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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손바닥뉴스> 이상호 "각별한 프로, 생각보다 더 큰 충격"

[인터뷰]<손바닥뉴스> 폐지...이상호 기자 최초 심경고백 인터뷰

12.05.06 13:31최종업데이트21.01.1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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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손바닥뉴스>의 이상호 기자. ⓒ 이영광


지난달 30일 갑작스럽게 <손바닥뉴스> 폐지 통보를 받은 이상호 기자는 "<손바닥 뉴스>는 각별하게 정이 든 프로그램이다. 폐지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 꿈 스퀘어 빌딩에서 프로그램 폐지에 따른 개인 성명을 발표하기 바로 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이유는 제대로 듣지 못했고 그냥 '본사에서 문제가 됐다'는 답변만 반복적으로 들었다. 이게 무슨 장난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이유도 없이 폐지를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어이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17년간 몸담았던 MBC에서 자회사로 옮긴 이유에 대해 이상호 기자는 "자의 반 타의 반이었다"면서 "미국에서 2년 동안 나름대로 재충전을 하고 돌아왔지만, MBC에서는 일을 주지 않았다. 2년 전 한국을 떠날 당시보다 눈에 띄게 공영방송인 MBC의 틀이 망가져 있었다.  그러다 '손바닥TV'가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침 그일을 하던 선배 한 분이 내 의향을 물어 나는 '혹시 제가 취재를 할 수 있습니까?'라고 했고 '할 수 있다'는 답에 뒤도 안 돌아보고 17년 동안 몸담았던 MBC에서 짐을 쌌다"고 설명했다.

폐지 원인으로 지목된 아이템에 대해 "첫 번째는 BBK 속보 성격이었어요. 새롭게 입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BBK에 관한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향방을 예견해보는 내용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파이시티 르포인데 언론 모두가 '검찰발'의 기사 쓰기에 바빴지, 파이시티 현장을 직접 찾은 르포는 없었습니다. 직접 양재동 현장에 가보니 상황은 어마어마했다. 파이시티 사건이 지닌 우리 사회의 권력 단면을 입체적으로 조명할 생각이었습니다. 파이시티 개발계획이 수립될 당시 의사결정 핵심에 있던 인사들이 지금은 현 정부 핵심 실세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사가 권재진 민정수석이죠. 현재 법무장관인데  오늘(3일) 오전 모처에서 행사를 마치고 나오는 권 장관을 기습 인터뷰했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준비해오던 여러가지 아이템을 소개한 뒤 "이런내용으로 오늘 보도를 해드릴려고 했는데, 내용을 오마이뉴스를 통해 공개하겠습니다"면서 씁쓸해했다.

앞으로의 대응에 대해 이 기자는 "공중파를 접고 진짜 뉴스를 하겠다는 한가지 생각으로 인터넷으로 건너왔습니다. 뉴스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며 기자로서, 기사로서 투쟁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이상호 기자는 "<손바닥뉴스>를 사랑해 주신 시청자들에게 여러므로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다만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 하나만 보시고 과분하게 사랑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그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시청자와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지 못해 죄송하지만 어떻게든 약속을 지키겠습니다"며 결연한 의지를 전했다.

다음은<손바닥 뉴스> 이상호 기자와 1문 1답이다.

인터뷰 중인 <손바닥TV>의 이상호 기자. ⓒ 이영광


- 갑자기 <손바닥 뉴스>가 폐지됐습니다. 현재 심경은 어떻습니까?

<손바닥 뉴스>는 각별하게 정이 든 프로그램이에요. 그야말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언론환경에서 새로운 포맷과 내용을 가지고 시청자들과 만나는 모험이었기 때문에 가슴도 많이 졸였죠. 특히 17년 동안 공중파를 하다 왔기 때문에 더더욱 두려움도 많았습니다. 작년 10월부터 작업을 했으니까 벌써 반년이 훌쩍 넘었는데 허탈하죠. 좀 허허롭고, 얘길 처음 들었을 때는 제가 우려하고 대비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충격이 느껴지더라고요.

