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를 찾아 들어간 고성 베네딕도 수도원

복잡한 일상 잊고 생각을 멈출 때 진정한 내면 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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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숙(greenihs)등록 2013.04.25 14:37
주님!

계산하여 따지고 측량해보고 반기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받아 흐르는 큰 강물 같은 사람이 그립습니다.
그는 아래로 흐를 줄 아는 까닭입니다.
자신의 취미와 기호에 맞지 않다고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바다처럼 모든 것을 끌어안는 사람이 그립습니다.
그는 아래 머물러 있을 줄을 아는 까닭입니다.
주님! 제가 언제나 아래에 머물러 있게 하소서!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마리아 마을 블로그 기도문 중에서-

생활에 충실히 한답시고 늘 바쁜 나날들의 어느 날, 몸과 마음의 에너지 방전된 느낌이 들었을 때 찾은 곳이 경남 고성에 위치한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원'이다. 국도를 따라가다가 굽이굽이 산길을 올라가 마을 위 산속에 위치한 그곳은 모든 일상을 멈춘 채 잠시 시간을 정지시킨 세계 같다. 

소리라고는 새소리와, 성당에서 시간에 맞춰 울려 퍼지는 그레고리안 성가곡뿐이다. 남자 수도승들의 음성이지만, 꼭 성악가들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듣는 것 같다. 365일 늘 가족들을 챙기는 주부 역할을 온전하게 내려놓고 개인으로 돌아가 세상과 단절된 듯한 산속 성소에서 쉬고, 기도하고, 산책하는 시간들은 진정한 힐링을 체험하기에 충분하다. 종교와 상관없이 이곳에서 숙식을 하며 개인이 자율적으로 쉬는 것이 개인피정이다.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원 원장 유덕현 야고보 신부는 "여기 와서 모든 디지털 기기를 끄고 묵언하며 고요하게 있으면 내 안의 하느님 메시지가 들린다. 종교와 상관없이 전례에도 참여하여 따라하지 않아도 되고,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수도승들의 수도생활 자체가 하느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고 복음을 전하는 일"이라며 "이곳 피정의 집에 와서 자기의 내면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일반인들에게 삶의 지혜를 들려주었다.

"현대인들은 너무 복잡하게 생활하고 필요 이상의 걱정을 하면서 산다. 늘 바쁘다는 시간 역시 어디에 중점을 두고 사느냐에 따라서 그 시간도 분배를 할 수 있는데, 하루에 단 30분 만이라도 온전하게 현대문명을 끄고 고요하게 나무든, 하늘이든 자연을 보면서 생각을 멈춰봐라. 그러면 훨씬 여유 있는 생활이 된다.

요즘 '청소년 문제'라는 말을 하는데, 사실 알고 보면 '어른들 문제'인 경우가 많다. 물론 사회적인 여건이나 제도, 친구관계, 성적도 영향이 있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들이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부부가 서로 사랑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아갈 때,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란다.

부부 문제 역시 여러 가지가 얽혀 있지만, 결국 서로 조건이든 뭐든 필요에 의해서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 필요의 조건이 없어지거나 충족되지 못하면 불화가 생긴다. 그래서 결국 이혼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각자가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려는 마음으로 결혼하면 건강한 가정, 건강한 사회를 이룰 수 있는 기본 바탕이 된다. 그 바탕 위에 어떤 정책을 수립하고,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순서다."

경남 고성군 대가면 골짜기의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회 수도승들은 그리스도교 수도승 생활의 큰 스승 성 베네딕도(480~547)의 가르침에 따라 단순하게 살아가는 가톨릭교회의 수도승들이다.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도회는 성경과 그 실천 길잡이인 베네딕도 규칙을 도구로 하느님께 나아가는데 장애가 되는 자신의 세속적인 부분을 복음적으로 바꾸는 노력을 수도생활의 목적으로 삼고 수행하는 수도원이다.

수도회의 창설자인 성베르나르도 똘로메이는 13세기 이탈리아 시에나에서 법교수로 명성이 드높던 사람이었으나 실명의 상태에서 성모님의 도우심으로 치유된 이후 자신의 삶을 온전히 예수님과 성모님을 위해 바치기로 결심했다. 6년간 은수생활을 하던 중 몰려드는 제자들을 위해 성모님의 뜻에 따라 베네딕도 규칙서를 수도규칙으로 선택하고 베네딕도회 몬떼 올리베또의 성모 마리아 연합회를 창설하였다.

하느님과의 일치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기도와 관상생활을 하였고 형제들의 일치를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까지 페스트에 걸려 앓고 있는 형제들을 위해 내어줄 정도로 아낌없는 애덕의 삶을 살았다. 올해가 수도회 창설 7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원의 손님 및 피정집인 마리아 마을에는 수도원 성당을 중심으로 약 150m 이내의 거리를 두고 마리아 마을, 요셉의 집, 베타니아로 나누어져 있다. 각각 동마다 6~20실 등 수용인원은 다르지만, 기도방, 취사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모든 신자들을 대상으로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2~5시에 성경공부 프로그램도 있다. 성경말씀을 통해 자기 탐사라고 할 수 있는 수행(렉시오 디비나)은 5박 6일간의 일정으로 6월, 10월에 예정되어 있다.

숙식비는 수도원 원칙으로는 손님을 맞이하는 차원으로 무료이나, 기본적인 숙식비는 아주 저렴하다. 숙소의 청결상태나 물맛도 좋고, 시설대관료나 강사료는 별도다. 피정신청을 할 때는 개인과 단체의 자율피정 및 위탁피정, 내적여정 피정 등이 있다.

마리아 마을 담당 수사 055-674-1986, 010-2816-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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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경남이야기 인터넷 신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첨부파일 수도원 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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