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과 쥬얼리, '후자'가 더 낫네

걸룹 스윙대결, 시크릿 'Shy boy' VS 쥬얼리 'Back it up'

등록 2011.02.04 12:40수정 2011.02.04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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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얼리가 스윙을 들고 나왔다. Back it up이라는 곡이다.

왜 이 추운 날에 다들 스윙 타령일까? 원래 가을 겨울은 발라드가 대세인 계절인데. 그러나 곡보단 가수, 가수 중에서도 걸그룹이 대세다 보니 계절별 가요의 흐름도 바뀐다. 걸그룹이 발라드를 내놓을 순 없으니, 이 암울한 추위를 녹여줄 분홍 털장갑 하얀 앙고라 목도리 같은 소녀들의 보송보송 발랄한 곡들이 나오는 것일까? 아니면 추워서 발을 동동거리느니 소녀들의 스윙 리듬에 맞춰 발을 구르고 싶다!는 대중의 심리를 간파한 것일까? 시크릿이 Shy Boy란 스윙곡으로 요즘 자그룹 사상 처음으로 귀여움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시점에서 박정아 서인영의 힘을 잃어버린 '사실상 듣보' 쥬얼리가 스윙이라니. 스윙으로 한창 잘 나가는 시크릿과 비교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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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얼리 흥겨운 스윙곡 Back it up으로 컴백한 쥬얼리 ⓒ 스타제국


쥬얼리의 Back it up을 듣고 그런 생각은 바뀌었다. 스윙곡으로서의 질과 수준으로 보건대 시크릿의 Shy boy가 훨씬 못 미친다. 수준차이가 명백하다. 후발주자인 쥬얼리의 승리다. 쥬얼리의 Back it up을 듣고 있으면 리듬도 멜로디도 스윙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썼다는 생각이 확 든다.

쥬얼리의 Back it up이 스윙의 흥겨움 더 잘 살려내

영화 '스윙걸즈'에도 나왔듯이, 스윙 리듬의 특징은 약/강/약/강에 있다. 강박을 뒤쪽에 위치시켜 절뚝거리는 흥겨운 느낌을 내는 게 핵심이다. 쥬얼리의 Back it up 과 시크릿의 Shy boy 두 곡의 리듬을 들어보면 드럼비트에서 약/강/약/강의 박자 구성이 잘 드러난다. 두번째박과 네번째박에 스내어와 클랩이 들어가 뒷박을 강조해주고 있다.

하지만 두 곡의 멜로디에선 차이가 난다. 아무리 밑에 깔린 리듬이 약/강/약/강의 스윙으로 쓰여졌다 해도, 위에서 노는 멜로디가 그와 반대로 정박에 딱딱 맞춰 들어가게 되면, 멜로디는 강/약/강/약의 뻔한 구조를 갖게 되어 스윙의 느낌을 잘 살려내지 못하게 된다. 

쥬얼리의 Back it up은 멜로디에서까지 스윙의 느낌을 충실히 살려냈다. 쥬얼리 Back it up에서 한 소절을 살펴보겠다.


모두 너를 보고 제일이라 해도 먼저 와주기만 바란다고 해도 예-
Buy another drink, 뻔한 니 style 넌 어딘가 부족해
자꾸 티내고픈 마음 나도 알아 가끔 뻔뻔해지고픈 맘도 알아 예-
Buy another drink, I'll drink it all up 내게 내게 빠져봐

이 부분의 멜로디에서 느껴지는 쫀득한 느낌. 그게 스윙곡의 멜로디가 가져야 할 감각이다. 점음표가 엇박이 어우러지면서 당겨주는 느낌 말이다.

쥬얼리의 'Back it up'의 후렴은 스윙 멜로디의 전형을 보여준다. 약/강/약/강의 구조를 반복시켜 흥겨운 훜을 만들어냈다.

(Back it) / up Back it up Back it / up my baby Back it / up Back it up Back it / up my baby
  4       /  1   2        3   4        / 1   2     3    4        / 1   2        3   4       /  1   2   3  4
강      /  약  강      약  강      / 약  강    약  강       / 약  강      약  강      / 약  강 약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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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Shy boy로 가요계를 휩쓸고 있는 걸그룹 시크릿 ⓒ 티에스엔터테인먼트


그러나 시크릿의 Shy boy는 다르다. "샤이- 샤이- 샤이보이-" 에서 볼 수 있듯 시크릿의 Shy boy의 후렴 멜로디는 거의 정박에 들어간다. 엇박도 점음표도 적다. 아무리 밑에  스윙 리듬을 깔았다 해도, 멜로디가 정박으로만 구성된 채 엇박과 점음표가 없으면 스윙의 절뚝거리는 흥겨운 느낌이 반감된다. 쥬얼리의 Back it up이 시크릿의 Shy boy를 압도하는 이유다.

쥬얼리의 Back it up을 듣다가 시크릿의 Shy boy를 들으면 아마 매우 심심하게 느껴질 것이다. 후렴 멜로디의 박자 구성이 너무 얌전하고 재미가 없다. 그러나 확실히 쉽긴 쉽다. 귀에 잘 꽂히고 기억되는 '쉬운 멜로디'란 이야기다.

시크릿 Shy boy 후렴 멜로디 박자, 박진영 Swing Baby 후렴 멜로디 박자와 유사
그런데 가만 듣고 있자니, Shy boy 후렴의 멜로디 박자 구성을 큰 틀에서 보면 박진영의 Swing Baby와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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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박진영 6집 수록곡 Swing Baby ⓒ JYP엔터테인먼트


스윙- 스윙- 스윙 마 베이베 / 빙빙빙 나를 돌아봐 오
샤이- 샤이- 샤이- 보이 -    / 오오오  -    마이 보이-

하지만 역시 박진영의 Swing Baby가 훨씬 낫다. 비슷한 박자 구성이지만, 샤이-로 뒷박까지 길게 끄는 시크릿과 스윙/ 스윙/ 으로 한 박에 바로 끊어 쳐내는 박진영의 차이다. 시크릿의 Shy boy에서 후렴은 '샤이- 샤이-'로 뒷박을 다 잡아먹는다.

하지만 박진영의 Swing Baby는 1,3 정박에 노래가 들어가긴 했으나 스윙/으로 1음절에 바로 끊어버리고 뒷박을 비워버려 두번째 네번째의 강박이 확 부각되도록 했다. 약/강/약/강의 리듬이 잘 드러나도록 멜로디를 배치한 것이다. 멜로디에도 엇박과 점음표가 적절히 배치돼 있어, 당겨주는 힘이 훨씬 쫀득하다.

같은 스윙이라도 그 흥겨움을 흉내만 낸 곡이 있고, 흥겨움의 깨알같은 요소들을 한땀 한땀 제대로 접목시킨 곡이 있다. 여러 장르의 음악이 대중가요에 녹아드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새로운 느낌을 주고 싶으면서도 사람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멜로디만큼은 단순화하여 쓰고 싶어하는 작곡가들의 욕심도 이해가 간다. 다만 좀 더 고민하는 노력이 더해진다면 대중음악계가 훨씬 풍부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쥬얼리 #시크릿 #SHY BOY #BACK IT UP #스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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