- 사측이 처음에 뭐라 했나요?

이유는 제대로 듣지 못했어요. 그냥 '본사에서 문제가 됐다'고만 반복적으로 얘기하더군요. 김재철 사장이 이사회에서 문제 삼은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였던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어떻게 문제를 삼았는지는 지금까지 정확하게 통보받은 바가 없습니다.

- 아무리 그래도 뭐라도 핑계 삼아 이유를 대지 않았어요?

그래야죠. 이게 무슨 장난도 아니고 공중파를 운영하는 회사에서 하는 인터넷 매체이기 때문에 절대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공중파와 비교했을 때 전혀 공영성이나 객관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만들었는데, 이런 식으로 이유도 없이 전격적으로 폐지하니까 어이가 없고 안타깝죠.

- "MBC에서 17년간 근무하다 김재철 사장 하에서 자유롭게 기사를 쓸 수 없어 자회사로 왔다"고 했는데, 일부에서는 타의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닌가요?

자의 반 타의 반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 같아요. MBC에서 저에게 일을 주지 않더라고요. 미국에서 2년 있었는데, 1년은 조지아 대학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으며 국제문제연구소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고, 나머지 1년은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저널리즘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2년 동안 새롭게 느끼고 나름대로 재충전이 됐다는 생각이 들자, 기자 생활을 다시 열정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충만했습니다.

다시 처음부터 배우는 자세로 후배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기자생활 해보자는 것이었죠. 그런데 기회를 안 주더라고요. 보도국에서 받아들여 주지 않더군요. 제가 배치된 곳은 보도제작국의 주부 대상 아침 경제 프로의 내근직이었습니다. 2년 전 한국을 떠날 당시보다 눈에 띄게 공영방송 MBC의 틀이 망가져 있더라고요. 비판 언론이 커 나갈 수 있는 토양이 심하게 망가져 있었습니다 .이제 다시 저처럼 '위험인물'은 취재 현장으로 돌아가기 힘들겠구나. 깊은 좌절감에 빠졌었어요. 그러다가 '손바닥TV'가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연예 오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사도 한다는 거예요. 마침 선배 한 분이 그 일을 하고 계셔서 자연스럽게 만남이 이뤄졌고 그 선배가 제 의향을 묻더군요. 저는 딱 하나 여쭤봤습니다. '혹시 제가 취재를 할 수 있습니까?'라고 했더니 선배가 그러시더군요. '그래, 취재할 수 있다'고요.

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17년 동안 몸담았던 여의도에서 짐을 쌌습니다. 그리고 자회사가 있는 상암동으로 넘어왔습니다. 여의도를 떠나오면서 마음을 단단히 먹었습니다. 기자생활 진짜로 다시 해보자, 원하는 취재를 하는 거다,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다. 사실 '삼성 X파일'보도 이후 지난 7~8년 동안 사실상 저는 보도국에서는 투명인간, 유령 같은 존재였거든요. 며칠 뒤 회사에서 인사가 나더군요. 비록 '파견' 형식이기는 했지만 어쩌면 다시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순간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순간이었어요. 그리고는 다 잊어버렸어요.

-트위터로도 프로그램 내용을 예고했었죠. 그렇다면 제작진이나 윗선의 허락을 받고 준비했을 텐데, 이해가 잘 안 됩니다.

