패했다.

그리고 오히려 '부와, 명예, 권력에 욕심 없는 남자는 무능한 남자'라는 공식을 부인 상미(이승연)가 철저하게 보여주고 있어 그저 힘 없는 가장, 악한 남성상에 그치고 말았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다.

그래서 문호라는 캐릭터는 능동적이지 못하고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녔고, 이른바 화이트 칼라와는 차별화활 수 있는 매력 포인트를 살려내지 못해 신선한 출발이었지만 캐릭터는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다.

이와 함께 화이트 칼라의 지성인들과 부와는 상관없는 이상주의 남자들 모습에서 또 다른 공통점은 한 가정에서 제 목소리를 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드라마 속 남자들의 성격, 직업 등 다양화되고는 있지만 외피만 바뀌었을 뿐 궁극적인 그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약한 남성'이다.

물론 약한 남성의 모습은 어쩔 수 없는 사회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과거 IMF 이후 가장의 위신이 더욱더 추락하고 있는 시점에서 강한 남성의 모습을 그려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천편일률적으로 모든 남성 캐릭터가 약한 남성의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가부장적인 남자는 강한 남자가 아니다!
그런데 더욱더 드라마 속 남성의 모습이 진부한 것은 이러한 '약한 남성'들과는 또 다른 '가부장적인 남성'의 모습이 여전히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남성들의 모습이 약한 남자로 그려지고 있는 것에 반기를 들고 싶었다면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강한 남성이 가부장적인 남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부장적인 남성은 오히려 이 시대를 역행하는 버려야 할 남성의 모습 중에 하나다. 그럼에도 드라마 속 남성들의 절반은 '가부장적인 가장'의 모습을 표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캐릭터로 <문희>의 문회장(이정길)이 그러하다. 자신의 불륜 사실에도 그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저 부인만 속을 끓이며 안달한다. 또한 자식을 기업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과거 남성들이 가정보다 직장을 우선시 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1세기 가족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알고 있는 요즘 가장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 권위적인 모습은 거부감을 일으키기까지 한다. 특히 모든 집안 식구가 나란히 식탁에서 밥을 먹지 않고 여자들은 옆에 서서 음식을 놔주는 모습은 조선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들인데, 문회장 댁에서는 가능하다.

이와 함께 <문희>에서 김영철(박상면)의 캐릭터도 문회장과 양대산맥을 이룬다. 자신의 아이 하늘이가 자기 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부인에게 닥달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남성의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또한 부인과의 대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착한 남편은 아니었지만 착한 아들, 착한 아빠는 되고 싶었었어."라는 식의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또한 아들을 낳지 못해 구박 받았던 부인에게 "나이든 분이 다 그렇지."라고 말하는 등 전혀 부인의 입장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

더욱이 남편이 그런 아내를 감싸주고 위로해 주어야 하는 순간에 등을 돌리는 모습은 이 드라마가 '사랑과 전쟁'이었다면 분명 이혼의 사유가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부인은 남편에게 '핏줄을 속였으니'라며 굉장한 거짓말이기에 용서따위는 바라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진부하기 짝이 없는 문회장과 김영철 캐릭터는 시청자들로부터 거부반응을 이끌어 내며 현 시대에 맞지 않는 조악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화이 칼라와 이상주의 남자들과 가부장적인 남성들 모습 모두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남성의 캐릭터가 아니다. 그래서 드라마 속 남성의 모습은 현실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더러 뭣하나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공감가는 캐릭터를 찾아 볼 수가 없다.

다만,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조기실작한 이준하(정준하) 캐릭터가 그나마 이 시대를 대변하는 캐릭터로서 위안이 되고 있다. 40대에 일찌감치 조기실직해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모습이 실추되었다. 그래서 소심하기도 한 이 남자는 먹는 것 이외에는 별다르게 관심을 두는 곳도 없다.

그리고 간간이 다시 재취업을 하지만 여전히 사회의 적응을 하지 못하고 낙오된다. 그렇지만 아내(박해미)는 그런 남편을 단 한 번도 질타하지 않는다. 묵묵히 옆에서 그를 응원해 주고, 남편도 그런 아내에게 열등감 따위를 가지지 않는다. 한 마디로 잉꼬부부의 모습이다.

이런 그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여성의 지위 격상과 남성들의 지위 하락으로 변해가는 가정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면서도 우리 시대의 위로 받아야 할 남성들의 모습을 잘 포착해 냈다. 또한 앞에서 언급했던 남성들의 캐릭터보다 경제적으로는 무능하지만 훨씬 진보한 캐릭터라고 할 수있다.

물론 경제적으로도 유능한 남편으로 가정에서도 아내와 사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남성이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만족해야 할 것이다. 여타의 드라마 속 남성 캐릭터의 진부해진 모습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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