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박' 우기는 '앞박'과 '뒷박'

[정치 톺아보기 158] '마포팀'은 꼬리와 몸통이 아닌 한나라당과 '한몸'

등록 2007.07.18 14:28수정 2007.07.1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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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중앙위 전국청년연합회 출범식'에서 대선경선후보들과 함께 당원들에게 인사를 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박근혜·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예비후보는 후보는 기자들 사이에서 흔히 '앞박'과 '뒷박'의 '양박'으로 통한다.

'앞박'은 박근혜 후보를 가리킨다. 박 후보의 성(姓)을 딴 것이다. '뒷박'은 이명박 후보를 지칭한다. 이 후보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딴 것이다.

'양박' 진영이 지금 맹렬하게 서로를 비난하며 '박박' 우기고 있다.

'마포팀' 공방은 '누워서 침 뱉기'

'양박' 진영은 제헌절인 17일에도 '몸통'과 '꼬리' 논란을 통해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다.

이명박 후보 선대위의 진수희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주민등록초본 부정발급을 주도한 홍윤식씨에 이어, 박근혜 후보측 '마포팀'의 또다른 핵심인사인 서울대 방석현 교수가 경부운하보고서의 유출 및 유통을 주도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면서 "박근혜 캠프 '마포팀'은 3공화국의 정보부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후보 선대위 대외협력위원회 전문가네트워크위원장으로 활동한 홍씨는 현재 이 후보 주민등록초본 유출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한 박 후보 선대위 정책자문위원회 행정개혁특별위원장인 방석현 교수는 수자원공사의 대운하 보고서를 적극적으로 유출해 보도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보고서를 유출한 김현중씨 구속영장에 따르면, 방 교수는 김씨에게 "보고서를 한번 구해봤으면 좋겠다"고 부탁한 것으로 나타난다.

박근혜 후보 선대위의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두 사람은 외부 서포터즈에 불과하다"며 두 사람이 선대위 상근조직과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그는 "15~16일 이틀에 걸쳐 캠프내 본부별로 내부 직원을 철저히 조사한 결과 우리 캠프내 (상근직원 중에는) 불법에 연루되거나 불법행위를 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우리 캠프는 깨끗하다"고 반격했다.

그러자 이 후보 진영에서는 다시 "급한 마음에 '꼬리(방석현과 홍윤식)'를 자르고 싶은 심정은 알겠으나 이미 드러난 정황상 그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며 반격했다. 두 사람이 단순한 서포터즈(자원봉사자)가 아니라 박 후보에게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낸 '몸통'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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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선경선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선대위 발대식에서 '공작정치·음해·네가티브 장벽'을 대형 스폰지 망치로 부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마포팀' 뿌리는 97년으로 올라가

그러나 두 사람을 둘러싼 '몸통 대 꼬리' 논란은 무의미하다.

이 후보 진영이 '정치공작의 몸통'으로 지목한, 홍씨가 이끈 '마포팀'은 이미 2002년 대선 때부터 활동해온 '유서깊은' 조직이다. 방씨 또한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에 위치한 '마포팀'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그뿐 아니다. 이명박 후보 친·인척의 주민등록초본을 부정 발급받은 혐의로 구속된 전직 경찰 간부 권오한씨와, 권씨를 홍씨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J일보 정치부장 출신의 L씨 또한 마포팀의 일원이다.

L씨는 유력 일간지 정치부장 출신이지만 대선후보 캠프로 달려간 다른 언론인들에게 흔한 '언론특보' 대신 다른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 대선후보 캠프를 취재하는 '후배' 기자들도 그의 역할에 궁굼해 하던 터였다.

그런데 L씨의 소개로 올해 2월부터 마포팀에서 일해온 것으로 드러난 권씨는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장 출신의 정보 전문가이다. 이쯤 되면 '언론특보' 대신에 다른 '모자'를 쓴 L씨가 정보 전문가인 권씨를 홍씨에게 소개한 까닭이 짐작이 간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검찰의 '세풍' 수사기록에 따르면, 97년 대선 당시 J일보 간부 출신이 이끈 비선조직인 '마포팀'은 그 때도 있었다. 당시 활동한 멤버는 지금과 다르지만, 정치권 동향보고 및 여론 주도방안·대선전략 등을 집중적으로 보고한 역할은 지금이나 대동소이했다. '2007 마포팀'의 연원은 10년 전인 '1997 마포팀'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방석현·홍윤식씨는 이회창 사조직 '부국팀'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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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11월 2일 부친 장례식에 참석 중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그의 동생 이회성씨. 세풍을 기획한 이 후보 비선조직 '부국팀'은 이 후보와 가장 이미지가 닮은 이회성씨를 정치자금 모금을 위한 '얼굴마담'으로 내세웠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몸통 대 꼬리' 논란이 무의미한 또 다른 근거는 전대미문의 국기문란 사건으로 기록된 '세풍' 사건 검찰 수사기록에 있다.

'세풍' 수사기록에 따르면, 방석현 교수는 97년 대선을 앞두고 국세청을 동원해 정치자금을 모금한 이른바 '세풍'을 기획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사조직 '부국팀'의 핵심멤버였다. 뿐만 아니라 홍윤식씨 또한 방 교수와 함께 '부국팀'에서 일한 전력이 있다.