보통 주초에 트위터를 통해 예고를 시작합니다. 아예 몇 주 전부터 취재나가면서 트위터에 공개하고 질문을 받는 경우도 많고요. 이를테면 이번 주에 방송 예정이었던 노동자 자주회사 '키친아트' 취재 때도 그랬어요. '키친아트'는 외부 언론에 섣불리 문호를 열어주는 회사가 아닙니다. 취재진에 대한 신뢰가 선행되야 돼요. 2주전에 '키친아트' 취재를 나가면서 트위터에 취재 의미를 밝히고 질문을 구해서 실제 취재에 그걸 취재에 반영했어요. 예고는 그때, 그때 했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BBK 속보라든지 재미언론인 안치용씨 책 <시크릿 오브 코리아> 이야기도 미리 진행해온 것들입니다. 파이시티 르포도 몇일 전부터 이루어진 거고요. PD, 작가, 내부 직원들을 통해 실시간으로 취재내용이 공유되고 특별한 협의가 필요할 때만 다양한 라인으로 의견이 교환되는 그런 시스템으로 작업해왔습니다. 설마 아무리 문제가 된다고 해도 그렇지, 방송은 시청자와의 약속인데, 이렇게 방송도 내보내지 못하고 프로그램이 없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 프로그램 예고를 했을 때는 윗선이 허락하지 않았나요?

말씀드린 것처럼 여기는 윗선의 허락같은 것은 없습니다. 인터넷 생방송의 특성상 문제가 된다고 느껴지면 생방송 중에라도 제작진에게 의견이 내려와요. 그러면 참고할 뿐입니다. 공중파처럼 데스킹하면 적어도 인터넷 환경에서는 네티즌들과 소통하기 힘듭니다.

- 그럼 이번엔 왜 이렇게 됐다고 보십니까?

일단 사측에서는 프로그램 폐지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저의 입장에는 이 질문에 대해 제가 추정해 보는 수밖에 없어요. 일단 전영배 사장이 오기 전부터 이미 <손바닥 뉴스>를 없앨 마음을 지니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저희 방송 내용을 보고 '아! 뜨거워'한 것 같습니다.

- 그럼 황희만 전 사장 때는 어땠나요?

황 사장 같은 경우도 보수계열의 언론인이죠. 김재철 사장 치하에서 부사장을 했지만, 상대적으로 합리적이었던 분 같아요. 직접적인 간섭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정상적인 조직을 통해 '소송에 유의해달라'든가 '균형, 공정성에 신경을 써달라'는 식으로 의견을 주셨습니다. 저도 20년 가까이 기자질을 한 사람이라, 그 정도만 이야기를 들어도 충분하거든요. 황 사장은 스스로 손바닥 TV라는 새로운 매체를 처음부터 열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준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터넷 환경 속의 언론 방법론을 찾으신 것 같았습니다. 공부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공중파에 대한 기존의 잣대와 달리 인터넷 매체, 쌍방향 신매체에 대한 상당한 이해를 갖추고 계셨어요. 많은 미디어 회사들이 더 많은 돈을 투자해 손바닥 TV와 같은 뉴미디어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했지만, 손바닥 TV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게 다 이유가 있지 않을가요?(웃음)

- 혹시 사장교체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임기가 2년이나 남아있기에 바뀔 이유가 없었지요. 사측이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고 합니다. 먼저 '손바닥 TV가 적자'다. 반년도 안 된 신규 사업을 적자라고 내팽개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오히려 반년도 안 돼서 지분의 50%인 200억을 투자하겠다는 제안도 들어왔고 투자 협의가 진행 중인 단계였는데, 오히려 본사에서 진행을 늦추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둘째가 정치성향의 문제인데, 이것도 우스운 꼴입니다. 손바닥뉴스가 '제2의 나꼼수가 될 우려가 크다'라는 거죠.

