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아리송...이 남자, 날 갖고 노나?"

[레인보우 상담실 ⑫] 희망고문하는 남자, 이렇게 해보세요

등록 2011.07.06 14:41수정 2011.07.0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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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오후 5시 10분]  


[고민] 제가 1년째 짝사랑 중인데 어장관리인지 아닌지 모르겠고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어서 답답해요. 고시를 준비했었는데요. 지난해초 독서실을 옮기면서 옆자리 남자분에게 첫눈에 반했습니다. 그 사람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시험 끝나는 날 책상에 쪽지를 놔뒀어요. 며칠만에 자기가 시험을 너무 못 봐서 회복이 안돼 답장이 늦었다고 문자가 왔습니다. 그 사람은 자기도 예전부터 친해지고 싶었다, 예전에 얼굴 봤는데 예쁘더라며 다음에 서울 오면 꼭 연락하겠다고 하고는 고향에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뒤에 제가 안부문자 몇 통을 보냈어요. 그리고 또 한 달 정도 뒤에 추석 잘 보내셨냐고 문자를 보내서 문자를 주고받다가 그 사람이 맛있는 거 먹자며 제가 공부하고 있는 곳으로 오겠다고 하기에 기다렸죠. 하지만 2주가 지나도 연락이 없더라구요. 저는 '날 갖고 노나?' 그런 생각을 하다가 전화를 걸었어요. 공부하는 사람이라 주말에만 시간이 될 것 같아 지난주와 이번주 주말에 놀러가려다가 술 먹고 늦게 자고 하다보니 못 왔다고 하더군요. 바로 그 다음날 저녁 먹기로 약속을 했고 만나서 저녁을 먹었는데 분위기도 좋았고 그 다음날 저녁 같이 먹자는 약속까지 하더라구요. 그렇게 저녁 먹고, 다다음날에도 제가 공부하는 곳에 놀러도 왔어요.

그런데 여기서 부터가 문제일까요. 아니면 이 전의 내용으로 보아 이미 저를 별로 안 좋아한 건가요. 그 사람이 놀러 와서 저녁 먹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제가 그날 공부 안 하고 바로 집에 간다고 했거든요. 그럼 좀 더 놀다 가라며 노래방이나 술집 가자고 했는데 저는 노래를 너무 못해서 노래방이 가기 싫었어요. 그래서 산책을 30분 넘게 하다가 집에 왔는데 그 사람이 "너무 일찍가서 아쉽네요"라는 문자를 보낸 거예요. 다음날 또 만나 저녁 먹고 영화를 보는데 그 사람이 손잡고 싶어하는 거 같았지만 피했어요. 며칠 뒤에도 밥 먹고 산책하는데 또 손잡으려는 분위기였지만 또 피해버렸고요.

상황은 그렇게 되고 며칠 뒤 그 사람 시험 발표가 났습니다. 근데 결과가 안 좋아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일단 그날 전화를 해 괜찮으시냐고 한 뒤 그 다음부터 매일 문자를 했어요. 왠지 문자를 안 하면 그 사람이 시험 떨어져서 싫어진 줄 알까봐. 차라리 귀찮아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죠. 근데 점점 그 사람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마음 정리 하시면 연락 달라고 했는데 일주일 뒤 그 사람이 자기도 공부하러 들어왔다고 문자를 하고 그렇게 끝났어요. '아 이렇게 끝이구나 나는 부담스럽고 귀찮은 애고 손은 잡지도 않고 날 얼마나 이상한 애로 알까' 하는 생각에 매일 울고 난리였죠. 그런데 한 달 정도 지났나 같은 동네에서 우연히 마주쳤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뭔가 다시 서로 좋은 감정이 생겼지만 또 연락은 없었어요. 그러다 크리스마스가 됐고 여전히 연락이 없더라구요. 25일 밤에 문자를 먼저 보내 다음날 저녁을 같이 먹고 그 후 두 달간 2주에 한 번 정도 서로 연락하고 저녁 같이 먹고 그렇게 지냈어요.

그러다 올해 2월 둘 다 1차 시험을 봤고 시험 후 일주일 뒤 쯤 그 사람이 문자를 했더라구요. 그 날이 제 생일 전날 밤이었거든요. 그 사람은 몇 점 차이로 떨어진 것 같다는 얘기를 하다가 생일 축하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 생일날 저녁을 먹었죠. 저녁 먹고 버스를 타는데 그 사람이 우산 주면서 제 허리를 잡아서 이건 뭐지 싶었어요. 좋아하는 건지 그냥 스킨십만 하려는 건지. 다음날엔 연락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밤에 전화를 했는데 뭔가 전화를 되게 반기는 말투였는데 전화 후 한 달 반을 다시 서로 연락 두절.


그리고 1차 시험 발표가 났어요. 둘 다 똑 떨어졌죠. 그래서 제가 문자했는데 답장이 와서 제가 전화 통화하다 약속을 잡고 같이 소풍도 갔는데, 미끄러운 길이라 그 사람이 손도 잡아주고 그랬어요. 그래서 저는 다시 잘 되는 건가 싶어 그 다음날 밤 문자를 했죠. 그 사람에게 답장이 왔는데 다시 문자를 보냈더니 또 답이 없어요. 친구는 그 사람이 소심해서 그런 거라고 하는데 제 동생은 그 사람 처음부터 저한테 관심 없었던 거 같다고 그냥 친절한 거라고 하고… 저는 그 사람이 절 좋아하지만 시험 떨어진 것 때문에 우울하고 소심해져 나한테 소극적인 거라고 믿었거든요. 근데 저 문자 이후로 거의 두 달째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진짜 동생 말이 맞는 것 같아 너무 슬퍼지려 해요.

