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사업은 “평화 살리기”와 “경제 살리기” 사업이다(3)

“함께 살려면 분단 기득권을 포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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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형(ku6699)등록 2008.12.29 10:09
개성공단 사업은 “평화 살리기”와 “경제 살리기” 사업이다(3)

“함께 살려면 분단 기득권을 포기하라”

정보 자체의 양에 관해서라면 나는 해당 정부기관이나 군 당국, 주요 언론인에 비교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러나 정보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적대하는 심정을 갖고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 축적한 정보는 아무리 많고 정확해도 결국 모두를 파멸시키고 말 것이다.
성경에는 ‘열매를 보고, 그 나무를 판단하라’(마 7:16~20)는 말씀이 있다. 그 말씀에 비추어 볼 때 나는 ‘분단비용만 먹고 자라는 나쁜 나무’가 실제로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내가 앞서 말한 평화의 길을 사실상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찌하든 분단비용은 은폐하고, 평화비용은 크게 계산하여 대립과 냉전을 온존시키려 한다. 왜냐하면 그게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화평케 하는 자의 복은 예수님이 말씀하시지만, 사단은 분열과 대립, 미움, 거짓의 영이다. 사단의 술책에 빠지면 자기도 알고, 남도 알고 있는 뻔한 사실마저 가리고 숨겨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 한다. 함께 망하는 길이다.
보수도 좋고, 진보도 좋다. 다 역사 발전을 위해서는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성향의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해도, 가서는 안 될 지점이 있다. 바로 민족을 볼모 삼아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수호하려는 태도다. 그들은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이념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 거짓논리로 사람들을 속이고, 자신마저 속는다. 바로 평화와 화해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제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Ⅰ. 알면서도 눈감는 수구적 언론들
처음 나는 금강산과 개성공단 사업에 관한 자료들을 검색하면서, 깜짝 놀랐다. 이 사업이 갖는 전략적, 군사적 중요성에 대한 1차 자료가 놀랍게도 흔히 ‘조중동’이라고 불리는 대표적 보수신문의 자매월간지가 이미 오래 전부터 단독 발굴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신동아 2004년 1월호, ‘개성공단 개발로 휴전선 사실상 北上’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있다. 이 기사는 개성공단 개발이 착수됨에 따라 인민군 4개 보병연대·전차대대는 후방으로 이전하고 있고, 우리나라 수도권에 막대한 위협이던 북한의 장사정포도 곧 후방으로 재배치될 것이라고 예측하며 이러한 실험들이 결국 평화를 향한 새로운 꿈이 되길 소망하며 끝을 맺고 있다. “2003년 이후 개성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민군 지상전력의 재배치는 남과 북이 모두 경제적 실익을 얻는 ‘윈윈 게임’을 통해, 조용히,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평화와 협상이 탱크나 대포보다 위력적일 수 있다는 말이 교과서에서 잠자는 ‘몽상’만은 아님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실례다.”(2004년, 황일도)
더 놀라운 기사는 같은 기자가, 같은 잡지 2005년 2월호에 ‘[단독공개 위성사진] 개성공단 일대 군사시설 전격 철거, 탱크·박격포대대 등 감쪽같이 사라져’라는 기사다. 이것은 앞서 2004년의 기사가 사실임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위성사진들로 가득 차 있다. 아직 개성공단이 들어서기 전인 2002년 말과 공단조성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2004년 말의 위성사진을 비교하면서, 북한의 군사시설들과 무기들이 배치되어 있던 장면이 2년 후 어떻게 변해있는가를 증명해 주는 놀라운 사진들이었다. 기자는 “2002년 촬영한 판문군 일대의 군사시설. 2004년 사진에서는 모두 철거됐다.”라고 썼다.
그리고 같은 기자, 같은 잡지, 같은 호에 “北 백두산 군사기지에 南 관광기 내린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도 역시 또 다른 평화사업인 백두산 관광 사업이 남과 북 관계자들 사이에 한창 진행 중이며, 이 역시 북한 공군기지 문제와 맞물려 있어 쉽지는 않지만 큰 기대를 걸며 역사적 의미를 평가하고 있다.
“대포 녹여 보습 만든다?
…금강산 관광특구에 포함되어 있는 북한의 장전항은 원래 해군기지였다. 그러나 개발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이를 모두 철거했다. 개성공단이 들어선 벌판도 인민군 2군단 6사단이 주둔하던 지역이지만, 이들도 자리를 뒤로 물렸다. 비록 남측에 위협을 주던 위치는 아니지만 삼지연공항 역시 관광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르면 완전히 민간화할 것으로 보인다. 가속화하는 북측의 개방과 경제적 필요, 이에 대응하는 남측의 발 빠른 움직임이 북핵 문제가 야기한 ‘빙하기’에도 나름의 성과를 만들어가는 형국이다. ‘대포를 녹여 보습을 만드는’ 이와 같은 움직임이 백두산에서도 성사될지 지켜볼 일이다.”(2005년, 황일도)
그러나 그러한 놀라움은 곧 배신감으로 바뀐다.
