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인 찍힌 이들과 소통하기

[서평] 교실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

검토 완료

임준연(withsj)등록 2011.01.08 11:14

책표지 ⓒ 리더스가이드

남들에게 내세울 만하다든가 흐트러짐 없이 정의롭고 바른 길을 걷고 있다든가, 가정의 화평을 위해 온몸을 희생한다든가 하는 '바름'을 추구하지 못하고 산다. 자신의 삶을 적어도 돌아볼 줄은 아는 덕택에 남에 대한 비판에는 매우 인색한 편이다. 어떤 이에 대한 잘잘못을 둘 이상이 모여 떠들 때에도 옆에서 그냥 '응', '음, 그래' 정도의 추임새를 하는 정도뿐이지 적극적으로 같이 동참하는 일은 별로 하고 싶지도 않고 할 줄도 모른다.

이런 성격 때문에 한집에 같이 사는 이는 왜 매번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느냐고 옥신각신 한 적도 많았다. 그래서 생긴 요령이 좀 더 적극적으로 보이는 맞장구를 입에 달 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 맞아", "음, 당신이 많이 서운했겠네", "그건 나빴군" 정도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결국 실컷 흉보던 이랑 함께 잘 어울려서 웃고 떠들고 하는 '험담했던 이들'을 보게 되기도 한다. 현실은 감정을 쌓아두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것이 손해임이 분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하튼, 역시 끼어들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곤 하게 된다.

이런 마음가짐은 주변을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누군가 심하게 꾸짖음이나 나무람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작 그 이의 처지를 깊이 이해하려고 하는 이는 드물다. 그런 상황에서 입장을 바꾸어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가정하고 상황을 꾸며보는 것은 그 사람을 이해하는데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어린시절에 가지고 있던 선입관은 세월 때문인지 몰라도 극복하기가 쉽지는 않다.

과거 학교에 다니면서 '문제아'로 찍혀서 교사로부터는 혐오와 조롱의 대상이자 동급생이나 후배들로부터는 경계의 대상이었던 친구들이 졸업해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인생을 살고 있음을 듣게 될 때에는 그때만 생각하던 이들에게 놀람의 충격을 주기도 한다. 오히려 돈 잘벌고 잘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에 더해 '그럴 리가' 하는 의심과 함께 억울함에 사촌이 땅을 산 것처럼 배가 아파오기까지 하게 된다.

이는 '문제아'라고 낙인찍는 것 자체가 인간을 대하는 성실한 태도가 아니었음을, 그도 인간 같지도 않은 삶을 살리라 예견했던 것과 다른 하나의 '삶'을 살 수 있음을 증명한다. 교육이 인재양성의 기능뿐 아니라 올바른 사회성과 인성을 기르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누군가를 '낙인찍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함이 옳다.

<교실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는 소개되는 책이 '다른삶 이해하기'의 소스역할을 하긴 하지만 한 교사가 만난 수많은 문제아들과 짧고 긴 교류와 소통이 주된 내용이다. 이를 통해 교사와 학생사이의 관계가 우리가 아는 관습처럼 딱딱한 것이 아님을 알게 해준다. 때로 부모가 주는 사랑을 대신하기도 하고 친구처럼 다가가 손을 잡아줌으로써 세상을 적대시하던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고 세상에 대한 시각도 부드러워짐을 증명한다.

이 교사의 수기를 통해 소외되어 상처받은 아이들이 치유의 가능성이 충분함을 예견할 수 있음과 동시에 오늘날 성적지상주의에 놓인 교실현장의 방향성도 조심스럽게 점칠 수 있다.
과거를 회상하면 이런 교사를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다면 내가 '범생이'였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자라온 교육환경이 조금의 틈도 없이 교사들을 획일화하고 타성에 젖게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더 나빠졌음이 분명한 오늘의 학교를 바라보며 그래도 작은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글들이 엄동설한인 요즈음에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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