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靑春에 春은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1기 기자단 좌충우돌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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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hotline)등록 2011.12.01 14:56
청춘,그 푸르름을 뜻하는 단어에 요즘 '봄'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취업에 맞춰 사는 삶은 자신의 꿈도, 목표로 잊은채 '성공'이라는 막연함을 향해 달리고 있기 이다.하지만, 이제 소개할 이 여자들에겐 잃어버린 '봄'이 있다. 청춘의 쓰디쓴 잔속에서도 자신의 꿈을향해 달려가는 '한국여성의전화(이하 한여전)' 기자단 '고갱이'! 기자, 변호사, 각자 다른 꿈을 가진 이들이 '여성인권'의 이름으로 하나가 될수 있었던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유난히 하얀 피부를 가진 소녀. 승혜이야기.

기자단의 법전 승혜 ⓒ 한국여성의전화



우리가 처음만난건 그녀를 꼭 닮은 따듯한 봄날, 어느 낯선 사무실에서였다. 수줍은 미소사이로 "안녕하세요". 낮고 다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법 공부를 하고 있어요. 인권변호사가 목표입니다." 여렸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NGO에서 직접 활동해보고 싶었던 그녀는 우연히 한국여성의전화에서 모집하는 기자공고를 보게되었고,  인권이라는 꿈을 향해 과감히 현장에 뛰어들었다.

강렬했던 첫 취재의 기억

기자 활동을 통해 인권과 마주하게 된 지난 8개월. 그녀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그녀는 기억에 남는 취재로 한국여성의전화 상담전문교육을 받는 연수생들과 함께한 법원 재판참관을 뽑았다. 방청한 재판은 30년간 지속된 가정폭력에 저항하다 남편을 살해하여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된 여성이, 교도소측의 관리소홀로 사망한 사건이었다.

첫 취재를 통해 통계속에서만 보던 피해여성이 현실임을 느꼈을 때, 그 당혹감과 공허함.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답답한 가슴을 몇 번이나 두드렸다고 했다. "막막했어요. 가정폭력 문제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 같아요." 피해자가 가해자로, 그 가해자가 다시 피해자가 되는 악의고리를 끊기위해, 그녀는 더욱 법공부에 매진해야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법, 그 실천의 학문을 통해 여성문제의 현실을 똑똑히 마주보게 된 셈이다.

여성인권, 새로운 프리즘으로 세상을 보다

"책속에선 배우지 못했던 일들을 만나면서 인권에 대한 관심이 점차 구체화 되었어요." 특히 "함께 기자단 활동하는 친구들의 생각을 듣고 공감하고. 여성에 대한 사건들을 체험하고. 글쓰기와 더불어 사람과 공부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된 특별한 한 해였던 것 같아요."라며 예쁜이를 내보인다. 책에서만 보던 '법'이 사실은 사람의 인생이었음, 그 신중한 판단 속에서 여성을, 인권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언제나 가까운곳에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NGO에서 일하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변호사를 꿈꾸는 소녀는 이제 로스쿨 합격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다. 법의 한계에서 좌절하고, 또 법의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전진하는 그녀. 그 법에 인권이라는 커다란 프리즘으로 가장 낮은곳부터 밝게 비추려 한다. 그녀를 감싸는 여성주의라는 따듯한 토양위에, 그녀의 청춘이, 인권의 새싹이 움트고 있다.

이제 21살, 더 아름다운 청춘을 향해 비상! 혜인이야기

나는 사진기자다 ⓒ 한국여성의전화



당장의 입시보단 꿈을 위한 경험을 쌓고 싶어 도전하게 된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처음으로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 발을 내밀었을 때, 나에게 반갑게 먼저 인사해준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녀의 이름은 조혜인. 나보다 한 살 많은 언니였지만, 무척 어른스럽게 느껴졌다. 입시에 대한 푸념과 힘든 학교이야기를 늘어놓는 나에게 입시대박을 기원한다며 건네준 사탕은 그녀의 따뜻한 마음만큼이나 무척 달콤했다. 그녀는 한여전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하며 여성에 관한 그녀만의 생각들을 사진으로 담아내곤 했다.