이 잡지의 모태인 동아일보가 이런 기사를 모를 리 없겠음에도, 동아일보는 개성공단 사업 등이 처음부터 안 될 일을 벌이다가 결국 북한의 공작에 놀아나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린다. 최근 좌초의 위기를 겪고 있는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동 신문의 사설들은 햇볕정책의 실패사례, 심지어 북한의 자해공갈 행위로만 몰아붙인다.
“돌이켜 보면 북한과 그 지도자에 대한 오판과 환상에서 출발한 햇볕정책의 운명은 예정돼 있었다.…햇볕정책은 북이 핵실험을 한 2006년 10월 9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북의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 햇볕정책의 수명을 언제까지 연장할 것인가. 북은 지금 햇볕정책의 안락사를 재촉하고 있다.”(햇볕정책의 말로, 권순택 논설위원, 동아일보 08년 12월 3일)
“개성공단을 볼모로 우리 측을 무릎 꿇게 하려는 벼랑 끝 전술이다.…일각에서처럼 북의 주장에 동조해 정부를 압박한다면 이적(利敵)행위나 다를 바 없다.…따지고 보면 이 모든 수모가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북에 퍼주면서도 비위 맞추기에 급급했던 탓이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어쩌면 북이 요구하는 10·4 선언의 무조건 이행을 위해 퍼부어야 할 비용보다 개성공단을 포기하는 쪽이 오히려 부담이 적을 수도 있다.”(사설-북 개성공단 ‘자해공갈’에 물러설 수 없다, 동아일보 08년 11월 25일)
자신들이 독점 발굴해 낸 사실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쾌거로 보도하고서도, 단지 햇볕정책의 실패사례나 북한의 자해공갈 사건 정도로 폄하해 버리는 태도에서 수구언론의 상업주의와 자폐적 냉전사고 앞에서 평화와 남북화해를 위한 몸부림이 얼마나 가볍게 취급되는가를 새삼 절감한다. 긴장완화와 평화를 바라지 않는 세력이 분명히 있다.

Ⅱ. 지만원의 눈부신 변신
올해 나이 67세. 육사 22기로 육군 대령 예편. 군 출신으로는 드물 정도의 열린 사고로 북한의 수세적 입장을 이해하고, 적대적 대북정책을 포기할 것과 군과 대규모 군축을 주장하고, 사회개혁, 시스템의 변화 역설. 누군지 아는가?
바로 최근 노골적 친일옹호 발언, 문근영 좌파 발언에 이어 신윤복 신드롬도 북한과 관계돼 있다는 발언 등 갈수록 블랙 코메디적 언행을 일삼는 지만원씨다. 사실 나도 그와 개인적 인연이 있다. 10여 년 전 쯤 당시 남북나눔운동 간사였던 나는 앞서 말한 대로 직업군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군대와 통일문제에 대해 획기적 발상으로 신선한 자극을 주었던 지만원씨에 큰 도전을 받았다. 
‘통일의 지름길은 영구분단이다’(자작나무, 지만원, 1996)라는 알쏭달쏭하고도 신선한 제목의 책을 읽고, 놀랄만한 혜안에 감탄했다(사실 이 책은 지금 읽어도 손색이 없다). 급기야 젊은이들의 통일과 평화교육을 위해 기획한 ‘통일학교’에 그를 초청했고, 깊은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그는 냉전적 사고에 빠져 굳어있는 정부 및 군 관계자 및 군사 전문가들을 매우 비판했다.
갑자기 지만원씨 얘기를 왜 하는가? 이번에 개성공단에 관한 글들을 찾아보면서, 앞서 소개한 대로 현재 개성공단 자리가 종전만 해도 북한군 정예부대들이 주둔하던 기지들이었다는 사실들을 확인했다. 그런데 그 가운데 북한군 62포병단의 주력무기인 장사정포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우리 입장에서는 핵무기보다 위협적인 존재라는 주장이 보인다.
“국방부의 보고에 따르면 서울까지 닿는 장사정포는 개전 시 최고 7천발의 생물, 화학무기를 퍼부을 수 있습니다. 핵무기는 필요조차 없습니다. 북핵을 두려워하는 주체는 이런 포의 사거리 밖에 있는 미국과 일본입니다.…남한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은 저 장사정포를 비롯한 만단위의 포대입니다. 거기에 비하면 북핵은 차라리 우스워 보일 지경입니다.”(이명박 정부의 무능한 외교력)
그런데 나는 바로 이러한 주장이 10여 년 전 읽었던 다름 아닌 지만원씨의 바로 그 책의 주장과 일치하는 것을 쉽게 기억할 수 있었다(그만큼 나는 그 책에 큰 감명을 받았던 터다).
