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공 노조여, 초록의 가치로 행동하라

토공 노조의 점거농성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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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권(redpure75)등록 2008.05.30 22:03
대한주택공사(이하 주공)와 한국토지공사(이하 토공)의 통합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토공 노조의 조직이기주의와 밥그릇 투쟁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30일 토공 노조는 주공과의 통합을 반대한다며 토공 본사 7층 부사장실을 점거했다. "부사장과 이사장은 사무실에 있지 말고 밖에 나가 국민에게 졸속통합을 알리라"며 엄포를 놓은 것이다. 그리고 1인시위에 천막농성, 그리고 일간신문 광고까지 노조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가며 사뭇 비장한 결의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통합은 노동자들의 인원감축을 동반한다. 그래서 이에 맞서 노조가 투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본의 가치로 진행되는 통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논의되고 있는 주공과 토공의 통합은 다르다. 이미 오랫동안 수많은 시민단체, 환경단체들이 이들의 통합을 주장해왔다. 초록의 가치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사회는 토건블랙홀에 빠져있다. 녹색연합 등 환경운동단체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현재 대규모 '공공투자사업(500억 이상 토목공사, 200억 이상 건축사업)'은 766개에 이르고, 그 총 사업비는 무려 223조원에 이른다. 한 해 정부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이로 인해 사용되는 콘크리트 사용량 또한 연간 5,600만 톤 수준으로 6배의 경제 규모를 가진 일본보다 2배나 많다.

이러한 토건블랙홀은 거대한 개발동맹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건설교통부를 비롯한 각종 개발공사, 그리고 각급 지자체와 토건자본이 이 동맹의 주역들이다. - 주공·토공 통합을 반대하며 들고 일어난 전북도의회를 보라. 이 얼마나 끈끈한 동맹인가!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혁신도시계획이란 외형적으로 지역균형개발을 지향하고 있지만 실제 구현되는 모습은 새만금이나 경제자유구역 등 대규모 토건사업에 지나지 않는다. - 이들은 다양한 형태로 부패한 카르텔을 형성하며 우리 사회가 생태사회로 전환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토공 역시 이 개발동맹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일등 주역이다. 토공은 군부독재 시절인 지난 1971년 기업이 보유하고 있던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입해 산업자금화 하도록 지원하는 ‘토지금고’가 해체되면서 설립되었다. 토지개발공사의 등장으로 정부의 토지수급정책 기조는 토지에 대한 불필요한 수요를 억제함으로써 토지가격의 상승을 막는 수요억제정책에서 공공기관이 직접 토지를 매입하고 개발, 공급하는 공급확대정책으로 변질되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택지개발촉진법에 의한 택지개발사업이다. 이는 토공, 주공, 지자체 등이 개발계획을 수립해 토지를 전면 매수하고 택지를 개발한 후 공공 혹은 민간주택건설업자에게 분양하거나 직접 건설해 공급하는 사업으로 지난 1980년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이 주택 500만호 건설계획을 수립하며 고안해낸 독재개발사업의 전형이다.

이렇듯 토공은 끊임없이 택지공급 확대를 꾀하며 자신의 역할을 증대시키며 조직을 키워왔다. 이에 따라 토건주의, 개발주의는 더욱 만연해졌고 그 결과는 지가상승, 개발동맹 간의 부패한 개발이익 분배로 이어져 서민들의 한숨과 눈물이 되었다. 이야말로 토공 노조가 동반부실과 국가정책의 차질을 운운하기 전에 초록의 가치로 바라봐야 할 자신의 모습이며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주공·토공 통합은 토건주의 사회를 청산하고 생태적인 미래사회를 수립하기 위해 피해갈 수없는 시대과제이다. 이를 위해 이번 통합을 공기업 민영화 및 경영합리화라는 측면으로 사고하는 정부의 시각도 교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건설교통부를 폐지하고 한국농촌공사, 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각종 개발공사를 통폐합해야 한다.

대신 (가칭)국토환경공단을 만들어 공공성 중심의 지속가능한 국토이용을 추진하자. 통합으로 인해 감축되는 노동력을 (가칭)국토환경동단으로 배치해 생태적 국토이용 사업을 벌인다면 고용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주공·토공 통합 논의를 생태주의와 균형발전이 가능한 미래사회 구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자.
덧붙이는 글 필자는 사회당 부대변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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