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이제는 좌우의 날개로 날자

[주장] <나는 꼼수다> 시즌2가 반드시 제작돼야 하는 이유

등록 2011.11.03 08:35수정 2011.11.0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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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뿌리깊은나무>에서 애민의 정신이 가득했던 세종(극중 한석규)은 익히기 어려운 한자의 특성 때문에 오랜 시간동안 말은 있었으나 문자는 없었던 백성들에게 한글을 창제하여 배포하려 한다.

하지만 이런 세종의 노력은 곧 문자가 지닌 힘을 잘 알고 있었던 기득권 세력인 양반들의 강한 저지에 부딪히게 된다. 드라마는 이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 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패러다임을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이론적 틀이나 개념의 집합체'로 정의한다면 문자라는 것은 소수 기득권만이 향유해야 한다는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는 양반세력과 '훈민정음'이라는 누구나 익히기 쉬운 문자를 배포함으로써 그러한 패러다임을 무너트리려고 하는 세종간의 패러다임 싸움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이야기가 단지 조선 시대라는 수 백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아이러니하게 600여년이 지나 2011년이 된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이러한 피 튀기는(과거와 다르게 고발장 날리는 이라고 해야 적절할 것 같다.) 쟁투가 계속되고 있다. 여러분도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정치에 무관심했던 일반 시민들에게 부패한 정치 기득권 세력을 심판할 수 있는 힘이 그들에게 있다는 것을 전파하려는 김어준을 필두로 한 <나꼼수>와 조중동을 필두로 한 보수, 수구 세력간의 싸움이다. 이 역시 한쪽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지키려하고 그 반대쪽에서는 그것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하려하는 싸움이다.

<나는 꼼수다 26회>에서 정봉주 전 의원은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를 인용하여 대한민국 사람 10명중에 6명이 나꼼수를 들어봤거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팟캐스트 정치부문 청취율 세계1위라는 것도 놀랍다. <나는 꼼수다>는 이미 2011년 우리 사회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말이 되었다는 것을 통계결과로 보여준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나꼼수>에 열광하는지 많은 언론에서 연일 그 이유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기사들이 나오고 있고, 항상 모든 이슈(특히 정치)의 중심에는 <나는 꼼수다>가 있다. 이제는 그 이유를 설명하기가 식상 할 정도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나는 꼼수다>라는 골방(실제로 대여섯명 밖에 들어올 수 없다고 한다)에서 전파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에서 팩트가 담긴 촌철살인같은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개개인들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 특히 김어준의 <나는 꼼수다>를 이끄는 장본인. 김어준에 대해서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궁금증이 생긴다. "김어준. 개가 누구야?" 우리사회가 통상적으로 성공한 사람, 즉 주류냐 비주류냐를 따졌을 때 김어준은 후자이다. 그는 비주류중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단 비주류 이다. 이전에도 <딴지일보>나 색(色)다른 상담소, 뉴(New)욕(辱)타임스(Times)등 을 통해 그 비주류적인 성향을 가감 없이 보여주던 그는 민주당 전 국회의원인 정봉주 씨와, 시사in의 주진우 기자, PD와 교수생활을 했던 김용민 시사평론가를 만나 <나꼼수>를 만들면서 그는 2011년 한국사회의 대세로서 자리매김했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직업을 묻는 질문에 "사람들이 나에게 언론인, 방송인, 벤처기업인, 작가, 정치평론가라고도 부르는데 나는 인생 전체로 보면 그때그때 하는 것이 업이다. 그래서 직업을 물어보면 김어준이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나로 사는게 직업이 아닌가?"라고도 말했다.

과거에는 여론을 형성하는데 김어준 같은 '사람'보다는 막강한 자본과 인력이 우선순위였다. 여론은 이것을 갖춘 거대한 언론사들의(특히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의 잔치였다. 이를 단적으로 지적한 사람도 있다. 책 <88만원 세대>의 저자로 유명한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는 11월 2일자 경향신문 오피니언에서 "김어준은 무엇을 만들었는가? 바로 시대의 스타일 혹은 스타일의 시대를 만들었다. 조선일보가 그런 스타일을 만들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는 조선일보 사장이 한국의 밤의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단지 컴퓨터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그 누구나 미디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사회가 왔다.

기존 보수 언론사들은 기득권 편향적인 여론 선동으로 김어준같은 '사람'의 부상을 자초했다. 그들은 수십년 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그들이 주도적으로 어젠다를 정하고 시민들이 이에 따라 움직여 주길 바랬다.