“북한의 핵무기는 이미 남한에게는 군사적 위협이 아니다.…남한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핵무기가 아니라 서울 불바다용 무기와 화생무기이다. 그러나 미국에게 무서운 것은 이러한 무기가 아니라 핵무기이다. 같은 전선을 대해고 있으면서도 미국과 한국의 입장은 이처럼 다르다”(지원만)
10여 년 전 지만원씨는 북한 핵이 군사용이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 벼랑 끝 전술에 사용할 정치협상용 카드임을 스스로 밝혔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에 대한 정치적 의미를 더 많이 띠고 있다.…북한이 외교적 고립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미국이라는 관문을 먼저 통과해야 한다.…북한의 핵은 바로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엄청난 무기이다.”(지만원, 76쪽) 심지어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반드시 세계 핵강국들의 핵 보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82쪽)라고까지 말한다.
그러면 대한민국 최대 안보의 위협인 북한 대량살상무기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북한 핵문제를 푸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는 이렇게 주장한다. “북한이 왜 핵을 보유해야만 했는가. 재래식 무기 경쟁으로는 남한을 당해 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따라서 북한 핵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에게 확실한 안보를 보장해 줘야할 것이다. 바로 주변 4강과 유엔이 보장하는 평화협정과 남북한 상호군축인 것이다.”(91, 92쪽) 마치 지금 북핵문제를 풀어가는 무대인 6자회담과 평화협정을 예견하는 듯하다. 남북간 군사위협을 당장이라도 없앨 유일한 방법으로 그는 대규모의 일방적 군축으로 제시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병력을 줄이는 것이다. 약간만 줄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 대폭적으로 줄여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무서운 무기가 많아도 병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108쪽)
직업군인이었지만, 그는 단지 군사문제 뿐 아니라 통일과 평화를 풀어가는 문제에 있어서도 참으로 놀라웠다. “평화를 먼저 추구하면 통일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가까이 다가오겠지만, 통일을 먼저 추구하면 평화가 깨질 것이다.”(9쪽) “흡수통일을 하게 되면 통일하는 쪽의 복리도 희생되지만 통일당하는 쪽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 자체가 비참하게 망가질 것이다.”(22쪽)
심지어 그는 지금 가장 증오의 존재로 여기고 있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일방안이야말로 가장 설득력 있는 것으로 칭찬한다. “정부의 통일안에 북한체제 전복이라는 불순한 ‘커닝 정신’이 깃들여 있는 것이다. 현 정부 통일안의 제3단계인 ‘1민족 1국가 통일 단계’에도 북한으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기분 나쁜 조항이 들어있다. ‘자유민주 체제’에 의한 1체제 1국가로의 통일인 것이다.…이에 비하면 ‘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에는 커닝 정신이 들어있지 않다.…현 정부의 통일방안이 흡수통일을 의미하고 있는 반면, 김대중의 통일안에는 흡수통일이 배제돼 있다.”(27, 28쪽)
더 이상 길게 소개할 것도 없이 위 책의 주요목차들만 소개해도, 그 책의 파격성과 탁월성을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휴전선을 국경선으로 공식화하자. -평화를 추구하라, 그러면 통일은 스스로 올 것이다. -평화공존 체제는 한국의 고르바초프만이 열 수 있다. -현 통일 정책을 포기하라. -북한을 커닝 정신으로 대하지 말라. -북한은 왜 핵을 가져야만 했나 -북한 핵은 우리에게 무서운 무기가 아니다. -북한 핵은 미국의 문제였다. -북한 핵은 오직 군축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과거 핵에 대해 미국과 북한은 한 배를 탔다. -군축 없는 평화는 허구다. -한국군은 미군의 속군인가』
지만원씨의 주장은 간단하다. ‘먼저 평화와 공존을 추구하라. 그러면 통일은 스스로 올 것이다.’ ‘궁지에 몰린 북한을 이해하여 우리가 먼저 풀려고 하면 안보와 평화문제는 풀릴 것이다.’ 이 사람이 정말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그 지만원이 맞는가? 틀림없이 같은 지만원씨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그는 발전은 고사하고 다시 냉전적 사고로 퇴화하여, 남북이 상생해야할 이 중대한 시점에 소모적인 논쟁만 일삼고 있다. 지난 10년 어간에 그에게 무슨 일이 있어 다시 70년대로 돌아갔는지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람들과 자신마저 속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지금의 주장을 강변하기 전에 반드시 자신의 변신을 해명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뉴스앤조이와 뉴스파워에 함께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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