-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희 방송이 재미있어서 그런가 보죠. (웃음) 인터넷 특성상 재미없으면 안봅니다. 시청자들과의 교감이 쌓이고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잡히면서 이제 막 재미있어지려고 하는 참에 이렇게 됐습니다. 조금 안타깝습니다. 억울한 것은 우리 프로의 편파성을 공격하는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기자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저널리즘 원칙에 입각해 팩트 중심으로 보도했고 추론은 최대한 자제했습니다. 공중파는 아니지만 공중파 MBC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고 이른바 균형, 안배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정치보도는 '정정 당당 뉴스' 라고 해서 정청래, 정태근 두 분의 여야 국회의원을 기자로 기용해서 아예 편파적으로 하되, 균형이 맞춰지도록 장치를 했어요. 출연자들도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배려했습니다. 실제로 여당 의원이 많이 출연했어요. 정두언 의원이 나왔고 원희룡, 김문수 지사, 홍사덕 후보도 나와서 1~2시간씩 토크를 하고 갔어요. 정몽준, 홍준표 의원도 나오셨죠. 기본적으로 <손바닥TV>나 <손바닥뉴스>를 공격하는 분들의 공통점은 제대로 모니터를 하지 않고 있다는 거죠. 새로오신 전영배 사장님께 물었더니 이 분도 앱을 까는 법도 모르시는 건 기본이고 아예 방송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이건 방송하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죠. 글 쓰는 사람을 만나려면 최소한 그 사람의 책은 읽고 평을 해야하는 거 아닙니까? 방송사는 컨텐츠를 만드는 회사인데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 CEO로써 매우 실망스러운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3일 <손바닥TV> 폐지에 대한 이상호 기자의 항의 방문에 정태근 의원과 정청래 당선자도 동행했다. ⓒ 이영광


- 폐지 원인이 아이템 문제로 알려졌습니다. 아이템에 대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저희가 예고한 수준에서 말씀드릴 수 있어요. 하나는 BBK 속보인데 새로운 자료를 입수해 BBK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방향을 예견해보는 내용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파이시티 르포인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파이시티 현장을 다니며 르포를 하는 곳이 없더군요. 현장에 가면 찍히니까요. 모두 검찰발로 기사 쓰기 바빴습니다. 정면으로 피해자나 로비에 연루된 사람들을 만나려는 시도도 없었고요. 양재동 현장에 가보니 어마어마했습니다. 곳곳에 걸려있는 플래카드를 보지 않으면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알 수 없습니다.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파이시티 사업의 규모를 이해할 수도 없고요. 어떻게 한 은행에서만 1조 원을 받을 수 있었는지 가보시면 압니다. 그곳을 성공회대 서해성 교수님과 갔어요. 파이시티 사건이 가진 우리 사회 권력의 단면을 입체적으로 조명을 생각이었습니다. 그 당시 의사결정 핵심에 있던 인사들은 모두 현 정부 핵심 실세들이예요. 서울시를 농단하던 인사들이 판을 넓혀 대한민국 전체를 농단하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그중에 대표적인 인사가 권재진 민정수석, 현재 법무장관입니다. 그 분같은 경우 민간인 사찰 1차 수사 때도 이인규씨와 6번이 만났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이번에 파이시티에서도 최시중 전 위원장으로부터 청탁을 받았다는 얘기가 나오거든요. 물론 민정수석이라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자주 이름이 거론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지만요. 그렇기에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에 기용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던 거 아닙니까? 여하튼 그런 권력형 비리사건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법무장관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봐야 하는 거 아닐까요. 사실 오늘 오전 모처에서 행사를 마치고 나오는 권 장관을 기습적으로 인터뷰했습니다. 아주 '화려한 인터뷰'였지요.

- 답변을 뭐라던가요?

