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보다 어른들이 자라야 한다

10대들의 촛불 시위 참여에 대한 단상

등록 2008.05.09 14:33수정 2008.05.0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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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 시위에 10대들의 참여가 눈에 띈다. 어제(8일) 라디오 토론 프로그램에서 이 문제에 대한 찬반 논쟁을 들었는데, 격려와 우려의 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현상의 원인에 대한 분석으로는 집단 공포, 누군가의 조장, 학업과 관련한 교육에 대한 반발 등의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왔다. 전문가들의 의견이니만큼 들어볼 가치는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며칠 전에 읽었던 <나를 창조하는 콤플렉스>라는 책이 있는데, 그것을 보면 이 현상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이유를 알 수 있다.

 

어머니 콤플렉스와 아버지 콤플렉스는 대부분 청소년기에 인식이 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분리가 시작된다. 어머니나 아버지로부터 얻을 수 없는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의 경우, 정체성의 위기에서 방향 설정을 위함 구심점으로 그들이 부모에게서 찾을 수 없는 것들을 집단적인 가치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들이 종교 혹은 정치인데, 진실로 자신의 길을 찾으려 한다면 여기에서 다시 새로운 분리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촛불 시위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자아 정체성을 발견해가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 자체로 좋다, 나쁘다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이미 어른이 되어 10대들을 '조망'하는 입장에서 보면 무척 신기하고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어릴 지라도 정체하지 않고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모습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콤플렉스에 뿌리를 둔 정치 참여는 정치적 신념을 신성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적인 '배신감'을 토로하는 것에서 일반 정치 참여와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격려 못지 않게 우려 또한 필요한 것 같다.

 

다만 그 격려와 우려는 이 사회적 현상과 좀 더 멀리 떨어져서 이루어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청소년이 하나의 인격체로서 우뚝 서 가는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다.

 

현재 청소년들의 시위 참여에 대한 찬·반 논쟁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냉철하고 이성적인 협상을 이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10대들의 시위 참여'라는 것의 표면만을 가지고 칭찬하거나 질책하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칭찬도 질책도 아닌 건조하고 중립적인 서선, 즉 어른과 거의 동등한 위치에 있는 결정 주체로 바라봐야 할 것 같다. 물론 '보호자'라는 위치는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다만 선을 넘은 보호는 보호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뿐이다.

 

토론을 들으면서 만약 내가 현재 10대라면 그 토론을 듣고 무슨 생각을 할까 상상해 봤다. 원래 자라는 시기에는 칭찬을 받으면 세상을 다 가진 듯 기쁘고, 질책을 받으면 쉽게 상처 받아 반항을 하기 십상이다. 어떤 감정도 개입하지 않을 때 스스로 냉철한 판단이 가능하다.

 

지금 이 시점에선 아이들보다 우리 어른들이 자라야 할 시기인 것 같다. 말만 '꿈나무'라고 하지 대한 민국 아이들이 정작 제대로 존중 받고 있는가는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그런 점에서 청소년들의 촛불집회 참여는 10대인 당사자들보다 어른들에게 더 의미있는 변화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8.05.09 14:33 ⓒ 2008 OhmyNews
#쇠고기수입반대 #촛불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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