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제는 국민공통성 회복의 길이다

2배나 긴 복무기간은 재고해야

검토 완료

오준호(interojh)등록 2007.09.18 15:04

대한민국은 만 19세 이상의 모든 남성에게 병역의무를 지우는 나라다. 장애가 없는 한 누구나 현역을 비롯 공익근무, 산업요원 등 군복무를 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남성의 ‘정상성’이란 ‘비장애-예비역’에 다름 아니며, 이는 아예 ‘정상적 국민’의 정의로 확대된다. ‘군대를 못 갔다.’고 하면 이 정상성의 기준에 떨어지는 국민이 되며, 아예 ‘군대를 안 갔다.’고 하면 이 정상성을 근본부터 부정하려 드는 파괴주의자로 낙인찍힌다.


그동안 여호와의 증인 등 종교적 신념 때문에 총을 들 수 없어 군대를 거부한 사람들은 감옥에 끌려가 고통을 겪었다. 최근에는 종교적 이유 외에 평화주의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도 늘어, 이렇게 구속된 사람들이 작년에만 783명이고 누적하면 1만 명에 이른다. 이들이 거부한 것은 군대일 뿐인데 국가권력은 이들을 국민 되기를 거부한 사람들로 비난하고 쇠창살로 격리했다.

군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의무를 수행하겠다는 것이 이들 다수의 요구였다. 대체복무제는 그렇게 제안된 것이다.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과 시민사회의 긴 투쟁 끝에 드디어 오늘 정부가 대체복무제 도입을 결정하였다.

정부는 한센병원이나 노인요양시설 등에 매년 750여명의 대체복무자를 투입하겠다고 한다. 현재의 병역제도가 ‘정상적 국민’의 협소한 정의를 들이대며 많은 사람들을 국민으로부터 배제해왔다면, 대체복무제는 양심과 신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장애 등 눈에 보이는 사유와 동등하게 인정함으로써 배제된 약자들을 다시 국민으로 통합해내는 첫 걸음인 것이다. 따라서 나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참된 공화국의 기초인 국민 공통성 회복의 전환점으로 보고 적극 환영한다. 

하지만 대체복무 기간이 36개월로 현역의 18개월보다 2배나 긴 것은 재고할 문제다. 국민여론을 의식한 결정이었다고는 하지만, 마치 대체복무가 현역복무 기피자에 대한 징벌적 조치로 여겨질 위험이 있다. 독일은 현역 9개월에 대체복무는 10개월이며, 대만은 현역 20개월에 대체복무는 26개월이다. 브라질이나 이탈리아는 현역과 대체복무 기간이 같다. 세계적으로 대체복무는 현역보다 좀 길긴 하지만 2배나 되는 사례는 없다.

과도하게 긴 대체복무제는 여전히 현역을 정상적 국민으로 여기고 대체복무를 그 이하의 국민 또는 이상국민으로 여기는 인식을 낳을 수 있다. 대체복무는 국민 누구에게나 열린 선택지여야 하며, 참여의 방식을 넓혀 누구도 배제되지 않게 하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만약 ‘그럼 누가 현역을 가겠냐’는 질문이 있다면, 현역복무에 대한 혜택과 복지를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는 방향이 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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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사진 출처는 <전쟁없는 세상>입니다.  

2007.09.18 15:02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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