취재 기자들과 함께 다양한 여성 관련 행사에 참여해 현장을 스케치하며 생생한 사진을 찍어내는 그녀. 그녀가 한여전의 기자로 활동하기까지는 오래전부터 맺어왔던 한여전과의 인연에서 비롯된다. 한여전의 회원으로 있다가 어느날 기자단 공고를 보게 되었고, 대학생이 된 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지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말하는 의미있는 일, 지금까지 기자단활동을 열심히 해온 그녀에게 난 그 의미를 찾았는지 묻고 싶다. 그녀는 말한다. "기자단을 통해 여성학과 성차별적인 문제에 대해 인식하면서, 예전에는 그냥 넘길 수도 있었던 사물의 모습, 풍경에 관해서도 여성주의적인 입장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



그녀가 처음으로 찍은 자유주제기사, '그녀의 무거운 신발' 이 기억에 남는다. 남녀의 신발, 그리고 여자신발 위에 얹어진 아기의 신발. 그녀는 여성의 삶의 무게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똑같이 일하고 오는 맞벌이 부부인데, 여자에게만 아이의 양육을 맞기는 현실을 사람들에게 되돌아보게 해주고 싶었어요."
뛰어난 사진보다는 의미있는 사진을 찍고싶었던 그녀, 조혜인. 그녀가 말하고 싶었고, 소리치고 싶었던 여성의 삶.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여성의 이야기. 이제 갓 청춘이 된 그녀는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향해 나아가려한다. 기자단을 통해 성숙해진 그녀의 가벼운 발걸음이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sexy한 그녀, 나리이야기.

SMG보다 강력한 나리 ⓒ 한국여성의전화



나리의 첫 인상은 그녀의 반짝거리는 눈에서 읽을 수 있었던 장난끼 가득했던 모습이었다. 첫 번째 기획회의를 하던 날, 파격적인 기사주제로 첫모임의 긴장을 풀어주던 나리가 쓴 기사는 이제 제목만 봐도 알아챌 수 있다. 그녀의 글 너머로, 회의때마다 처음 듣는 여성인권용어를 귀동냥으로 많이 알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발랄함만 있지 않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발랄하나, 가볍지 만은 않은 그녀의 청춘을 즐기는 방법이 궁금해 물어보았다.  

조금이라도 삶이 무료해지면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그녀는 고등학생 시절 성당에서 밴드도 했고, 대학교1학년 때는 음악이 좋아 아카펠라를 했고, 학생회, 동호회 등등 여러 가지 활동을 쉼 없이 이어왔다고 했다. 게다가 요즘은 졸업논문에 바쁨에도 불구하고 학교 연극소모임에서 연극을 하고있다고. 그런 '나리'만의 '청춘'정의는 '고민의 과정'이라고 한다. 새로운 것을 하면서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여러 가지 활동들로 실행하는 '과정으로서의 청춘.'

같은 청춘으로서 머릿속에 느낌표가 하나 크게 떠오른 순간, 그녀는 덧붙였다.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활동을 통해 앞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여성인권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는 청춘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고. 기사 하나를 읽어도 제목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를 본다는 나리와의 한여전기자단 활동의 남은 기간이 기대된다.

신선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 다라이야기

엉뚱매력녀 ⓒ 한국여성의전화



이제 막 대학생이 된 내가 처음으로 하게 된 외부활동인 한국여성의전화기자단. 처음이라는 설렘과 부담감을 같이 느끼며 기자단 OT에 참석했다. 기자단 OT에서 만난 사람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다라였다. 아직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나와는 다르게 갖춰 입은 정장에 차분한 말투로 말 하시는 모습이 커리어우먼처럼 느껴졌다.

기자 지망생이고, 여성인권영화제의 스텝으로 처음 한국여성의전화를 알게 되었다며 자기소개를 시작한 다라. 스텝으로 활동하면서 여성인권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일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고, 여성인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다라는 기자단을 모집한다는 것을 보고 여성인권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등을 취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하셨다.

다라에게 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제일 먼저 인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여성주의에 대한 교육도 받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많은 시각의 이야기도 들으면서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지들을 만나게 되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커리어우먼의 이미지였던 다라는 알고 지낼수록 포근하고, 엉뚱함이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다라만의 엉뚱한 매력으로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의 기사를 앞으로도 계속 기대한다!

그대에게 던지는 물음표 현하이야기.

