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 숲길 걸으며 ‘긍정적 삶’ 키우다

제주 A중학교, 숲길 걸으며 학교 적응력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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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임(kki0421)등록 2011.06.0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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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익어가는 지난 6월 4일 오후 2시, 제주시 봉개동 장생의 숲은 상큼했다. 삼나무 숲으로 우거진 산책로에는 60여명의 학생들과 30여명이 선생님들이 산책로를 걷기 시작했다.  새소리가 나는 숲길, 장생의 숲길은 여느 때와 달리 왁자지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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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무혁(16세)이는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행복하게도 교장선생님과 손을 잡고 숲길을 걸어야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교장선생님의 손을 잡는다는 것을 어디 감히 생각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이날 무혁이는 교장선생님 곁은 떠나지 않았다. 무혁이와 교장선생님은 멘토와 멘티로 엮어진 '사랑의 인연'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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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은영이(14세) 역시 가슴이 두근거렸다. 늘 교무실에서만 만나 볼 수 있었던 교감선생님과 길을 같이 걷기 때문이다. 평소 학교에서는 인사만 할 수 있었던 교감선생님, 그런데 이날 은영이는 교감선생님과 함께 대형버스에 동승을 하고, 흙길을 걸어야하니 생각만 해도 가슴 두근거리는 사실이었다.
이날, 은영이와 교감선생님은 빼꼭히 늘어선 소나무 숲을 지나, 푹신푹신한 흙길, 아카시아 향기 그윽한 장생의 숲길을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학교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상담이 되고 교육이 되겠지만, 숲길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대화'일 뿐이다. 그것도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숲길을 같이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평소에 인영이가 하지 못했던 이야기까지 토해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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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교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과 함께 길을 걷는 다는 자체를 얼마나 부담스럽게 생각했던가. 그러나 무혁이와 은영이는 재잘-재잘- 자신의 일상과 학교생활에 대해 토로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는 스승이지만, 숲길에서 나누는 대화는 인생의 선배, 사랑을 이어주는 멘토와 멘티 관계였다.
정은이와 민경이도 평소 음악실에서만 만났던 음악선생님과 길을 걸었다. 이들은 장생의 숲길 입구에서부터 끝나는 지점까지 팔짱을 끼고 걸었다. 학교에서는 엄하셨던 선생님이셨지만, 자연생태체험 현장에서 만남 선생님은 엄마 같고, 이모같이 부드러운 분이셨다. 그래서 이야기가 잘 통했는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학교와 교실이 아닌, 편안한 휴식과 안락한 공간이 제공된 숲길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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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메말라지는 교육현장, 삭막한 사회, 가정해체로 열악해지는 가정형편, 그 속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 대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주시내 A 중학교에서는 사제지간 '사랑의 끈 잇기' 프로그램 일환으로 숲길 걷기 자연생태체험을 실시했다. 학교생활과 가정생활이 힘든 제자와 함께 길을 걸음으로써  불만을 해소하고, 학교 적응력을 높이는 반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활동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자발적으로 학습활동에 참여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한 것이다.
이날, 3시간 동안 선생님과 손을 잡고 걸었던 길, 소곤소곤 나눴던 대화는 분명 초록의 향연처럼 푸르게- 푸르게- 피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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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 우거진 숲길에서 제자의 등을 토닥여주는 스승, 아카시아 꽃향기를 함께 맡아보는 스승과 제자, 산책로에서 서로 팔을 이끌어 주는 사제지간, 흙길을 걸으며 흘리는 땀방울을 닦아주는 그림은 한 장의 아름다운 사진으로 인화되었다. 
사람들은 요즘 교육현장을 많이 걱정한다. 학교 부적응학생, 일상생활에서 정서가 결핍된 학생, 가정환경이 열악한 학생들에게 긍정적 삶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교육도 중요하다. 하지만 끊임없는 정서적 지원과 체험활동을 통한 '긍정적 삶' 키우기는 우리가 꿈꾸는 모토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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