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도시' 수원 한복판에 성매매 집결지라니

[취재수첩] 김용서 수원시장에게 고한다

등록 2008.08.18 14:34수정 2008.08.1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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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낮에도 호객행위가 이뤄지는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앞을 지나칠 때가 있었다. 4m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오는 9월 문을 열 10대 문화공간인 '팅스(<오마이뉴스> 2007년 5월 3일 자 참고)'와 관련된 취재 차 지나던 길이다. 앳된 모습의 고교생 2명이 청소년통행금지구역임에도 버젓이 이곳을 통과하면서 둘이 은밀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A군 "야 쟤네 얼마래?" 그러자 B군이 "돈 만원만 주면 별의별 것 다해준다더라"라고 답했다. 성매매 여성 종사자의 "오빠 쉬었다 가” 한마디에 마냥 신났는지 키득대며 이곳을 유유히 지나쳤다.

수원의 관문이자 아시아 최초의 세계 공인 안전도시 '수원' 한복판에 놓인 집결지가 미래의 꿈나무에게 '성'을 사고파는 교육의 '산실'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잘못 자리 잡은 성 의식이 미래의 범죄자를 양성해내는 것과 진배없다. 대구 한 초교에서 일어난 집단 성폭력 사태 등 수차례 접한 우리 아이들의 일그러진 행동이 잘 말해준다. 수원지역서도 한 해에 청소년 관련 성범죄가 수백 건에 달한다. 비공식적인 상담사례를 더한다면 이보다 많은 청소년이 눈물 훔쳐야 했을 것이다. 언제나 불행의 답습은 더 큰 화를 낳는 법이다.

기자가 확대·해석하는 오류를 범했다 해도 안전도시 재공인에 들뜬 수원은 지금 더 큰 '화'를 묻어 두고 가는 어리석음을 범하질 않길 바란다. 모든 지역사회 구성원의 자발적이고 체계적인 참여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사고 및 손상으로부터 안전해지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안전도시'를 지향한다면 말이다. 지역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성 유해 환경에 내몰리게 생겼는데도, "통행을 제한한다"는 겉도는 대책을 원하는 바가 아니다.

성매매집결지 폐쇄 등의 근본적인 대책 없는 알맹이 빠진 청소년 보호 대책이라?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굳이 팅스 통유리를 통해 불 밝힌 집결지를 내려다보지 않아도 집결지 맞은편 버스정류장에서 훤히 들여다보인다. 무엇이 대책이고, 1여년 동안 머리를 맞대고 고안해낸 대책이 뭣이란 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나마 성매매 종사자들의 자활을 돕는 수원여성의전화 부설 성매매피해상담소 '어깨동무' 개소는 칭찬할 만하다. 성매매 여성 종사자의 집결지 및 성매매 업소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성매매집결지 해체는 음성적 성매매로 옮겨가거나 공간 재배치에 지나지 않음은 자명하다. 필요악이라는 핑계로 성매매가 이뤄지는 한 성매매는 사라지지 않는다.

성매매 근절은 성을 사고파는 의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정비계획을 세우고, 올바른 성 의식을 위한 교육에 힘써야 할 것이다. 늘 그랬듯 앵무새 구호는 하지 말아달라! 단속 의지 없는 경찰의 단속 부족 탓도 이젠 지겨울 지경이다. 소문의 진상을 확인할 길 없는 민간사업자의 재정비사업에만 의존하는 한심한 행정에서 벗어나길 기대해 본다.

특히 김용서 수원시장에게 고한다. 미래의 유권자이자 희망인 청소년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임을 각인해 달라. 수차례 고교 특강을 통해 '청소년의 미래'를 강연하기에 앞서 우리 청소년의 건강하고 안전한 '성'과 정신 건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가슴에 새겨 주길 기대한다. 
#팅스 #김용서 #수원시장 #성매매집결지 #집창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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