기자단의 느낌표 ⓒ 한국여성의전화



섹스, 당신은 얼마나 알고 있나요? 나는 피임하는 여자다 산부인과는 부인만 가나요?
섹스, 피임, 산부인과에 대해 서슴없이 이야기를 꺼내는 그녀. 현하. 내가 처음 현하의 기사를 보았을 때 느낀 것은 당돌함과 화끈함 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도 될까? 보는 내가 다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기사를 읽어가는 동안 신기하게도 내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도대체 왜? 우리는 우리의 몸에 대해 궁금해 하면 안 되는 것일까? 도대체 왜? 나는 나의 몸에 궁금해 하지 않았을까? 피임과 데이트폭력, 오르가즘은 모르는 척, 쉬쉬하고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인데 말이다. 특히나 남자들이 던지는 야한 농담을 여자는 하면 안되는 이유는 뭘까.

물음표를 통해 피어나는 우리의 이야기

현하는 이렇게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하지만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것들에 대한 것들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자신의 정말 궁금했던 것에서 시작하기에 현하의 기사는 읽으면 읽을수록 공감이 가고 속이 시원하다. 20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다.

현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를 물었다. 지난 고려대학교에서 있었던 강의를 듣고 쓴 기사라고 했다. 한국여성의전화소속성폭력상담소의 이화영소장이 <섹스, 혼자하거나 같이하거나>라는 주제로 강의한 것으로 이 강의를 통해 현하는 항상 늘 궁금했었고, 배우고 싶었던 것에 대해 알게 되어 좋았다고 하였다. 또한 한국사회에서 남들은 다 쉬쉬하는 내용에 대해 속 시원히 말해주는 것 자체로도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강의와 강연의 주제에 비해 재미로 치부하거나 굳은 얼굴로 일관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아직까지 한국사회가 성에 대해 가지는 보수적인 시선 또한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내게 현하는 물음표를 던지고 느낌표를 떠오르게 하는 재미있는 친구다. 자신의 궁금증에서 출발하기에 현하의 기사는 우리의 이야기에 가깝다. 그렇기에 이 친구의 기사는 언제나 관심이 간다.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 출발하는 그녀가 던질 다음 질문이 또 궁금해진다.

화려한 20대를 준비하는 청춘. 귀여운 소녀, 지연이야기

폭풍 소녀감성 ⓒ 한국여성의전화



귀여웠다. 웃는 모습도 말하는 것도 모든 것이 다 귀여웠다. 한국여성의전화 1기 기자단으로 뽑힌 기자들이 모두 모였던 그 날. 단발머리에 교복이 잘 어울리는 10대 소녀. 입시 준비를 하기에도 바쁜 고등학교 3학년이 어떻게 지원하게 되었을지, 한국여성의전화에 대해서 알고 지원은 했는지 등 수많은 것들이 궁금했다. 그녀는 과묵했지만 묘한 매력을 갖고 있는 소녀였다. 우리는 어떠한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을까? 그때부터 나는 그녀와의 인연을 필연으로 만들고 싶어졌다. 그러면서 10대인 그녀의 학교생활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그녀는 말했다. "나와 같은 또래들의 고충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이다.

나는 10대가 아니었던 것 마냥, '10대의 고민은 입시밖에 없지 않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10대의 성(性)과 성차별에 대해서 고민한 글을 적어냈다. 신선한 그녀에게서 나오는 흥미진진한 글들이 날 새롭게 했다. 10대의 성을 우습게 보지 말라는 그녀의 경고에서 움찔하기도 했다.

기자가 꿈인 그녀는 한국여성의전화의 기자로 활동하면서 기자의 임무와 자세를 배웠다고 했다. 특히 그녀는 10대 때 여성과 여성학에 대해서 알게 된 것에 기뻐한다. 이제 그녀는 앞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20대라는 타이틀을 걸고 또 다른 꿈을 찾아 가려한다. 귀여운 소녀 지연의 새로운 시작을 우리가 함께 동행하고 싶다.

우리의청춘에봄을찾기위해서 one for six, six for one!

한여전의 기자단은 블로그나 매체에 기관의 활동을 취재하여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한다. 따라서 한여전의 행사에 졸졸졸 따라가는 건 당연한 일! 때론 혼자 또는 같이 분담하여 행사를 취재하고 기자단의 이름으로 기사를 올렸다. 나리, 다라, 승혜, 지연, 현하, 혜인. 이렇게 우리는 마치 삼총사처럼 여섯을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여섯으로 지난 일 년을 보냈다. 말도 못하게 어색하고 비문이 난무하는 기사들을 멘토선생님들의 따사로운 지도아래 고쳐가며 하나씩 배워갔다. 그 와중에 연대감마저 생겼다. 남은 2011년 기자단 활동과 무한한 우리의 청춘을 기대하며, 오늘도 우리는 세상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글로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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