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배로 떠난 시간여행, 이렇게 대단할 줄이야

[사표 쓰고 떠난 세계일주④] 태초의 자연 만날 수 있는 보츠나와 마운

등록 2013.06.30 10:33수정 2013.08.01 14:08
0
원고료로 응원
세계일주를 위해 사표를 던지기까지 많은 생각을 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사표를 부추긴 최고의 명언은 신입사원 교육 때 한 임원이 했던 말이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하고 후회하라." 약 4년 다닌 회사에 사표를 냈다. 2012년 7월부터 올 4월까지 200일간 5대륙 22개국을 여행했다. 그 여행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본다 - 기자 말

누구나 아프리카 하면 작열하는 태양과 삭막한 누런 들판을 떠올리겠지만, 주머니 가벼운 장기 여행자들이 주로 묵는 호스텔에서 보내는 아프리카의 밤은 시리도록 추웠다. 지리적으로 남반구에 위치한 아프리카이기에 남쪽에 속하는 남아공과 나미비아의 겨울은 더더욱 춥다. 덕분에 오전 5시 반에 보츠와나로 가는 픽업 차량이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정신은 멀쩡했다.


승용차로 한참을 달려 정오가 됐을 즈음, 보츠와나 국경을 넘으니 거짓말처럼 황량한 사막 풍경 대신 푸른 초목이 반긴다. 인적이 드문 도로 양쪽으로 빽빽한 숲과 그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코끼리와 기린들. 잠시 차를 세우고 귀를 기울이면 그들도 나를 바라본다. 나는 지금 살아있는 사파리를 경험하고 있다.

9시간 만에 도착한 보츠와나 마운, 참 매력적이네

a

거리의 기린들 ⓒ 김동주


오후 3시에 도착한 보츠와나 마운은 도시라기보다는 마을에 가깝고, 마을이라기보다는 숲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9시간의 긴 이동 끝에 도착한 숙소는 낯선 세상을 찾아 떠나온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여행자의 목마름을 풀어 줄 운치 있는 바(Bar)와 TV로 흘러나오는 런던 올림픽 그리고 숙소 뒤로 흐르는 오카방고 강까지. 보츠와나 마운은 오카방고 델타 그 자체다. 이곳에서만은 국경도 나이도 없다. 우리는 모두 이 야생 세계에 첫 발을 들인 방문자였다.

a

때마침 한국선수의 유도 준결승전이 나오던 올드브릿지 백팩커스 ⓒ 김동주


세계 각지의 여행자들과의 반가운 만찬이 끝난 다음 날 새벽, 강가의 보트들이 으르렁대는 소리에 잠을 깨고 아프리카의 또 다른 모습을 마주할 준비를 한다. 오카방고 델타. 세계에서 가장 큰 삼각주이자 남부 아프리카의 오아시스인 오카방고 강은 델타라는 이름이 알려주듯 결코 바다를 만날 수 없는 운명이다. 바다 쪽으로 흐르지 않고 서쪽 칼라하리 사막의 광활한 퇴적물 위로 퍼져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덕분에 셀 수 없이 많은 가지를 만들어낸 오카방고 강은 메마른 아프리카 땅에 수도 없이 많은 늪이나 웅덩이를 형성했고, 그 웅덩이들은 파도가 아닌 생명의 물결을 만들어냈다.

a

하늘에서 내려다 본 오카방고 델타 ⓒ 김동주


칼라하리의 보석으로 표현되는 오카방고 델타는 공중에서 보면 모래사막 한가운데 있는 습지대로 거대호수가 증발하면서 지금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단다. 끝이 없을 것 같은 이 푸르름이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니 이 또한 놀랍다.


a

델타의 아침을 밝히는 두 개의 태양. ⓒ 김동주


어스름한 새벽 빛을 뚫고 출발한 보트는 델타 위를 한참 달린다. 거대한 오카방고 델타의 장관이 이어지고 강을 따라 자리 잡은 숙소와 카페, 아프리카 원주민 부락 등 다양한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30분 정도 지나 도착한 어느 원주민의 부락은 아침부터 밀려드는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이들은 나무로 만들어진 가늘고 긴 카누인 모코로를 델타 위에 띄워 여행객을 태우고 노를 젓는데, 이는 습지에서 서식하는 코끼리·하마·악어 등 야생동물들의 관심을 받지 않고 오카방고 델타를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태초의 지구로 떠나는 시간여행

a

오카방고 델타 위를 누비게 될 모코로(Mokoro) ⓒ 김동주


a

모코로를 타고 육지로 ⓒ 김동주


나무로 만들어진 모코로를 타고 좌우 가득한 수초를 해쳐 델타 위를 여행하고 있자니 아주 오래전 태초의 지구로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새벽의 차가운 바람도 잊고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며 아프리카의 생명수, 오카방고의 속살을 바라보는 그 감흥이란…. 오카방고 델타에서는 목적지가 따로 없지만 적당히 엉덩이가 아파질 때 즈음 육지에 상륙해 아프리카의 야생을 좀 더 가까이서 만끽하는 모험을 떠난다.

a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누 떼 ⓒ 김동주


몇 시간 만에 처음으로 밟는 땅에서 만난 야생의 세계를 눈앞에 두고 가이드의 조언에 따라 잠시 숨을 머금고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그들의 숨 쉬는 소리, 발자국 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지만, 행여나 이 완벽한 풍경을 깨트릴까봐 조용히 자연의 피조물을 바라만 보았다.

a

야영을 위해 지어진 오두막에 다가서는 야생의 코끼리 ⓒ 김동주


겉보기에 황폐하고 가난해 보이는 아프리카는 아름다운 오아시스와 강인한 생명체로 완벽한 생태계를 이룬 땅이기도 하다. 오카방고 강이 바다에 이르지 못하고 모래 속으로 스며들듯 그들도 이 땅을 벗어나지 못하고 묻히겠지만 누군가는 기억할 것이다. 아프리카는, 오카방고 델타는 이토록 아름답고 평화로운 낙원이었다는 것을.

간략 여행 정보
나미비아 빈트후크에서 보츠와나 마운으로 가는 정규 교통편이 없기 때문에 현지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개인 승용차를 이용해야 했다. 때문에 많은 여행자들이 빈트후크에서 보츠와나를 건너뛰고 바로 잠비아로 가는 버스를 타기도 한다.

보츠와나 마운의 대부분의 숙소를 오카방고 강을 끼고 있어 도착한 다음날부터 원하는 날 수만큼의 오카방고 델타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아래는 올드브릿지백팩커스에서 제공하는 투어의 가격. 2day 부터는 숙박과 세 끼 식사가 모두 포함된다.

1day mokoro trip : 665pula
2day mokoro trip : 2000pula
3day mokoro trip : 3000pula
(올드브릿지백팩커스 누리집에서 발췌, 보츠와나 1pula는 한화 약 150원)

모코로를 타는 동안은 뜨거운 햇볕을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모자와 긴 옷은 필수며 딱딱한 바닥으로부터 엉덩이를 보호해 줄 쿠션까지 준비한다면 금상첨화. 여담이지만 보츠와나 마트에서는 스테이크 생고기를 딸기맛 크래커와 비슷한 가격에 판매하니 저녁은 해 먹는 것을 추천한다.

#오카방고델타 #마운 #보츠와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4. 4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5. 5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