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으로 노동자 죽어가는 데 삼성과 정부는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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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구(hyg8692)등록 2011.06.23 20:28

백혈병으로 노동자 죽어가는 데 삼성과 정부는 나 몰라라

 

- 백혈병이 삼성의 책임이라고  판결

 

오늘(6.23) 여름 장마가 시작된 날 서울에도 비바람이 불고 비가 세차게 내렸다. 오후 1시 40분 재판결과를 기다리며 강남구 서초동 서울행정법원에는 많은 방송 카메라가 몰려들었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노동자와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재불승인을 취소 행정소송이 열린 날이다. 재판 전에 법원 경비들이 1인 시위를 하던 유족들을 막아섰고 이 과정에서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서초지구대로 연행되었다. 소송을 제기한 지 1년 5개월 만의 선고재판결과는 근로복지공단은 고 황유미씨 부친 황상기씨 등 유족 2명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 발암물질의 유해성은 회사나 국가가 규명할 일

 

백혈병이 삼성반도체 근무와 관계가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에서 승소하지 못한 다른 직원 2명과 유족 1명에 대해서는 백혈병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은 그 동안 국가권력과 삼성재벌이 조직적으로 은폐해 온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죽음의 질병인 백혈병이 업무와 연관성이 있고 따라서 삼성재벌의 책임임이 밝혀진 셈이다. 그 동안 근로복지공단은 백혈병의 원인이 삼성측에 있음을 입증하라고 주장했다. 반도체 공장의 유해화학물질과 방사선에 노출된 채 억울하게 죽어간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국가는 추가로 폭력을 행사한 셈이다.

 

- 유가족들의 피눈물

 

아직 고법, 대법 등 숱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삼성 본관 앞에서 피를 토하며 투쟁했던 당사자와 유가족 그리고 반올림, 삼성일반노조 등 연대단위들에게는 희망을 비춰주었다. 카메라 앞에 선 황상기씨는 딸의 억울한 죽은 뿐만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들이 삼성반도체에서 억울하게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깨기 위해서라도 삼성에 노조가 설립되어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면서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를 희망했다. 유가족들이나 연대단위들은 기자회견 내내 여기저기서 서러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비정한 자본의 돈벌이에 목숨을 잃은 노동자 가족들은 이제 거대하고 포악한 자본인 삼성에 맞서 조그마한 승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진실을 밝히고 억울하게 죽은 가족들의  원한을 풀어야 할 것이다.

 

- 편리한 전자통신기기에 깃든 노동자들의 억울한 영혼

 

오늘날 정보통신시대를 맞아 컴퓨터, 핸드폰, 스마트폰, 아이폰 등 수많은 반도체 정보통신기기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다국적기업과 재벌들은 이러한 신상품을 통해서 소비자들의 기호를 만족시키며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오늘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국가들의 기업과 국가경쟁력은 이런 제품들의 국내외 시장 선점여부에 달렸다고 할 정도다. 유아기의 어린이를 제외하고 이제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런 정보통신기기에 하루의 일상을 내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런 반도체 상품이 만들어지는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백혈병으로 죽어가고 있고 그런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 노동자 백혈병은 자본가 이윤착취 결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문명의 이기가 편리하고 유용한 만큼 이러한 상품이 만들어지는 생산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겪어야 할 죽음의 고통을 생각해야 할 때다. 왜 건강하고 안전한 노동은 가능하지 않는가? 단순히 노동자 자신이 작업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그런가? 명백한 것은 자본이 최소비용으로 최대이윤을 얻기 위해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땀과 눈물도 모자라 노동자의 피조차 뽑겠다는 것이다. 산업안전시설, 유해물질 공장의 작업수칙, 적정한 노동시간과 충분한 휴직, 그리고 적정한 노동자 수 등이 갖춰져야 한다. 자본가 스스로 이런 여건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히 정부당국이 이에 대한 명백한 기준을 갖고 감독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한 통속임이 드러났다.

 

- 창업주 눈에 흙이 들어갔으니 노조 인정할 때

 

결국 노동자들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단위사업장 복수노조 시대를 맞아 삼성에서도 당연히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 삼성재벌은 그 동안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는 창업주의 무노조 방침이 이건희, 이재용의 3대 세습체제를 이어오며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고 완전한 무노조도 아니다. 그들은 어용노조인 '유령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조를 만들지 못하도록 강제했다. 공장과 사업장 밖에서 만들어진 자주적인 삼성일반노조는 삼성의 무한 탄압을 견뎌왔다. 그 동안 어떤 정부도 이런 명백한 노동법 위반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노동자 서민의 정부를 내세웠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포스코와 함께 삼성의 무노조전략은 일방통행으로 관철됐다.

 

- 결국 삼성에 꼭 필요한 노동조합

 

이제 가장 친기업적이고 자본독재를 행사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 하에서 삼성에 민주노조 깃발을 꽂아야 할 시점이다. 노동자들이 더 이상 백혈병으로 죽어가지 않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은 자본가나 자본가 정권이 아니다. 노동자들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조직된 노동조합을 통해 가능하다. 더 이상 억울한 죽음으로 피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억울한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고 그 원혼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삼성에 반드시 민주노조가 건설되어야 한다. 삼성은 오는 7월 1일 이후에도 노조설립을 봉쇄하기 위해 갖은 음모를 꾸밀 것이고 어떠한 불법도 자행할 것이다. 이제 내부에 있는 노동자들뿐만이 아니라 삼성 바깥에 있는 노동자와 시민들이 함께 연대해야 한다. 이 야만적인 기업을 국민의 기업으로 돌려놓기 위해서 함께 연대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만약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탄압한다면 삼성에 대한 광범위한 불매운동을 조직해야 한다.

2011.06.23 20:28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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