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우열반, 기억속 평가잣대로만 남아

맞춤형 교육 언제 이루어지려나?

검토 완료

김강임(kki0421)등록 2008.04.23 11:52

 " 야, 우리 반창회 한번하자!”

 얼마 전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응? 반창회? 작년 연말에 동창회 했는데 무슨 또 반창회야?”

 중학교를 졸업한지 30년이 지났지만 늘 그리운 것은 친구들 모습입니다.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살다보니 동창들 목소리만 들어도 반갑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회초리를 들고 겁에 질리게 했던 무서운 선생님들도 지금은 기억 속에 새롭습니다.

 

아침조회 아침조회 모습입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 김강임

30년전 우열반, 엘리트반으로 입성

 당시 우리 학교는 우열반을 운영했습니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학교자율화계획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제 기억으로는 인문계 고등학교 입학률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싶어요. 당시 중학교에 대한 평가는 명문고교를 몇 % 진학시키는가에 따라 학교 이미지가 달랐던 때였습니다. 그렇다보니 부임하시는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의 학업수준을 높이기 위해 많은 고심을 했겠지요.

 아마 전교생이 1천 5백명 쯤 되었어요. 우열반 편성은 이동수업이 아닌 정규수업으로  편성했습니다. 1등에서부터 60등까지 툭- 잘라서 특수반을 설정했지요. 지금은 특수반이 학습장애나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지만 말입니다. 당시의 특수반은 한마디로 학교에서 엘리트 반으로 입성했지요.

  특수반 관심, 경쟁의 온상

 그렇다보니, 학교와 선생님들 관심은 역시 특수반에 편중되었던것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특수반 친구들은 모두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사회적으로 모두 엘리트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생각해 보니, 중학교 시절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새 학기가 되면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는 설렘도 없었지요. 특수반은 살벌하기까지 했습니다. 시험기간에 날을 꼬박 새워가며 공부했던 기억, 특수반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친구들의 모습만 떠올려 집니다. 한마디로 주변 친구는 모두 경쟁의 대상이었습니다.

 동창회, 중학교때 편견 그대로 남아 

 하지만 우스운 것은 동창회가 있었던 날입니다. 공교롭게도 동창회 자리에 배석한 친구들은 끼리끼리만 앉게 되더군요. 그도그럴것이, 학교 다닐 때 서로의 교감이 없었으니 이름조차 몰랐던 친구들도 많을 수 밖 에요. 아니면 중학교때의 편견이 아직도 남아있었던가요. 

 말만 동창회이지 반창회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특수반 친구들은 특수반끼리, 나머지 열반 친구들은 열반 친구들끼리 자리를 앉게 되었으니까요. 누가 그런 좌석을 배열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강산이 변해도 서너번 변했을테지만 당시의 모순에서 왜 벗어나질 못했을까요. 

 참 씁쓸했습니다. 학창시절의 기억이 왜 중년이 된 지금까지 골이 깊어져 있어야 하는지요.

 공교육 의미 쇠퇴, 학원강사 투입

 공교육의 의미는 교육의 다양성이 내포돼 있다. 미술을 잘한 친구도 있을게고 무용에 소질이 있는 친구도 있을 겁니다. 또 인성이 좋아 남을 잘 배려하는 친구도 있었을 테지요. 하지만 지금의 언제부턴가 교육은 인재 양성기관이 되었지요. 물론 성적도 중요합니다. 아마 그때도 그랬던 것 같아요.

 요즘 교육과학부에서 제기된 학교자율화 계획, 각계에서의 의견도 분분합니다. 어느새 0교시 수업을 실행하는 학교가 대부분입니다. 중학교까지 0교시 보충수업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초등학교까지 방과후 수업이다, 특성화 프로그램이다 하여, 이미 학원강사들이 교실에 투입된 게 사실입니다. 공교육만으로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일까요?

 '출발점' 같게하는 것은 그저 교육의 이상일 뿐 

 하지만 걱정스런것은 학교 교육에는 개인의 성적 격차가 심하다는 것입니다. 영어나 수학, 과학의 경우는 더욱 개인의 격차가 크지요. 예를 들면 수학에서 약수와 배수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피타고라스 정리와 이차방정식을 배워야 하면 '출발점'이 같겠습니까?  

 그렇다보면 성적이 미흡한 학생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으니 뒤에서 낮잠이나 잘 수 밖에 없겠지요. 그러면 교사는 학생을 처벌하고 미워하게 되고. 교사가 이들을 껴안을 여건도 어려울 수 밖에요.  

 이들에게는 나름대로의 보충학습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학교선생님이 개개인의 실력을 향상시켜 줄만한 여력은 없습니다. 모든 학생의 '출발점'을 같게 한다는것은 그저 교육의 이상일뿐이지요. 이에대한 교육방침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우열반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열기를 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교사는 많은데 선생님은?

 고시 이상으로 힘들게 공부하여 패스한 교사, 그러나 교직생활 몇년만 하면 선생님들은 어느새 의식이 바뀌어집니다. 요즘 엄청나게 공부해서 선생님이 되었다해도 교사에 입문하기만 하면 질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능력만큼 학생들에게 교육이킬 만한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그렇다 보니  선생님이기 전에 교사의 직분, 즉 가르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시대적 아픔이지요.

 훌륭한 선생님보다 교장의 비위나 잘맞추는 교사가 좋은 부서에 선택되고 빨리 교감승진하는 세상이잖아요. 교장과 인맥이 있고, 술이나 잘 사는 사람, 즉 교장비위 잘 맞추면 빨리 승진하는 세태가 교육의 현장에서도 이루어지니 말입니다. 소위 말하는 로비의 행태가 교육의 현장에서도 이루어 집니다.  

 맞춤형 교육 언제 이루어지려나?

 마지막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사고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성적에 맞게 공부하여 실력을 향상시키는 의식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도 성적은 학생자신이 잘 압니다. 그렇기에 교육의 출발점이 같아지려면 자신의 성적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수 밖에요. 

 언제쯤 모두가 공감하는 맞춤형 교육이 이루어질런지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교육 방침은 달라진게 없습니다. 

 30년이 지난 뒤 만난 동창회, 아직도 우리들의 가슴속에는 당시 우열반에 대한 기억이 평가의 잣대로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아무리 우열반 편성 목적이 나름대로의 가치를 추구했다 하더라도 패배주의와 우월주의의 온상이 되었던 게 사실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2008.04.23 11:58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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