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을 부르는 정신질환자?

[뉴스 속 건강 53]정신질환자, 위험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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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두영(eomdy)등록 2008.08.28 21:12
정신분열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잇단 살인행각으로 인해 정신분열병 환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지난 8일 전남 장흥에서 박아무개씨(48)가 계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데 이어 지난 15일 광복절 대낮에 벌어진 일명 '묻지마 살인사건'의 용의자도 정신분열과 피해망상을 앓아 정신병원에도 2차례 입원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정신분열병, 증상도 다양해

영화 < 뷰티풀 마인드 > 의 주인공 존 내쉬는 비록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지만 가족의 사랑으로 정신분열증을 극복하고 노벨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그러나 정신분열병은 초기에 진단하여 지속된 치료를 시행하면 예후도 좋습니다. ⓒ Universal Pictures


정신분열병(schizoprenia)이란 '분열된(schizo) 마음(prenia)'이란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 처럼 병명이 풍기는 것만큼이나 환자의 증상이 다양합니다.

정신분열증 증상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양성증상으로는 이상한 생각이나 환청이 있을 수 있으며, 음성 증상으로는 의욕 및 사회적 관심의 저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감정에 대한 반응이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분 증상으로 우울감을 들 수 있으며, 인지 증상으로는 주의력이나 기억력 저하도 나타납니다.

김창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분위기, 맥락, 타인에 대한 관점 파악이 부족하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배려심 부족, 공감 능력 및 친밀 관계 형성이 어렵고 전체적으로 대인관계 유지가 힘들어져, 외출을 꺼리고 사람만나는 것을 두려워 한다"고 설명합니다.

정신분열병 환자, 사람 해치나?

이렇게 정신분열병 환자들의 증상이 다양하다보니 일반인들은 정신분열병 환자가 위험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남궁기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정신과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범죄위험이 있다고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정신과 환자가 타인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소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합니다.

정신질환자의 범죄에 대한 1996년의 한 국내분석연구에 따르면,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에서 나타난 가장 흔한 범죄는 가벼운 폭행과 상해였고, 폭행을 제외한 강력범죄는 일반인보다 낮은 것으로 보고 되고 있습니다. 또한 정신과 입원과 그 후 범죄행위 간에는 아무런 상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2000년 대검찰청의 '범죄백서'에 따르면, 일반인의 범죄 발생률이 10만 명당 2545명으로 2.5%인 반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전체 17만6396명 가운데3201명인 1.8%정도로 낮았습니다.

오히려 정신질환 중 난폭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경우는 과도한 알코올 섭취, 반사회적 행동이나 비행 등의 과거력, 아동학대, 극도의 분노 등입니다.

정신분열병, 어느 때 위험한가?

한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가 정신질환 상태를 테스트 받고 있다. ⓒ 국가인권위원회


하지만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살인사건과 같이 정신분열병 환자들이 일반인들에게 가해를 하는 등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정현 서울의대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정신분열병의 급성기 때에는 피해망상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잘 치료를 받으면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남궁기 교수도 "피해망상이 있는 환자에서 다른 사람이 자신을 해칠 수 있다는 내용의 환청에 따라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어 드물게는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면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건너편의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너를 죽이려고 한다"라는 소리가 들리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먼저 폭력적인 모습을 보일 수가 있는데, 이 경우 환청의 내용에 따라 행동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쉽게 오해하게 되면서 일시적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으므로 치료가 꼭 필요합니다.

정신분열병 환자 범죄, 대책은 없나?

정신분열병은 평생유병률(평생 한 번 이상 병에 걸리는 비율)이 전세계적으로 지역이나 인종, 문화적 특성과는 상관없이 1% 내외로 100명 중 1명은 살면서 한 번쯤은 걸릴 수 있는 병입니다.

우리 국민을 5000만명이라고 보면 평생동안 한번 쯤 정신분열병에 걸릴 수 있는 사람이 50만명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올 정도로 주변에 많습니다. 그러나 주변에는 사회적인 편견을 두려워해 정신분열병 발병 사실을 숨기는 환자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정신분열병도 다른 질병과 같이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합니다. 정신분열병을 '불치병'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사실 정신분열병은 전문가에 의해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면 많은 환자들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유범희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질병의 초기에 진단하여 지속된 치료를 시행하면 예후도 좋으나, 반복해서 재발하고 치료가 늦어질수록 사회적, 인지적 기능의 회복이 더디고 더 나빠지게 된다"며 정신분열병의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역설합니다.

조기 치료 못지 않게 사회적 지지도 중요합니다.

최근 정신과 약물의 발달과 병에 대한 인식 향상에 따라 치료를 받는 환자는 늘어났지만, 아직까지도 정신분열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는 견고하지 못합니다. 김정현 교수는 "환자가 치료 후 지역사회로 돌아갔을 때 지지해주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면서 "사회와 국가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지난 4월에는 정신과 관련 학회에서 '정신분열병'의 개명작업에 나서기도 할 정도로 정신분열병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은 아직 뿌리 깊습니다.

정신분열병을 치료할 수 있는 훌륭한 약보다 더 필요한 것은 좀 더 여유롭게 바라보는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예천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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