오마이뉴스 독자들을 위해 이영광 기자에게 특종을 말씀드리면 이를테면 '최시중 위원장으로부터 구명 로비 받았느냐? 어떤 대화를 했느냐?' 물어봤지만 물론 답변은 없었고,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서든 특히 최시중 위원장 사건과 관련하여 이름이 거명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잖습니까. 최소한 전화를 받은 적은 있는지, 받았다면 어떤 내용인지 대단히 중요합니다. 대가성 입증이 수사의 핵심이기 때문이지요. 당연히 법무장관이든 대통령이든 조사를 해야 되는 겁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이 사안과 관련해서 검찰 조사를 받은 적 있느냐? 혹시 조사하자는 말이라도 들은 적 있느냐?' 근데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서도 답변하지 않더라고요. 아무튼, 마지막에 헤어지면서 '나는 이미 사찰과 관련해서 국회에서 답변했기 때문에 더이상 할 말이 없다'구요. 또 이런 말씀도 하시더라고요.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고요. 그래서 제가 말했죠. '법무장관이 관련돼 있지 않다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발언을 하는 것이 부적절합니다. 하지만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법무장관이 관련되어 있다면 말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수사에 방해가 됩니다. 빨리 진실을 말하세요'라고 말이죠. 그런 말을 하고 있는데, 그냥 차는 떠나 버리더군요. 이런 내용까지 포함해서 오늘 보도를 해드릴려고 했는데 내용을 오마이뉴스를 통해 공개해드리게 됐네요.

그리고 또 오늘(3일) 보도하려고 했던 부분이 책 두 권입니다. 안치용씨 재미 언론인인데 <시크릿 오브 코리아>라는 책인데, 인터뷰 내용 중에 재미있는 게 많아서 30분 정도 가까이 시간을 할애해서 편집했습니다. 김백준씨가 미국에서 BBK 소송을 하면서 다스와 뒷거래하고 있는 내용이 서류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었고요. 노정현씨 아파트 구입과 관련한 뒷얘기, 전두환 비자금 이야기 이런 게 있더군요. 딴지일보에 정치부장님이 계세요. '정치가 밥 먹여준다'고 아주 재미있는 정치입문서를 내셨어요. 얼마전 딴지일보 벙커1 공사현장에서 인터뷰했죠. 그내용도 재미있게 편집했는데 아쉽네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죠. 노동자가 주인이 되어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노동계의 기적적인 사건이 있죠. 바로 '키친아트'사례인데, 거기가 10년 전만 해도 빚더미에 빠져 망했던 회사에요. 그걸 노동자들이 밀린 월급하고 상여급, 퇴직금 등을 갹출해서 샀어요. 그래서 매출 700억에 10년째 수익을 내는 알짜배기 회사가 됐습니다. '공동 소유, 공동 분배'를 모토로 하는 회사죠. 이들의 실험이 가진 의미를 짚어봤죠. 인상적이었던 게 '키친아트'에서는 수익의 10%를 자신들보다 어려운 조건에 있는 노동자들을 위해 사용하더라구요. 아무튼, 오늘(3일) 보도는 못 하지만 이왕이면 외제보다도 똑같은 품질이지만 가격이 3분의 1인 '키친아트'를 사용해 주시길 바라고 그게 결국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을 돕는 길이기도 하니까 꼭 사랑해 주시라고 말씀드립니다.

- 오늘 방송분 볼 수가 없나요?

방법은 저희가 모색을 하고 있어요. 저는 이 회사에 뉴스를 하러 왔기 때문에 뉴스를 계속할 겁니다. 기자가 취재한다고 징계하면 받아야죠. 얼마나 영광입니까? <손바닥 뉴스>를 유튜브에서든 제 개인 홈페이지(www.leesangho.com)에서든 계속할 겁니다. 스태프들이 떠나지 않고 함께 하겠다고 합니다. 힘이 나고 신이 납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협의중입니다.

- MBC노동조합이 발행한 총파업 특보에 따르면 MBC 김재철 사장이 "'손바닥TV'는 새로운 '나꼼수(나는 꼼수다)'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꼼수'는 하나의 문화현상이죠. '나꼼수'처럼 된다면 영광이죠. 하지만 불행하게도 '나꼼수'는 한국 언론의 불모지에서 싹 튼 대안 매체였죠. 저는 불모지인 언론환경을 다시 녹음이 우거지게 할 의무를 지닌 기자이기 때문에 제2의 '나꼼수'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보다는 부족하지만 시든 언론을 다시 일구는 농부가 되는 것이 행복할 거 같아요.