그러나 우리 시민들이 어떤 시민들인가? 과거 올바른 정보는 모두 통제당하고 언론이 사회에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군부독재 아래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민주주의의 수호와 시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총과 칼에 맞서서 싸웠던 그 시민들이다. 그런데 시대만 바뀌고 물리적 폭력만 쓰지 않았을 뿐이지 정부에서는 그들의 코드에 맞지 않는 사람과 프로그램은 짜르고(김어준이 몇 개의 프로그램에서 짤렸는지 생각해보자), 폐지해버리고 또 기존 보수 언론사들은 SNS사회에서 중요한 가치인 시민들의 니즈(Needs)를 고려하지 않는 네거티브로 범벅된 꼴값 잖은 기사만 내놓으니 시민들이 분노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분노는 했으니 온라인상의 특성상 파편화된 시민들을 한 데 묶어 오프라인으로 내어 놓은 것은 바로 김어준과 <나꼼수>의 힘이 있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막강한 자본과 함께 언론사의 플랫폼을 앞세우던 과거보다 '사람'이 중요해졌다는 것을 알 수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람'과 '플랫폼' 때문에 <나꼼수>의 한계도 분명히 드러난다. 먼저 매우 자명하게도 바로 그 '사람'이 없으면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질 것이다.

우리는 임재범이 나간 뒤 의 <나는 가수다>의 떨어진 약발을 잘 알고 있다. <나꼼수>도 김어준이 하차한다면? 글쎄 분명히 이전 보다 그 파괴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다음으로 이용과 접근은 쉽지만 반대로 그 허약한 체질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보자. 우리는 한국사회에서 막강한 위세를 자랑하는 조중동이 내일 하루아침에 문닫을 것이라는 상상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인터넷 방송은 다르다. 어떤 강한 외압이 있으면 한순간에 허물어 질 수 있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잘 알고 있는 듯 김어준 또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위 팟캐스트 다운로드 방식의 미디어도 하나의 미디어로 인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시간까지 충분히 합의와 논의가 이뤄지도록 (그들이)우리를 놔두길 바라는데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것은 <나꼼수>만의 문제가아니라 앞으로 생겨날 같은 플랫폼을 공유한 여러 인터넷 미디어들이 가지고 있는 약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나꼼수>가 가져온 긍정적 효과들을 신뢰한다. 조중동을 포함한 보수세력과 <나꼼수>를 마뜩찮아 하는 사람들의 대분이 <나꼼수>의 지나친 편향성을 말하며 비판한다. 하지만 역으로 나는 질문하고 싶다. 그들은 편파적이지 않았냐고. 물론 그들의 오류가 나의 오류를 정당화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명백한 '차원혼동의 오류'이다.

하지만 나는 정치라는 거시세계에서는 다르게 적용 될 수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사회에서 지나치게 오른쪽에 무겁게 치우쳐져있던 저울의 무게추를 왼쪽에도 무게를 보태 그 균형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이 균형점은 좌도 우도아닌 회색분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유교의 중용사상에서 말하는 집기양단(執其兩端)말로 설명 될 수 있는데, 좌와 우 모든 극단적 판단도 다 포용해 그 가운데서 상황에 맞게 판단을 내리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나는 우리 사회의 시민들이 충분히 이러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 이맘때 쯤 작고하신 유신 시대의 사상적 은사라고 칭송되는 리영희 선생님이 쓰신 책 중에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라는 책이 있다. 책의 서두는 이러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1988년 미국 대선 당시일이다. 후보 중 한명이었던 재시 잭슨 목사는 반대 세력에게 좌파가 아니냐는 비판을 듣는다. 그러자 그는 하늘을 나는 새를 가르 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네들, 하늘을 나는 저 새를 보시오, 저 새가 오른쪽 날개로만 날고 있소? 왼쪽 날개가 있고, 그것이 오른쪽 날개만큼 크기 때문에 저렇게 멋있게 날 수 있는 것이오.

나는 분명히 대한민국이라는 새는 오른쪽 날개만 지나치게 비대했다고 생각한다. <나꼼수>가 더한 왼쪽 날개의 무게는 분명 균형 있는 미디어 여론을 만들고 시민들이 주어진 정치적 문제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앞으로도 대한민국 '새'의 균형 잡힌 비행을 위해 잠정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하는 2013년 2월까지를 방송 기간으로 잡고있는 <나꼼수>제작진들에게 시즌2의 제작을 정중히 건의하는 바이다. 김어준 식대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지 "가카 퇴임한다고 수구꼴통 없어지는 것 아니잖아! 더해 씨바!"
#나는 꼼수다 #나꼼수 #조중동 #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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