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는 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선택하고 있을까?

[주장] 도민구단 강원FC는 도지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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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득(dongdong2)등록 2011.08.05 13:38

강원도 축구팬 강릉종합운동장에 모인 강원도 축구팬들의 열광적은 파도타기 응원장면 ⓒ 이종득


강원FC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이 또 미뤄졌다. 지난 3일 제14차 이사회에서도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끝난 것이다. 강원은 지난달 22일 전임 대표이사의 임기가 만료된 뒤 아직도 '대표 없는 팀'으로 남아 있다. 2011 정규리그 성적 1승 3무 15패로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구단을 운영하는 행정력마저 무기력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구단주인 최문순 도지사가 강원FC 대표이사로 추천한 후보는 한국 최초의 여성 프로축구 심판 출신인 임은주(45) 을지대 여가디자인학과 교수이다. 그렇지만 임 교수는 강원 지역에 연고가 전혀 없는 인물이며, 구단을 운영할 만한 경력 또한 전무한 상태라는 것이 도민구단 강원FC의 대표이사로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하여 지역 축구관계자들과 도민구단 이사진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날 또 다른 후보로 추천된 강원지역 기업인 남종현 ㈜그래미 회장은 3일 이사회에 불참했다. 결국 다음 이사회 때 두 후보를 모두 참석시켜 구단 운영 비전을 들은 뒤 새 대표이사를 결정하기로 했다.

도민구단 강원FC는 창단 3년차로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한 단계이다. 창단 첫 해 축구도시 강릉의 종합운동장뿐만 아니라 거리에서도 오렌지색 물결이 넘실댈 정도로 열기가 고조된 적이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성적도 나름대로 만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생팀의 한계와 자금과 결부되는 선수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주저앉기 시작했다. 강원도 축구팬으로서 안타까웠지만 지켜보며 응원을 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선수들의 성적 문제가 아닌 팀 운영의 문제로 더욱 황망한 길로 들어선 느낌이다.

축구는 축구일 뿐이다. 축구는 정치적 색깔이 입혀질 수 없는 스포츠인 것이고, 강원FC는 도민구단인 만큼 도민 누구나 함께 열광하고 응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도지사가 바뀌었다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팬으로서 정말 속이 타고 분개하고 싶은 충동이 인다.

적어도 스포츠, 그것도 강원도를 대표하는 프로축구팀의 대표에 누가 앉느냐는 문제로 이사회에서 막말까지 오고가는 상황이 되었다면 그것은 분명 처음부터 잘못된 시작이 분명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대한민국 축구계는 승부조작 사건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그런데 도민구단의 대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인 관점으로 사람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선수들의 승부조작만큼이나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구단주인 최문순 도지사는 내가 선택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 사람이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진정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왜 그 사람이 도민구단의 대표가 되어야 하는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단지 도지사가 지분을 많이 가진 위치에 있다는 것만으로 인사권을 행사한다면 오만한 정치적 행동으로밖에 인지할 수 없는 것이다.

사실 강원도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 3년 전 프로축구구단을 창단했다. 도민들은 쌈짓돈을 꺼내 도민주를 사주었고, 그렇게 한 푼 두 푼 모아 어렵게나마 창단을 할 수 있었다. 그러고는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것에 힘찬 응원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주었다. 그러므로 강원FC 도민축구단은 도지사의 권한으로 좌지우지되어서는 곤란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 강원도 축구관계자들은 이런저런 말들로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선수들이 온전하게 운동에 전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 억지라는 생각이 든다. 제 아무리 프로선수들이라고 해도, 가정이 화목해야 힘이 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끝으로 기자가 생각하는 강원FC의 대표이사는 다른 무엇보다 영동과 영서로 나누어져 있는 지역 정서에 익숙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조건과 열악한 도민구단의 제정을 확보해 줄 수 있는 경륜 또한 아주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정치적 색깔을 띠지 않는 스포츠인 출신이 제격이 아닐까 싶다.

현재 강원도 축구인들 사이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고 있는 말 중에 거물급 정치인들이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 뒤 배경으로 있다는 말이 오고가는 것을 보면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날까 싶어 기자도 신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강릉과 원주, 그리고 춘천 축구팬들의 열렬한 축구 사랑과 응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팀 운영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최문순 도지사는 강원도민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강원FC 도민구단 대표이사로 임은주씨가 왜 적합한 사람인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여 반대하는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강원도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대한다는 명분은 사실 모두의 공감을 얻기에는 부족하지만, 프로구단 운영과 관련된 경험과 능력을 검증받지 않은 사람을 도민구단 대표이사로 선뜻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강원도민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구단주인 도지사가 왜 많은 사람의 반대 의견을 무시한 채 임은주씨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있는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역시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도지사는 선거를 통하여 바뀔 수 있어도 도민구단 강원FC 축구팬들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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