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합리적 이해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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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skmotors)등록 2013.07.30 16:20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과 사본을 두고 여야가 대립했다. 여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저자세, 북한옹호 및 미국배척 발언, NLL포기 언급 등을 확인하려고 했다. 야당은 여당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밝히려 했다. 급기야 여야는 국가기록원에 있는 원본 열람까지 시도했다. 이제 두 정당 모두 대화록 논란에서 탈출하려 한다. 원본이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대립은 무의미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덮는다고 덮어지는 문제가 아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외교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바탕으로 합리적 이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외교는 설득→타협→위협 순서로 상승한다. 설득은 '나의 제안이 너의 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상대의 양보를 받아내는 방식이다. 타협은 '상대의 양보의사 및 정도'를 파악한 후, 적절한 선에서 주고받는 전략이다. 위협은 정치·경제적 불이익을 암시하여, 상대를 굴복시키는 방법이다. 설득 과정에 저자세, 맞장구, 치켜세우기, 달래기, 거짓말 등이 동원된다. 타협에는 설득수단에 양보가 더해진다. 위협에는 힘의 과시와 피해가 언급된다. 그러므로 외교과정은 원하는 결과를 획득하기 위한 자국의 전략일 뿐, 국가 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아닌 것이다.

먼저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저자세를 취했는가?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의 회담연장 요청, 북한정상의 수시방문 요청 그리고 답방 요청이다. 자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저자세일 수도 있고 설득과 타협의 수단일 수도 있다. 핵심은 협상과정이 아니라 국가 간 준수의무가 있는 합의이다. 어쨌든 남북 정상간 연장회담으로 10.4선언이 도출되었다. 10. 4선언에 '현안문제 협의를 위한 정상간 수시회담'을 넣었다. 마지막으로 의례적이지만, 공식적 국가대표인 '김영남 최고인민민회의 상임위원장의 파견'이라는 응답도 받아 내었다.

다음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을 옹호하고 미국을 배척했는가? 일단 "노무현 대통령이 북측 입장을 가지고 미국과 싸웠고, 국제무대에서 북한 입장을 변호했다"는 발췌본 내용은 허구로 밝혀졌다. 대신 '6자회담에 대한 동조표현' 주문과 '동행자주' 주장이 문제이다. 어떤 자료이든 북한옹호와 미국배척으로 비추어 질 수 있지만, 남한 국민의 심리적 안정과 북한의 고립탈피를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 어쨌든 북핵 관련 대화는 10. 4선언에 '6자회담의 9. 19 성명과 2. 13 합의 이행노력'을 담아냈다. 대미 관계에 대한 토론은 '강대국간 정상회담을 통한 종전선언 추진'에 대한 합의로 연결되었다.

마지막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NLL포기 발언을 했는가? NLL 변경에 대한 언급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남한의 반대여론을 들어 불가입장을 밝힌 부분은 인용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북한의 공동어로구역 제안에 안보군사제도 위에 평화-경제 지도를 덮자는 제안을 하면서,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연장선상에서 협의해 나가자는 주장도 있다. 자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목적 달성을 위한 맞장구 비슷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결국 10. 4선언에,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등 경협 프로젝트를 담아냈다. NLL을 포함시키지 않음으로써, 남북기본합의서 대로 NLL을 해상불가침 조약으로 유지시켰다.

외교는 과정이 아니라 결과로 말한다. 자국이 원하는 결과를 획득하기 위해, 설득→타협→위협에 걸쳐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외교과정 대한 비밀이 30년 동안 지켜지며, 국익을 현저하게 해할 우려가 있는 문서를 비공개로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정기간 후 비밀 해제는 외교과정을 역사로 기록하기 위해서이며, 타국의 행태를 연구하기 위해서이고, 외교의 지침으로 삼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은 회의록이 아니라, 10. 4선언(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제 여야는 준수사항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10. 4선언의 이행에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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