- MBC 파업이 어느덧 100일이 되어 갑니다. 파업 시작할 때 자회사에 있기 때문에 파업에 동참하지 못해 씁쓸해 한 트윗을 기억합니다. 그때 심정이 어땠나요?

파업이 들어가기에 노조에 문의했어요. "나도 파업의 대의에 함께 하겠다. 가겠다. 가능하냐?"고 했더니 노무사에게 문의하고 전화를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잠시 뒤 노조에서 전화가 왔어요. 하는 이야기가 저는 파견 직원이기 때문에 파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답니다. 파업은 MBC 본사 업무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벌이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안된데요. 별개 사업장에 근무하니까. 나는 파업도 못하는 신세구나. 혼자 웃었죠. 하지만 오히려 노조 측에서 '언론자유의 촛불을 <손바닥 뉴스>가 꺼뜨리지 않고 이어주길 바란다'고 하기에 파업하는 자세로 오히려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합니다.

- 그래도 동료들과 함께 못해서 가슴 아프고 미안했을 것 같은데...

미안하죠. 그래서 틈나는데로 후배들 연락오면 밥도 사고 술도 사고 해요. 그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그밖에 노조 투쟁을 알리는 트위터 알티 열심히 합니다. 노조에서도 알릴 일이 있으면 가끔 제게 먼저 연락을 합니다. 제 트위터 팔로워 분들이 8만 5천분 정도 되니까 아무래도 그러시는 것 같아요. 팩트를 전하는게 기자니까 오히려 고맙죠. 파업 집회도 가급적 나가서 현장 중계를 합니다.

- MBC 파업이 100일인데 옆에서 동료를 지켜보시면 어때요?

마음 아프죠. 어떻게 보면 저도 자식이 있는 가장이기 때문에 월급이 한 달이라도 안나왔을 때 얼마나 고통 스러운지 저도 알죠. 근데 한 달도 아니고 3개월을 넘어 4개월째 되니까 물론 MBC 기자들이 일반 노동자에 비해 상황이 훨씬 낫기는 하지만 사람이란 저마다 자기 수준에 맞게 살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미안한 생각이 많이 들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들, 잘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지만 알죠. 제작 때문에 바빠도 동료를 최대한 자주 만나려고 하고 있어요.

- 보통 언론장악에 의한 프로 폐지는 아무리 막강해도 임기 후반엔 나오기 어려운데 이번에 나왔단 말이죠. 원인이 무엇이라 진단하십니까?

역설적으로 말하면 그만큼 MB정부가 권력장악을 효과적으로 잘하고 있는 거죠. 보통 임기 마지막 1년 정도는 레임덕이 본격화되는데, 아직도 여전한 것을 보면, 그만큼 권력기관들을 완벽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예를 들어 법무장관이 민정수석하던 사람이고 검찰총장은 그야말로 MB맨 아닙니까? 주요 언론사 CEO들이 특보출신이나, 거의 특보급 인사들이니까요.

-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이십니까?

저는 공중파를 접고 뉴스하겠다는 일념으로 인터넷으로 건너왔습니다. 뉴스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기자의 업무는 2가지입니다. 하나는 기사 쓰는 일, 다른 하나는 기사 쓸 수 있는 환경을 지키는 일. 그러니까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게 기자의 기본 업무입니다. 저는 제 일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 <손바닥뉴스>를 사랑해주신 시청자들께 한 말씀 부탁합니다.

<손바닥뉴스>가 여러므로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다만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 하나 보시고 그야말로 과분하게 사랑해주셨습니다.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많은 분이 시청해 주셨는데 정말 감사합니다.방송이란 게 약속인데 시청자와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약속 지켜나가겠습니다. 그게 <손바닥뉴스> 시청자들이 보여주신 신뢰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프로그램을 없앨 수는 있겠지만, 취재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기자를 죽일 수는 있겠지만 진실을 가릴 순 없을 것이고요. <손바닥뉴스>는 계속될 겁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영광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올려져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손바닥뉴스 이상호 방송사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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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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