방 교수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부국팀은 이회창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한 각종 정치권 동향보고 및 여론 주도방안, 대선전략 등을 집중적으로 보고했다. 부국팀이 올린 보고서에는 10년 전 여름에 이들이 한 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해 8월 경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 병역문제가 터져 이 후보의 지지도가 하락하자 부국팀은 9월 경 큰아들 이정연씨를 소록도로 보내야 한다고 건의했으며, 경선에 불복한 이인제 후보를 어떻게 하든 끌어안아야 한다는 보고서를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부국팀은 그해 9월경 아들 병역문제로 지지율이 떨어져 대선자금이 잘 걷히지 않자 '특단의 보고서'를 작성해 이회창 후보에게 보고하게 된다. 검찰이 압류한 이 보고서에는, 이 후보가 97년 9월 27일 대통령(YS)을 독대할 때 당의 자금사정에 대해 말씀드리고 국세청과 안기부로 하여금 신한국당에 협조토록 하여달라는 말씀을 꼭 드려야 한다고 돼 있다.

이쯤 되면 공작의 진원지로 지목된 '마포팀'과 방석현·홍윤식씨는 박근혜 후보와도 분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명박 후보와도 분리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세풍 전과'를 가진 한나라당 경선 후보로서 '몸통'과 '꼬리'로 분리될 수 없는 '한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명박 후보 선대위가 박 후보 선대위더러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고 비난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다. 더구나 '마포팀'과 '부국팀' 그리고 자신이 속한 한나라당의 '세풍 전과'는 언급하지 않고 이들을 한나라당과 분리해 박 캠프의 공작만 들먹이는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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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후보의 사조직인 '부국팀'은 97년부터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전력해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양박'은 '용호상박 판박이'다

'양박' 진영은 이처럼 연역적으로 한몸일 뿐 아니라 싸우는 품새 또한 가히 '용호상박'이다. 아무리 싸우면서 닮는다고 하지만, 어쩌면 이렇게 닮은꼴일까 싶을 정도로 '양박'은 '판박이'다.

우선 '양박' 진영의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가 그것이다.

'뒷박'은 자녀를 귀족학교에 보내기 위해 다섯 차례나 '위장 전입'을 했다. 사람들은 이를 '맹모 삼천지교'에 빗대 '명박 삼천지교’라고 부른다. '앞박'은 뒷박의 '위장 전입'을 폭로하기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뒷조사를 했다.

한 쪽은 '위장 전입'을 해 주민등록법을 위반했고, 다른 쪽은 주민등록초본을 부정 발급받아 역시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전자는 공소시효가 지난 오래 전 일이고, 후자는 최근에 발생한 범죄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처남 대 처남'의 구도가 그것이다.

이명박 후보 재산 관련 의혹의 핵심은 처남 이름으로 부동산을 숨겼다는 것이다. 즉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가 실질적인 재산 관리인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박 후보 선대위 대외협력위원회 전문가네트워크위원장으로 마포팀을 이끈 홍윤식씨는 대규모 외곽조직인 '한강포럼'을 탄생시키는 등 박 후보의 세를 확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을 뿐만 아니라 선거 사무실을 마련하는 데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의 여의도 선거캠프가 들어선 엔빅스빌딩이 홍씨의 처남 정모씨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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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는 지난 6월 16일 "이명박 전 시장의 부인 김윤옥(60) 여사가 1970~80년대에 최소 2곳에 위장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주민등록법 위반, 처남-매제 커넥션, 언론인 정치공작 등 '찰떡궁합'

마지막 세 번째 '판박이'는 '언론인을 끌어들인 정치공작' 구도다.

'마포팀'에서 J일보 정치부장 출신 L씨가 수행한 모종의 역할에 대해서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이 후보 캠프는 박 캠프의 주민등록초본 부정 발급 혐의가 드러나기 전에 이미 "마포팀에는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이며 박 후보의 최측근인 H씨와 보고서를 언론에 유통시킨 전직 언론인 출신의 L씨 등도 포함되어 있다"고 공세를 펼쳤다.

H씨는 홍윤식씨이고 L씨는 경찰간부 권씨를 홍씨에게 소개한 전 J일보 정치부장이다.

언론인을 정치공작에 끌어들인 것은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치듯이 '뒷박'이 '앞박'을 치고도 넘는다. 이 후보 진영은 최근 K신문 부장 출신의 현직 언론인 P씨를 캠프의 네거티브 관련 대책회의에 참석케 했다가 들통이 나는 '사고'를 쳤다. 현직 언론인 신분을 유지하면서 특정 캠프에 참가한 것도 놀랄 일이지만, 대선 캠프의 대언론 대책회의에 현직 언론인을 끌어들인 것은 상도의의 '금도'를 넘은 것이다.

더욱이 이 후보 진영은 이 후보 친인척 관련 각종 부동산 의혹을 제기한 K신문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면서도 해당 언론사 간부 P씨를 대언론 대책회의에 참석시켜 동향을 보고토록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K신문의 한 부장은 "회의 참석 사실이 정치부 후배들에게 들통나지 않았으면 더 오랫동안 숨어서 다녔을 것"이라며 "정말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개탄했다.

이처럼 주민등록법 위반과 처남-매제 커넥션 그리고 후안무치한 언론인 정치공작에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찰떡궁합'인 '앞뒷박'이 서로를 손가락질하며 '박박' 우기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기이자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방석현 #홍윤식 #이명박 #박근혜 #마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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