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미수다>, 해법은 노이즈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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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균(khg1973)등록 2008.04.23 13:56

미녀들의 수다 ⓒ KBS


월요일 밤 11시. 공중파 3사가 소리없는 전쟁에 돌입하는 시각이다.

KBS가 <미녀들의 수다>를 월요일 밤 11시로 전진배치한 이후 SBS의 간판 토크쇼 <야심만만>과 후속작 <대결 8대1>이 힘없이 무너지고 박명수, 현영, 인기 아나운서들을 대거 투입한 MBC <지피지기>마저 맥없이 물러나면서 월요일 밤의 시청률 경쟁은 그야말로 방송 3사의 자존심 대결로 번지는 양상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MBC가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를 월요일 밤 11시로 끌어올려 시청률 1위를 탈환하는 데 성공하면서 월요일 밤의 판도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여기에 SBS도 <대결 8대1>을 대신할 토크쇼를 신설하면서 이래저래 <미수다>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

<미수다>, 조선족 정체성 문제 건드리나

그러나 지금 무엇보다 <미수다>를 괴롭히는 건 다름아닌 내부의 적이다.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채리나에 대한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채리나를 둘러싼 논란은 그녀가 조선족이란 소문이 나돌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러다 최근 그녀의 신상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구체적으로 소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거짓말 여부. 둘째, 조선족의 정체성에 관한 부분. 전자가 개인적인 사안이라면 후자는 개인의 차원을 뛰어넘는 민감하고 복잡한 사안이다. 만약 정말로 그녀가 조선족이 맞다면 논란은 단순히 개인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선 이번에 불거진 논란이 그동안 한국 사회에 내장되어 있던 민감한 화두를 건드리는 뇌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국내에 본격적으로 조선족이 유입된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한국인과 조선족 사이엔 관계 설정과 소통의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거리. 바로 그 "거리"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채리나는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에 채리나가 누리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는 이유도 일차적으로는 발언의 진위 여부와 관련 있지만 그 이면엔 한국인과 조선족의 관계 설정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인인 동시에 한국인과 혈연적 유대를 맺고 있는 조선족을 한국 사회가 어떤 식으로 수용할 것이냐 하는 난해한 문제가 개입되어 있는 것이다. <미수다>가 감당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결과적으로 노이즈 마케팅 효과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이번 사태를 확대해석한 경우이고, 의도했든 안 했든 결과적으로 채리나 논란은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내고 있다. 즉,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정형돈처럼 악역을 자처하며 시청자들의 비판적 참여를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와 같은 상황은 <미수다> 제작진에겐 위기를 반전시킬 호재가 되겠지만 채리나에겐 치명적인 악재가 될 것이다. 그 이유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정형돈과 채리나가 처한 상황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정형돈이 수행하는 악역은 시청자들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이루어진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컨셉을 바꿀 수 있지만 채리나의 경우는 누리꾼의 비난과 시청자의 따가운 시선을 여과할 완충장치가 없는 상태다. 정형돈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욕을 좀 먹더라도 <무한도전> 등에서 점수를 만회할 수 있지만 채리나에겐 그럴 기회조차 없다.

따라서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해도) 채리나 논란이 일으키고 있는 노이즈 마케팅 효과는 단기부양책은 될지언정 장기적으로는 <미수다>와 채리나 본인에게 약이 아닌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채리나가 조선족이 맞다면 조선족 정체성 논란 뿐만 아니라 <미수다> 자체의 정체성 논란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위기의 미수다, 그 해법은?

분명히 지금 <미수다>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어쩌면 그 위기는 한번은 거쳐야 할 통과의례인지 모른다. 동시간대 절대강자로 군림하며 벌써 타 방송사 프로그램을 수차례 수장(水葬)시켰으니 반격의 수위도 점점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 사실을 <미수다> 제작진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위기를 극복할 해법은 있는 걸까? 비록 채리나의 노이즈 마케팅에 힘입어 시청률 1위 자리를 되찾긴 했지만 "상처뿐인 영광"이었을 뿐이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먼저 위기의 원인부터 알아야 한다. 지금 <미수다>가 직면한 위기는 첫째 타 방송사들의 거센 반격, 둘째 <미수다> 자체의 매너리즘, 셋째 <미수다>만의 차별화된 강점을 극대화하지 못한 데서 초래된 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미수다>에 필요한 것은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라 "변화"(발상의 전환)다. 대개 잘 나가던 프로그램들이 갑자기 시청률이 하락하거나 폐지되는 이유는 매너리즘에 빠져서 더이상 시청자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미수다>는 변화에 너무 인색했다. 초창기에 비해서도 거의 달라진 게 없다. 심지어 세트장의 구조나 자리 배치까지 초창기 모습 그대로다. 시청자들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할 정도다. 굳이 급격한 변화를 꾀하진 않더라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들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동안 <미수다>가 동시간대 토크쇼들을 누르고 절대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미수다>만의 차별화된 강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의 신변잡담 형식의 기존 토크쇼에 식상한 시청자들이 세계 각국의 미녀들이 한국어로 대화하는 토크쇼에 관심을 갖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새로운 것도 반복적으로 접하면 식상하게 마련이다.
따지고 보면 <미수다>뿐만 아니라 동시간대의 토크쇼들 모두 새로움과 식상함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새로움이 식상함으로 변질되는 그 순간 왁자지껄했던 토크쇼의 향연은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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