남자는 좋아하면 무조건 먼저 연락 한다는데 아무리 예외적인 상황이라도 그건 진리인가요? 제가 그냥 '그 사람도 날 좋아해'라고 믿고 싶어서 모든 상황을 그렇게 보고 있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네요. 그리고 제가 먼저 쪽지 줘놓고 손잡는 것도 몇 번 피하고 해서 상처 받았을까요? 그 사람이 저를 좋아하는 건 맞나요.

영화 <아는 여자>에서 한이연(이나영)은 동치성(정재영)을 짝사랑한다. ⓒ 시네마서비스


얼마 만에 듣는 풋풋한 짝사랑 이야기인가!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속이 타들어가는 지독한 짝사랑이겠지요. 고운 마음으로 부담되지 않을 정도로 문자도 하고 고시 준비하는 그에게 응원의 선물도 하고요. 그런데 그 남자란 사람 뻔히 당신의 마음을 알면서 밍기적 밍기적 희망고문을 하고 있네요. (아니 그 남자 왜 그리 시원시원하지 못한 거죠?) 가끔 문자가 오거나 밥을 먹을 때 그대의 마음은 '이게 사랑의 시작인가?'하는 희망에 부풀었다가 그가 또 한참 사라져버리면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이런 저런 하지 않아도 되는 반성만을 하면서 끙끙 앓고 있는 거지요.

애매한 '착한 남자병' 걸린, 진정한 나쁜 남자. 혹시 그대, 남자분의 입장이 이럴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나요? 1. 지금 미래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무엇도 확실하지 않다면 지금 내 처지에 연애는 사치일 수 있다. 2. 이 여자 예쁘고 마음은 고우나 나에게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연애사가 있거나 아직은 연애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그런 생각으로 그의 입장에서 이해하려 하지는 않았나요? 위와 같은 상황들도 배제할 수는 없어요. 그대가 연애와 관련해 직접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액션을 취한 적은 아직 없으니까요.

더불어 가끔 그가 '어장관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요. 그대 말대로 광어냐 홍어냐 아니면 넙치냐 등등을 보고 재고 있는 지도 모르죠. 그래 보이기도 하고요. 그렇지 않고서야 예쁘다는 당신에게 '깜짝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런 일을 반복하지는 않을 거거든요. 그런 '어장관리'를 하시는 분들은 '착한남자병'에 걸리신 분들이 많은데요. 그냥 대놓고 실속없는 바람둥이이거나 괜히 사람 잡생각 많이 하게 만들고 희망을 주다가 사라지고 이런 저런 핑계로 또 나타나고는 하죠. 그래도 그대의 예쁜 마음에 상처주는 나쁜 남자로 남고 싶지는 않아서 끈을 놓고 있지는 않는 거죠. 이렇게 많은 경우의 수를 이야기 하는 이유는 정말 사람일, 사람속은 예측만 하는 거지 행동만 가지고 결론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럼 난 이제 어떻게 하지? 그대는 지금까지 충분히 했어요. 한번 '기다린다는 것의 묘미'도 즐겨보세요. 어쩌다 연락이 와서 보게 된다면 모든 기대를 서랍에 넣어놓고 가세요. 전장에 나가는 투사처럼 결연한 마음가짐으로 기대와 긴장을 싸안고 가지 말고요. 그냥 친한 친구 만나듯이 편하게. 최대한 자연스런 그대의 모습에 그도 진정한 끌림을 느끼게 되면 앞으로도 긴장할 필요 없이 탄탄대로이지요. 그렇게 해서 자연스러운 봄날의 설렘으로 두 분이 사귀면 얼마나 좋을까. 이미 당신은 마음을 보여줬고 몇 번의 만남을 가졌으니 다음에 만날 때는 자연스런 그대의 매력이 한껏 발휘되어서 이젠 그가 그대에게 한 걸음 세 걸음 안달나서 달려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움직이기 힘든 것은 사람의 마음. 사랑에서 가장 시큼하면서도 강력한 것이 '시작'이죠. 생각보다 일이 잘 진행되고 그가 그대의 남자가 된다면 발랄하되 진하고 아련하되 절실하기를 응원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몇 번 했는데도 여전히 지렁이처럼 꾸물대는 만남만 반복되고 사랑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 같으면 아쌀하게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하고 물어보세요. 이 행동들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그에게서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정확한 발언이나 행동이 나오지 않는다면 아주 쿨하게 접으세요. 그런 남자에게는 아무리 달라붙어도 결국은 안 이루어질 것 같거든요. 설사 이루어지더라도 사랑은 평등관계여야 하는 데 주종의 관계가 될 것 같아요. 아니면 그만의 연애훈장이 되거나.

총 맞은 것처럼 아파도 우리는 또 사랑을 하게 되지요. 혹시 결과가 좋지 않다면 며칠 아파하며 울고 밥도 먹지 말고 미워하고 화내고 그러세요. 하지만 그대가 그에게 했던 그 순수한 마음은 절대 저버리지 마세요. 그대의 고민을 읽으면서 저도 마음이 따뜻해졌었거든요.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아질 거예요. 그러다보면 어느날 거울 속 그대는 한층 성숙하고 멋진 여자가 되어있을 거예요. 충분히 좋아했고, 표현했고, 아파했고, 고민했고, 후회없이 끝까지 해본 거니까요. 세상에 그거 무서워서 시작도 안하고 도망가버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청춘의 특권은 사랑에 정신없이 미쳐도 되는 것이랍니다.

'레인보우 상담실' 윤솔지 상담가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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