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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완코 카누, 심장판막 수술도 그를 막을 순 없었다

[뉴스 속 건강 104] 아프리카 대표하는 현존 최고 선수 중 하나

09.12.10 16:57최종업데이트09.12.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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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표팀이 속한 2010 남아공 월드컵 B조에서 대한민국의 마지막 상대는 아프리카의 강호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입니다. 나이지리아는 우리나라가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선수 구성의 면면을 살펴본다면 아르헨티나와 비교해도 그리 만만한 팀이 아닙니다.

아예그베니 야쿠부(27. 에버튼), 오바페미 마르틴스(25. 볼프스부르크), 요셉 요보(29. 에버튼), 타예 타이요(24. 마르세유) 그리고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스카우트 경쟁을 했던 존 오비 미켈(22. 첼시)까지 수비수부터 공격수까지 유럽 톱 리그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이 즐비합니다.

그러나 이 선수를 빼고 나이지리아를 생각하는 축구팬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아르헨티나에 영건 메시가 있다면, 나이지리아에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백전노장 은완코 카누(33. 포츠머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은완코 카누,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현존 최고의 선수 중 하나

현존 최고의 아프리카 공격수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은완코 카누. 그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심장병 퇴치를 위해 ‘카누 심장 재단’을 설립하는 등 자선사업에도 열심이다. ⓒ 포츠머스 FC

역사상 최고의 아프리카 축구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고 현재에도 프리미어리그 포츠머스에서 간판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지만, 그의 과거는 지금보다 훨씬 더 찬란했습니다. 카누의 등장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나이지리아의 슈퍼이글스의 출현과 그 시기를 함께합니다.

이미 15살에 나이지리아 1부 리그에 속한 페더레이션 웍스에서 경기를 뛰기 시작한 그는 1992년에는 나이지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구단인 오웨리스 이완얀우 나시오날로 옮겼고, 1993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 17세 미만 선수권에서 나이지리아를 우승으로 이끌며 유럽 스카우트의 표적이 됩니다.

영 플레이어를 보는 능력이 탁월한 네덜란드의 아약스는 카누를 전격 영입하게 되고, 카누는 아약스에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1군 팀에서 활약하며 세 시즌 동안 25골을 터트립니다. 카누는 1995년에 야약스에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선물하고, 1996년에는 아틀란타 올림픽에서 나이지리아에게 금메달을 안겨줍니다. 금의환향 후 세계 최고의 실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아프리카 올해의 선수상 수상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이때가 그의 나이 20살.

유망주를 키우는 능력이 탁월했던 아약스는 카누의 전성기 시절 이탈리아의 명문 클럽인 인터밀란으로 350만 파운드에 이적시킵니다. 하지만 약관의 어린 나이에 '호사다마'였을까요? 그는 인터밀란 입단 후 시행된 메디컬 테스트에서 치명적인 대동맥 심장 판막 질환 진단을 받게됩니다.

심장 판막 수술을 극복하고 기적같이 돌아와

치명적인 대동맥 심장 판막 질환을 극복하고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온 은완코 카누 ⓒ 포츠머스 FC

대동맥 심장 판막 질환이란 심장이 우리 몸에 혈액을 보내기 위해 수축과 이완을 하게 될 때 열리고 닫히는 판막에 생기는 이상 질환입니다. 대표적으로 대동맥판의 협착증과 역류로 인해 병변이 발생하게 되고 두 질환 모두 급사의 위험이 있는 위험한 질환입니다.

카누의 정확한 병명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질환은 대동맥판 역류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성적인 대동맥판 역류의 경우 장기간 증상 없이 지낼 수 있고, 판막의 교체가 치료의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후 카누는 미국에서 대동맥 판막에 대한 큰 수술을 하게 되었고, 11개월 동안 인터밀란에서 뛸 수 없었습니다. 인터밀란은 카누 대신 브라질의 슈퍼스타 호나우도를 영입했고, 그렇게 카누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프리미어리그의 아스널로 쫒기듯 이적하게 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카누의 환상적인 활약을 경기장에서 다시는 볼 수 없으리라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절치부심한 그는 수술의 악몽을 떨쳐내고 아스널에서 맞은 첫 풀 시즌에서 17골을 넣으며 부활의 신호를 알렸고, 이런 활약들을 바탕으로 두 번째 아프리카 올해의 선수상을 받게 됩니다.

비록 티에리 앙리가 등장한 이후 후보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아스널에서의 5년 동안 44골을 넣으며 프리미어리그에서 명성을 쌓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프리미어리그의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을 거쳐 현재 포츠머스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카누는 자신의 심장 수술 이후 자선 사업에도 뛰어듭니다. 지난 2000년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심장병 퇴치를 위해 '카누 심장 재단'을 설립했고, 이 재단은 지금까지 아프리카 전역에서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심장 건강을 위해 진료중입니다.

197cm의 큰 키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선수 특유의 유연함과 개인기를 겸비한 슈퍼이글스의 맏형 은완코 카누. 그는 비록 적장의 선봉으로 우리 대표팀과 만나지만, 인생의 굴곡이 심했던 만큼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 월드컵이 될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덧붙이는 글 우리 대표팀이 속해있는 월드컵 B조에는 흥미로운 선수들이 있습니다. 특히 장애와 질병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플레이를 보이는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2회에 걸쳐 월드컵 특집으로 꾸며보고자 합니다.
은완코 카누 나이지리아 남아공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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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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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두영의 <뉴스 속 건강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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